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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2 18:26 수정 : 2017.06.23 15:54

【2016년 영화 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
한국영화 관객 5년 연속 1억명 양적 성장의 그늘
월평균 164만원…서드 85만원·수습 55만원 그쳐
하루 12.8시간 노동에 최저임금 못 받는 경우도

“저예산-대작 사이 빈익빈 부익부 심각” 지적
영화산업노조 “표본 한계…실제 상황은 더 열악”
“처우개선 사업 나서고 표준보수지침 만들어야”

영화판에서 조명팀 막내로 일하는 ㅇ(23)씨. 하루 짧게는 10시간에서 길게는 14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지만,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50만~60만원에 불과하다. 휴대전화 요금과 공과금, 생활비 등을 감당하기에도 빠듯한 돈이라 촬영이 없는 기간에는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영화 일을 시작한 지 이제 갓 2년인데도 허리와 어깨는 벌써 만성통증에 시달린다. 촬영 중 병원에 간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라 그저 참는다. ㅇ씨는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영화 일만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5년 연속 한국영화 관람객 수가 1억명을 넘는 등 영화산업의 양적 성장이 두드러진 가운데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는 여전히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예산 영화와 대작 영화 사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졌다.

22일 <한겨레>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영화진흥위원회의 ‘2016 영화 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체 영화 스태프들의 연간 평균소득은 1970만원이었다. 12개월로 나누면 월평균 164만원 남짓인 셈이다. 2012년 1107만원(월 92만원), 2014년 1445만원(월 120만원)에 견줘 나아지긴 했지만, 2016년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인 월 175만6547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하위 직급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영화 제작인력 가운데 세번째 서열인 서드(3rd)는 연평균소득이 1024만원(월 85만원), 수습(막내)은 657만원(월 55만원)에 그쳤다.

■ 스태프 처우도 작품 규모 따라 ‘빈익빈 부익부’ 그나마 이 통계는 80억원 이상 대작 스태프의 임금까지 합한, 말 그대로 ‘평균’인데다 다른 해에 견줘 응답자 중 상위 직급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한계를 지닌다. “10억원 이하 저예산 영화 스태프가 처한 상황은 훨씬 더 열악하다”는 것이 영화산업노조의 설명이다. 2015년 기준으로 10억원 미만 저예산 영화의 비중은 72.3%에 달한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영화 10편 가운데 7편은 저예산 영화라는 뜻이다.

실태조사 보고서 역시 “10억원 이하 저예산 영화와 대작 영화 사이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한 상태로, 10억원 미만 저예산 영화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스태프 처우 개선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보고서를 보면, 2016년 법정 최저임금인 시간당 6030원 이상을 받은 스태프 비율은 평균 75.9%(80억원 이상 대작은 88.8%)로 나타났지만, 이를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로 좁혀 보면 56.1%에 그쳤다. 절반 가까운 저예산 영화 스태프가 최저임금 이하의 처우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2015년 4월 영화진흥기금 지원을 받는 영화는 사용을 의무화한 덕에 표준 근로계약서의 활용 비율이 개선됐지만 대작과 저예산 사이의 차이는 동일하게 나타났다. 표준 근로계약서로 계약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3.1%로 2014년 35.3%, 2012년 22.7%에 견줘 증가했다. 하지만 80억원 이상 영화의 56.1%가 표준 근로계약서를 적용하는 것에 견줘, 10억원 미만 영화는 이 비율이 20.9%에 불과했다. 심지어 13.3%는 ‘구두계약을 한다’고 답했다.

4대 보험에 가입한 비율 역시 평균 48.2%(80억원 이상 대작은 70.8%)였지만, 10억원 미만의 영화는 28.6%에 그쳤다.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로는 ‘고용주가 원하지 않아서’(43.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본인이 원하지 않아서’라는 응답도 27.6%였다. 소품팀에서 일하는 ㅅ(30)씨는 “4대 보험에 가입하면 가뜩이나 쥐꼬리만한 실수령액이 더 줄어들어 가입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촬영 중 다치면 산재보험 혜택을 못 받아 치료비 마련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 하루 평균 13시간 근무, 휴가 사용 전무 70% 장시간 노동은 여전했다. 1주일 평균 근로일은 5.45일, 하루 평균 12.8시간으로 2014년 조사 결과(13.2시간)와 큰 차이가 없었다. 휴가는 69.4%가 사용한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미술 스태프 ㅈ씨는 “휴가는 예비군 훈련, 가족 결혼이나 장례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쓰는 분위기”라며 “대체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휴가를 쓴다는 것은 눈치가 보여 불가능하다. 연차를 안 쓴다고 수당을 주는 일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태조사에서도 휴가를 쓸 경우 대체인력을 투입하지 않거나(48%), 스태프 본인이 부담해 대체인력을 투입(26.5%)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연차 사용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급여에서 연차수당을 받는 비율이 4.7%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연차 사용 비율도 낮고 보상을 받는 비율 역시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처우가 열악한 상황에서 임금체불 등 고충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인 신문고에 접수되는 사건은 크게 늘고 있다. 2012년 50건에 불과했던 사건 접수는 2014년 91건으로 늘었고, 2015년에는 120건, 2016년에도 108건에 달했다. 최근 3년간 임금체불도 응답자 평균 1.52편에 579만원으로, 2014년 조사에서 평균 1.39편에 433만원이라는 응답보다 오히려 늘었다.

홍태화 영화산업노조 사무국장은 “임금, 4대 보험 가입률, 표준 근로계약서 활용 비율 등이 2014년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70%에 달하는 10억원 미만 저예산 영화의 표본(22.5%)이 현저히 낮은데다 그 표본마저 표준 근로계약서를 쓰는 영진위 지원 영화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며 “영진위가 영화계 지원사업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정작 처우 개선에 관한 사업은 거의 고민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병욱 의원은 “2015년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영화계가 노사정위원회를 꾸려 표준보수 지침을 마련하고 장관이 이를 보급·권장하도록 돼 있지만 현재 답보 상태”라며 “스태프의 업무 유형과 기술 숙련도에 따른 임금 수준을 정하는 가이드라인인 표준보수 지침을 하루빨리 마련하는 것이 처우 개선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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