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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12 14:59 수정 : 2017.06.12 20:19

영화 <중독노래방>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15일 개봉 영화 ‘중독노래방’
B급 정서·웃픈 감성…튀는 존재감
사회적 약자 연대와 희망 그려내
배소은·김나미 등 호연도 볼거리

영화 <중독노래방>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15일 개봉하는 <중독노래방>은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영화다. 사실 ‘흥행 공식’에 해당하는 어떠한 요소도 없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특급 톱스타도, 눈을 호강하게 하는 영상이나 액션도, 뒤통수를 후려치는 놀라운 반전도 없다. 심지어 장르를 구분하기조차 어렵다. 영화를 휘감은 정서는 온통 비(B)급에 가깝고,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웃픈’ 감정이 스멀스멀 스며 나온다. <중독노래방>은 100점짜리는 아니어도 그저 그런 영화라고 무시할 수만은 없는 ‘묘한 존재감’이 있는 영화다.

영화 <중독노래방>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성욱(이문식)은 저수지를 낀 한적한 동네의 한 건물 지하에서 ‘중독노래방’을 운영한다. 주변 공단이 망해 파리 한 마리도 얼씬 않는 탓에 경영난에 시달리던 성욱은 도우미를 구하는 구인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찾아온 하숙(배소은)에게 숙식을 제공하기로 하고 손님을 받는다. 노래·춤 실력은커녕 표정조차 없는 하숙은 ‘나름의 방식’으로 손님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노래방 사정은 차츰 나아진다. 여기에 ‘프로 도우미’를 자처하는 나주(김나미)와 노래방 골방에 숨어 몰래 음식을 훔쳐 먹던 점박이(방준호)까지 합류한다. 말은 하지 않지만 각자 뭔가 ‘상처’가 있어 보이는 넷은 처음엔 서로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지만, 차츰 마음을 열며 가까워진다. 하지만 유흥업소 종업원을 노린 연쇄살인마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중독노래방도 예상치 못한 위기에 휘말린다.

영화 <중독노래방>은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 스스로를 ‘중독’이라는 도피처에 가둬버린 네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방’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풀어낸다. 죽지 못해 사는 성욱은 ‘야동 중독자’, 밤낮없이 인터넷 게임에 몰입한 하숙은 ‘게임 중독자’, 돈이 최고라고 부르짖는 나주는 ‘머니 중독자’, 남의 영업장에 몰래 숨어 소소한 도둑질을 일삼는 점박이는 ‘도벽 중독자’다. 멀쩡한 곳 하나 없는 답답하고 한심한 인생인 이들 넷은, 그러나 알고 보면 모두 한순간에 벼랑으로 내몰린 범죄의 피해자들이다.

영화 <중독노래방>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노래방’이라는 공간은 이들의 내면을 그리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다. 창문 하나 없이 어두컴컴하고, 시간의 흐름조차 가늠할 수 없는 폐쇄된 지하 공간. 노래방은 그 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서지 않는 이들의 도피처이자, 무력감과 자포자기의 심정을 대변하는 공간이다. 또 한편으론 “지하만 내려오면 하나같이 다들 지랄이야”라는 성욱의 대사가 보여주듯, 노래방은 어떤 이유로든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충족되지 않는 ‘은밀한 욕망’을 내뿜는 곳이다. 영화는 예비군복을 입은 청년, 변태적 중년남성, 지질한 동네청년 등이 단돈 몇 만원에 성을 사고팔고, 향락을 취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음습한 유흥문화를 꼬집는다. 하숙의 ‘조용한 방’에서든 나주의 ‘시끄러운 방’에서든 이런 빗나간 욕망은 넘쳐난다.

영화 <중독노래방>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의 후반부는 무관심, 더 나아가 어떤 면에서는 서로를 ‘착취’하는 관계였던 네 명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를 건네는 데까지 나아간다.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형성되는 이런 따뜻함은 지하노래방을 밝히고, 관객에게도 뜻밖의 온기와 위로를 전한다. 굳이 사회적 약자나 범죄 피해자의 연대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영화 내내 블랙코미디를 통해 웃픈 현실을 꼬집는 감독은 서로에 대한 온정 어린 시선을 통해 희망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스릴러가 급하게 전개되고 정리되는 바람에 조금 아쉬운 감은 있지만, 천편일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슷한 영화가 난무하는 한국 영화계에 모처럼 독특하고 취향 뚜렷한 영화가 등장한 것은 반갑다. 배소은·김나미 두 여배우의 발견, 씬 스틸러 방준호,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 이문식의 호연도 칭찬할 만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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