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18 18:00
수정 : 2017.06.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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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의 여주인공 배우 최희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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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서 연인 가네코 후미코 역 맡은 최희서
탁월한 해석·완벽한 일본어 연기 ‘이준익의 뮤즈’ 호평
연대 출신·4개국어 능통 재원…“엄친딸 수식어 싫어”
매번 독특한 배역…“다음엔 평범한 서울여자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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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의 여주인공 배우 최희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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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이 누군지 알아? 그럼 가네코 후미코는? 가네코 후미코 자서전 한번 읽어봐. 정말 멋진 여성이야. 아주 오래전부터 영화로 만들고 싶었거든.”
전작 <동주> 후반 작업을 하던 중 이준익 감독이 ‘툭’ 하고 던진 말이다. 그길로 달려가 가네코 후미코 자서전을 사서 숨 쉴 틈 없이 읽어 내려갔다. 시간이 흘러도 영화 제작 소식은 없었지만, 책장에 꽂힌 책은 계속 눈에 밟혔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세상에 짓밟힌 아픔을 자양분 삼아 자라난 놀라운 여성 사상가. 마음속 가네코 후미코는 그렇게 커졌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박열>에서 박열의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배우 최희서(30)는 배역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가네코 후미코에 오랫동안 반해 있었지만, 솔직히 욕심을 낼 수는 없었다. 나는 무명 여배우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설적이게도 최희서가 이 배역에 캐스팅된 것은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고,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여야 한다”는 감독의 고집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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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의 최희서.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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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은 최희서의 첫 장편 주연작이다. 그는 2009년 <킹콩을 들다>로 데뷔해 10년 가까이 영화와 드라마의 조·단역을 오가고 연극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이준익 감독의 <동주>에서 윤동주를 짝사랑하는 일본 여성 ‘쿠미’ 역을 맡으며 비로소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박열>에서 탁월한 캐릭터 해석과 세밀한 감정 표현, 완벽한 일본어 연기를 선보이며 ‘이준익의 뮤즈’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5년 동안 아빠 직장 때문에 일본에서 조선인학교에 다녔어요. 일본어 발음도 그렇고 재일동포 모습을 익숙하게 봐온 경험이 영화에 도움이 됐네요.”
정작 힘든 건 일본인인 가네코가 어눌한 한국 발음을 하는 장면이었다. “어색하면 안 되잖아요. 한국어 대사를 일본어로 적어 연습했어요. 히라가나로 표현 안 되는 한국어 발음은 자연스럽게 일본인인 것처럼 발음하게 되더라고요. 고난도이긴 했지만 재미도 있었어요. 하하하.”
사실 최희서는 일본어 외에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연세대 출신의 이른바 ‘엄친딸’이다. 하지만 그는 그 수식어에 고개를 저었다. 데뷔 이후 10년 동안 늘 들어온 질문이 “(이 스펙으로) 왜 연기를 하려고 하냐”였단다. “일부러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서 학력을 지우고 학구적인 느낌을 주는 이름(최문경)도 바꿨어요. 오디션 보러 가면 그 질문이 나오니 스트레스를 받다 못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거든요. ‘연기는 예쁘고 잘생긴 사람만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인가?’, ‘내가 연기를 잘 못하니 이런 질문을 받는 거겠지?’ 하는 생각에 괴로웠어요.”
가네코 후미코는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이다.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바로 사랑을 고백하는 용기와 부당한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할 줄 아는 패기를 지녔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드물게 빛나는 여성 캐릭터다. “감독님은 여성 캐릭터에 ‘예쁘다’ 대신 ‘멋지다’는 표현을 써요. 제게서 남자를 압도하는 에너지를 가진 가네코의 모습을 끌어내고 싶으셨나 봐요. 멋지게 연기하라는 감독님 말씀에 신이 났어요. 저한테도 가네코같이 할 말 다 하는 면이 있거든요. 물론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하는 용기가 없는 건 다르네요. 인간 최희서는 좀 비겁하거든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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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의 여주인공 배우 최희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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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영화가 ‘독립투사를 다룬 영화는 애국심만 유발하려 하거나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깨길 바란다고 했다. “박열과 가네코는 호기로웠고, 유쾌했고, 힘든 상황에도 익살스럽게 대처하려 했어요. 가네코에게 사랑과 신념은 다른 게 아니었어요. 사랑하는 박열과 함께 죽는 것이 결국 아나키스트로서 일본의 허구적 체제에 저항하는 궁극적 방법이었으니까요.”
이제 막 얼굴을 알린 ‘중고 신인’ 최희서는 앞으로 어떤 배역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을까? 대답이 걸작이다. “제가 <킹콩…>에선 전라도 사람을, 드라마 <오늘만 같아라>에선 필리핀 사람을, <동주>와 <박열>에선 일본 사람을 연기했어요. 진짜 그 나라(지역) 사람인 줄 알았다는 칭찬이 고맙기도 했지만, 저 이제 평범한 대한민국 서울 여자 역할 좀 하면 안 될까요? 하하하.”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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