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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 스튜디오, 2012년 루커스필름을 잇따라 인수한 뒤 캐릭터, 스토리, 세계관 등 모든 지식재산권을 소유하게 됐다. 마블 히어로로 대표되는 ‘파워 아이피’를 바탕으로 디즈니는 지난해 미 영화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며 전 세계 영화계를 호령하고 있다. 사진은 마블 히어로 ‘어벤져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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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마블·루커스필름 인수한 디즈니
’위력적 지식재산권’ 발판 삼아 대성공
한국선 CJ E&M이 ‘수상한 그녀’ 등
중국·베트남 등서 ‘현지화’ 전략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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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 스튜디오, 2012년 루커스필름을 잇따라 인수한 뒤 캐릭터, 스토리, 세계관 등 모든 지식재산권을 소유하게 됐다. 마블 히어로로 대표되는 ‘파워 아이피’를 바탕으로 디즈니는 지난해 미 영화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며 전 세계 영화계를 호령하고 있다. 사진은 마블 히어로 ‘어벤져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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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니모를 찾아서>의 공통점은? 바로 시퀄(전편과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를 담은 영화),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스핀오프(기존 작품에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 새로 만든 영화) 등 시리즈물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미국 월트디즈니사의 영화들’이라는 점이다.
디즈니는 미키마우스로 대표되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드는 회사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미국 영화사들의 연차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디즈니의 시장 점유율은 26.4%로 워너브러더스(16.8%)와 20세기폭스사(12.9%)를 압도하는 독보적 1위다. 미국 영화 정보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boxofficemojo) 통계를 보면, 디즈니는 2015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4편을, 2016년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주토피아>, <정글북> 등 5편을 미국 박스오피스 톱10에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최근 몇 년 동안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디즈니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 중심에는 ‘파워 아이피(IP)’, 즉 위력적인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이 자리하고 있다. 파워 아이피란 저작권·판권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를 가지면 다양한 창작물 생산과 홍보,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마블 히어로물이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영화, 완구, 게임 등 ‘원 소스 멀티유스’로 확장돼 시너지를 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디즈니는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 스튜디오, 2012년 루커스필름을 잇따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이들이 가지고 있던 캐릭터, 스토리, 세계관 등 모든 지식재산권을 가지게 됐다. 여기에 디즈니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고전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신데렐라> 등을 실사영화로 만들어 관객층을 전 세대로 확장하며 세계 영화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비단 디즈니뿐 아니다. 워너브러더스는 <배트맨>과 <슈퍼맨> 등 디시(DC) 코믹스 영웅, 파라마운트는 <트랜스포머> 같은 파워 아이피를 확보하고 있다. 세계 영화 시장에서 파워 아이피는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잘 키운 파워 아이피 하나로 수십년의 먹거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를 비롯한 미국 영화사의 사례는 국내 영화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한국의 아이피 활용은 아직 부진한 편이다. <가문의 영광>, <여고괴담>, <두사부일체>, <조폭마누라> 등 시리즈물이 있지만 국내용에 그쳤다. 정지욱 평론가는 “한국에는 마블이나 디시 코믹스같이 세대를 관통하는 세계관을 가진 원천 콘텐츠가 없다. 또 시퀄, 프리퀄, 스핀오프 등 한 가지 아이피를 확장해 활용하는 노하우나 시도도 부족하다”고 그 이유를 짚었다.
할리우드와 달리, 아이피를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공동으로 소유하는데다 중소규모 제작사의 부침이 심한 국내 현실도 공격적인 아이피 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중소규모 제작사는 영화 몇 편 만들고 문을 닫아 아이피가 누구에게 있는지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며 “심지어 제작사가 망해 아이피 소유권이 은행으로 넘어가는 경우까지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선 할리우드와는 차별화된, 한국형 파워 아이피로 해외 시장까지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선두는 씨제이이앤엠(CJ E&M)이다. 임명균 씨제이이앤엠 해외사업본부장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지난 100년 동안 전세계에 미국식 영화 문법을 학습시키고 글로벌 배급망을 구축해, 한 가지 버전의 영화를 (다른 나라들에도) 동시에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영화를 국가별로 현지화해 개봉하는 ‘원 소스 멀티 테리토리(지역)’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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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 중국판 <이십세여 다시 한번>, 베트남판 <내가 니 할매다> 포스터.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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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씨제이이앤엠은 <수상한 그녀>(2014)를 중국(<이십세여 다시 한번>), 베트남(<내가 니 할매다>), 일본(<수상한 그녀>), 타이(<다시 또 스물>)에서 합작 영화로 만들어 개봉한 바 있다. 6월에는 인도네시아판(<달콤한 20세>)도 개봉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영어판과 스페인어판으로 올해 안에 크랭크인할 계획이다. 이런 ‘현지판’은 <수상한 그녀> 속 복고·가족애·음악 등 핵심요소는 그대로 유지하되, 중국에서는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덩리쥔(등려군) 음악을 사용하고, 코미디가 강세인 베트남에서는 실제 코미디언을 캐스팅해 촬영하는 식으로 만든다. 같은 방식으로, 2011년 개봉한 <써니>도 일본판(올가을 크랭크인), 미국판(시나리오 작업 중), 베트남판(올여름 크랭크인), 타이판(기획 개발 중)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싹한 연애>(2011)는 베트남판이 촬영을 완료해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임 본부장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결과,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 투자수익률은 평균 8.8%에 그쳤다”며 “한국형 파워 아이피 개발만이 흥행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된 포트폴리오 구성을 가능케 해 궁극적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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