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28 14:05
수정 : 2017.05.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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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겟 아웃>의 한 장면. 유피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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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뒤 6일간 박스오피스 1위 지키며 157만 돌파
“국내개봉 언제 하냐” 요청 빗발쳐 배급사 개봉 결정
관객들 관람후기 올리고 각종 해석 덧붙이며 흥행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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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겟 아웃>의 한 장면. 유피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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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럴 마케팅(바이러스처럼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퍼지는 입소문)의 힘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기준으로 157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겟 아웃> 홍보사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주 한국 영화시장의 가장 큰 뉴스는 단연 ‘인종차별 문제’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 <겟 아웃>의 ‘깜짝 흥행’이다. 17일 개봉한 <겟 아웃>은 역대 외화 공포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최단기간인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어 일주일 가까이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키며 157만명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블록버스터 외화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의 개봉(24일)으로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겟 아웃>은 여전히 예매율 3위를 기록하며 ‘뒷심’까지 발휘하는 중이다. 모두를 놀라게 한 <겟 아웃>의 한국 흥행을 이끈 ‘입소문’의 힘, 과연 어떻게 시작됐을까?
<겟 아웃>은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다소 독특한 소재의 공포영화다.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제작비 대비 약 42배에 달하는 흥행수익을 벌어들였다. 영화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도 99%를 기록했다. “흑인이 주인공을 맡으면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는 할리우드 영화계의 오랜 속설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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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겟 아웃>의 한 장면. 유피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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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미 흥행에도 배급사인 유피아이(UPI)는 한국 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 영화 홍보사인 플래닛 관계자는 “북미에서의 흥행은 본래 인종문제에 민감한 지역 특성과 트럼프 정부 출범이라는 시기적 적절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됐는데, 한국에서도 이 정서가 통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한국 누리꾼이 <겟 아웃>의 북미 예고편을 에스엔에스에 올리면서 ‘반전’이 벌어졌다. 이 예고편이 무려 370만이라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영화에 대한 기대를 담은 댓글도 7만개 이상 달렸던 것. 누리꾼들의 개봉 요청이 쇄도했다. 일부 극성 팬들은 유피아이코리아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개봉을 독촉하기까지 했다. 결국 유피아이는 ‘관객의 요청에 힘입어’ <겟 아웃>의 국내 개봉을 확정하게 됐다.
이후로는 말 그대로 입소문이 모든 것을 해결해줬다. 익스트림 무비 등 각종 영화 게시판에는 <겟 아웃>을 먼저 관람한 ‘선발대’의 관람후기가 줄을 이었다. “가뭄에 단비 같은 공포영화”, “답답함 없는 속 시원한 전개” 등 호평 일색이었다. 영화 속 여러 가지 상징과 은유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벌어졌다. 이를테면 “영화 속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사슴’(Buck)은 미국 재건 당시 백인 당국에 고개 숙이길 거부했던 흑인을 비하하는 ‘블랙 벅’(Black buck)을 상징한다”거나 “크리스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준 목화는 과거 백인들이 흑인 노예들을 부렸던 목화솜 농장의 역사를 은유한다”라는 식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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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겟 아웃>의 한 장면. 유피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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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피아이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24일 집계 결과, 전세계 누적흥행 수익 2억2천만달러 중 한국이 746만달러를 기록해 미국·영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규모가 큰 영화도 아니고 홍보를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이례적 성공을 거둬 당황스러울 정도”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정지욱 평론가는 “<겟 아웃>의 흥행은 2013년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다’는 입소문을 타고 226만명이 관람하며 흥행에 성공한 <컨저링>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며 “입소문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영화를 본 관객은 다시 각종 해석을 덧붙여 소문을 내며 관객을 재유입시키는 효과를 냈다. 가장 가성비 높은 홍보 수단은 바로 입소문임이 증명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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