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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15 20:35 수정 : 2017.05.15 20:43

【짬】 다큐 ‘햇살댄스 프로젝트’ 사유진 감독

춤과 스토리를 접목한 이른바 ‘시네 댄스’ 장르의 독립영화 작업을 하고 있는 사유진 감독.

독립영화 감독인 사유진(49)씨는 지난 5년 동안 ‘햇살댄스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세 편의 다큐영화를 찍었다. 앞으로 7편을 더해 10편으로 완결할 계획이다. 춤으로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영혼을 달래는 과정을 스토리로 만들어 영상화하는 작업이다.

2012년 광주학살 현장을 시작으로 다음해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 그 다음해는 제주 4·3의 상처가 깃든 곳에서 촬영했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일본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현장 등도 프로젝트 목록에 있다. 춤과 스토리가 결합된 이른바 ‘시네 댄스’ 영화로 억울한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있는 사 감독을 지난 13일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안 카페에서 만났다.

“외조부 보도연맹사건 피해자 계기”
최보결 안무 춤+스토리 ‘시네댄스’
망월동 묘비에 ‘유족 영상’ 퍼포먼스

국내외 민간인 학살지 10곳 찍을 터
제주4.3·티베트편 개봉관 아직 못찾아
17일 광주 전야제서 ‘미디어 파사드’

그는 오는 17일 광주에서 열리는 광주민중항쟁 기념식 전야제 행사에서 ‘미디어 파사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저녁 8시30분에 옛 도청 외벽에 7분 가량 영상을 비춥니다. 무등산의 사계로 시작해 도청에 꽃이 피어나는 장면으로 끝나지요.” 이 영상에는 희생자 152명의 영정 사진이 들어간다. 지난 3월10일에도 그는 저녁 어둠이 내려앉은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13시간 동안 진혼 퍼포먼스를 했다. 유가족 11명을 인터뷰한 영상을 고인들의 비석에 비췄다. 밤새 춤과 노래와 시 낭송이 어어졌다. “행사를 지켜 본 유족들이 박관현, 윤상원 열사 등이 묻혀있는 다른 묘역에서도 하면 좋겠다고 제안하더군요.”

이 프로젝트는 이른바 ‘미디어 아트’다. 그러니까 사 감독의 예술 활동의 두 축은 ‘햇살댄스 프로젝트’와 ‘미디어 아트’다. 춤과 독립영화, 미디어 아트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3월 퍼포먼스도 1천만원 가량 ‘적자’를 봤다. 그렇다면 밥벌이는? 생업은 무대 공연을 찍어 영상 디브이디를 만들어주거나, 공연에 쓰이는 영상을 제작하는 일이다. 이 일로 매년 2천만~3천만원 정도를 번다.

그는 ‘햇살댄스 영화’ 세 편 가운데 티베트(<피스 인 티베트:눈물의 춤>)와 제주(<제주:년의 춤>) 편을 개봉하기 위해 편집까지 마쳤다. 하지만 아직 개봉관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배급사에선 관객 1만명이 들지를 따지더군요. 저는 2만~3만명도 자신 있는데, 배급사 생각은 달랐어요.” 아직 미혼인 사 감독은 그간의 작업으로 1억 이상의 빚이 있다고 했다.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꼭 개봉해야죠.”

그는 인하대 화학공학과를 다니다 94년 서울예전 영화과에 재입학했다. 인하대 2학년 때인 89년엔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영화 <파업전야>(1990)에 흠뻑 빠졌어요. 그래서 영화 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했죠.” 96년 서울예전을 졸업한 뒤 충무로 조감독 생활을 거쳐 99년부터 다큐 영화를 찍었다. 한국전쟁 때 납북자 이야기인 <피플 오브 노 리턴>(2005)은 뉴욕 국제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춤과 만나게 된 것은 공연 무대를 꾸미는 친구들을 도와 영상작업을 하면서부터다. “무대 뒤편에서 무용수들의 몸짓을 보면서 예쁘고 솔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네 댄스’가 학살 희생자 진혼을 테마로 삼은 것은 아픈 가족사 때문이기도 하다. “외할아버지가 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1950년 7월8일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학살당하셨어요. 이 사실을 안 뒤로는 다른 학살 희생자들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어요.” 외조부의 비극을 다큐로 만들기 위해 최후의 목격자 증언도 들었으나 결국 포기했다. 역사 문헌 등 자료가 너무 부족해서다.

티베트와 제주 편엔 현대무용가 최보결(개명전 이름은 최경실)씨가 참여했다. 사 감독이 춤의 대략적인 주제를 정하면 최씨가 안무를 짰다. 티베트 편에선 유랑·죽음·진혼·생명평화 네 파트로 나눠 춤을 춘다. 제주 편에선 최씨가 공동제작자로도 참여했다.

제주 편 마지막엔 돌문화공원에서 찍은 ‘평화의 춤’ 군무 장면이 나온다. 전문 춤꾼이 아닌 일반인들이 자유로운 몸 동작으로 평화의 희열을 만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 후원자나 4·3유족회 간부 등 일반인들이 참여했어요.” 시사회 뒤 유족들은 이렇게 말했단다. ‘몸을 움직이는 장면을 보면서 가슴의 응어리진 한이 녹아내리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시네 댄스’ 작업을 통해서 그는 전문 춤꾼보다 오히려 일반인들의 몸 동작에서 더 큰 감동을 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엔 고도의 테크닉을 갖춘 춤꾼을 선호했죠. 지금은 그게 오만이었음을 깨달았어요.” 아마추어라도 자기만의 동작을 진정성있게 표현한다면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춤 인문학’ 강사이기도 하다. “원시 시대엔 춤이 인류학이면서 사회학이고 철학이었어요. 중세 이후로 춤이 무대란 공간에 갇히죠. 대중한테 춤을 빼앗아버렸어요. 일반인들이 춤을 많이 출수록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그 자신 춤을 직접 즐기는 애호가이기도 하다. “한국무용 교방살풀이 춤을 6개월, 탱고를 3개월 배웠어요.” 춤 강의땐 수강생들에게 독일 무용가 피나 바우쉬(1940~2009)의 작품 <콘탁트호프>(매음굴)에서 남녀가 서로 유혹하는 장면을 따라해보도록 한단다. 춤의 진정한 재미를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해 82살 되신 어머니가 티베트 편을 보고 이렇게 말하셨어요. ‘거기까지 가서 영화를 찍은 네가 참 불쌍해 보였다. 무용수는 더 불쌍해 보였단다. 하지만 영화는 아름다웠다.’”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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