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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13 19:47 수정 : 2017.02.13 23:31

이번 아카데미상 최대 수상자로 꼽히는 <라라랜드>. 판씨네마 제공

이번 아카데미상 최대 수상자로 꼽히는 <라라랜드>. 판씨네마 제공
올해 아카데미는 14개 부문에 후보를 올린 <라라랜드>의 독주 속에 <문라이트>와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대항마로 나선 형국이다. 그런데 아카데미가 언제 예측한 대로 흘러갔던 적이 있었던가. 지난해 <스포트라이트>는 12개 부문 후보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제치고 작품상을 받으며 이변을 연출했다. 아카데미는 주요 상 한두 개 부문에서 늘 예상치 못한 수상으로 극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올해 이변이 생긴다면 그 주인공은 누가 될까.

작품상 다크호스로 꼽고 싶은 영화는 <로스트 인 더스트>다. 은행 강도질을 일삼는 형제를 통해 서부 사나이의 몰락을 그린 작품이다. 트럼프 시대를 맞이하여 미국은 그동안 추구했던 자유와 다양성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 지금과 경우는 달라도 9·11 이후 미국은 외부로는 테러 위협으로, 내부로는 금융 위기에 따른 경제 악화로 위기를 겪었다. 이에 미국의 가치에 의문을 표하는 작품들이 독립영화 진영에서 발표됐다. 2008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가져간 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미국을 긍정하는 영화에 호의적이던 아카데미의 보수성을 깨는 파격의 결과였다. 2017년 미국 안팎으로 감지되는 위기감은 2008년 당시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서부를 우회해 미국의 현재를 진단하는 <로스트 인 더스트>는 제2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문라이트> 오드 제공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더 픽처스 제공

2015년 <버드맨>을 제외하곤 최근 아카데미에선 한 영화가 감독상과 작품상을 모두 가져간 적이 없었다. 작품상으로 <라라랜드> <문라이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중 하나가 가져간다면, 감독상으로 추천할 만한 영화는 <컨택트>다. <컨택트>는 언어학자가 지구에 온 외계인의 언어를 알아가는 사연을 다룬다. 이 영화가 원작 삼은 테드 창의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화가 불가능한 작품으로 악명(?)을 떨쳤다. 외계인과 인간의 언어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꾸려가는 소설은 영화로 옮기기 난해했던 까닭이다. <컨택트>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원작의 주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중적으로 접근해 전에 본 적 없던 내용의 영화로 완성했다.

남녀주연상으로 유력한 배우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과 <라라랜드>의 에마 스톤이다. 모두 오스카를 처음 손에 쥐는 거라 지금쯤 시상식을 기다리며 밤잠을 설치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김칫국부터 마시지 않기 위해서는 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할 가능성이 높은 선배들을 넘어야 한다. <펜스>의 덴절 워싱턴과 <플로렌스>의 메릴 스트립이다. 덴절 워싱턴은 2002년 <트레이닝 데이>로 이 부문 상을 받았다. 1964년 <들백합>의 시드니 포이티어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흑인 배우로는 무려 38년 만의 경사였다. <펜스>로 덴절 워싱턴이 받게 되면 흑인 배우로는 두 번째 수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메릴 스트립의 이번 후보 지명은 무려 20번째고 3차례나 상을 받은 기록이 있다. 다시 이름이 호명되면 무려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가면서 아카데미의 역사를 다시 쓰는 셈이다.

영화 바깥 변수도 많다. 지난해 백인 일색의 후보와 수상자 지명으로 논란이 컸기 때문에 올해는 유색인종 배우와 작품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게다가 트럼프의 반이민정책 영향으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선정된 이란 출신의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세일즈맨>)은 시상식 불참으로 항의를 표했다. 이미 메릴 스트립은 지난달 8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 대신 트럼프를 비판한 일이 있다. “오늘 시상식장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비난받는 외국인들과 미디어 종사자들로 가득 차 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장도 이런 수상 소감으로 가득 찰 가능성도, 아카데미 자체가 시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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