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17 11:44
수정 : 2017.05.1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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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의 한 장면. 스마일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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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개봉 영화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죽음과 가족의 의미 발랄·유쾌하게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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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의 한 장면. 스마일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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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즐거운 죽음’이란 없다. 떠나는 사람은 남는 사람을, 남는 사람은 떠나는 사람을 근심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하지만 여기 “세상의 어떤 일도 즐거운 일로 바꾸는” 직업을 가진 한 남자가 그 불가능해 보이는 ‘즐거운 죽음’을 꿈꾼다. 18일 개봉하는 일본영화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는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또한 그만큼 발랄한 계획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한 남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다.
20년차 베테랑 방송작가인 주인공 슈지(오다 유지)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1년이 될지 6개월이 될지 알 수 없는 ‘짧은 살 날’ 앞에 남은 건 홀로 될 아내 아야코(요시다 요)와 어린 아들 걱정뿐. 그러던 그는 우연히 ‘재혼 전문 웨딩업체’의 광고를 보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바로 아내에게 결혼할 새 남편을 구해주자는 것이다. 언뜻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지만, 그는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방송작가’ 아닌가. “엠시(MC)가 바뀌어도 계속되는 방송 프로그램처럼, 내가 죽어도 아내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슈지는 결혼정보업체를 운영하는 옛 동료의 도움을 받아 아내의 재혼상대로 이토 쇼조(하라다 타이조)라는 인물을 찾아낸다. 과연 그는 아내의 재혼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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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의 한 장면. 스마일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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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한부 삶과 죽음의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영화는 많았다.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안녕, 헤이즐>이나 <나우 이즈 굿> 등이 대표적이다. <내 아내…>가 이들 영화가 다른 점은 발칙한 상상력과 그것을 풀어내는 담담하고 소소하지만, 감동적인 대사들에 있다. 기혼자라면 그 대사를 거울삼아 결혼생활을 반추하게 될 것이다. “아내와 바람 피우고 싶을 만큼 아내를 사랑한다”는 사랑 고백엔 배우자를 ‘짜증받이’로 삼는 스스로를 반성한다. “결혼은 (살면서) 보람있는 일이 하나 더 느는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는 ‘너 때문에 이번 생은 글렀다’며 배우자를 탓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혼자 오면 라면에 군만두 정도 먹겠지만, 둘이 오면 두 배로 주문할 수 있죠. 맥주에 전채요리, 후식으론 젤리. 식구가 늘어나면 청경채볶음, 고추잡채까지도 도전할 수 있게 됩니다”라며 결혼의 장점을 중국 음식 주문에 빗대는 장면에 이르면, 사소한 일상이 행복인줄 몰랐던 자신의 무지와 욕심을 탓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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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의 한 장면. 스마일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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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종일관 따뜻하고 유쾌하게 ‘가족’을 말한다. 마지막 반전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감동의 수위가 낮아지진 않는다. 다만, ‘아내는 남편이 돌봐줘야 할 존재’라는 다소 고리타분한 주인공의 인식이 거슬리는 사람도 있겠다. 뭐 어떠랴. 결국 슈지와 슈지의 마지막 꿈까지 지켜준 것은 그의 아내 아야코인 것을…. 가정의 달, 부부의 사랑을 재확인할 ‘유부남녀 데이트 영화’로 강력추천한다. 18일 개봉.
유선희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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