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2.08 14:42 수정 : 2017.02.08 21:26

<그래, 가족>에서 망가지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은 이요원.

<그래, 가족>에서 망가지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은 이요원.

<그래, 가족>은 ‘가족이 지긋지긋하다’라는 의미로도, ‘그래도 결국은 가족’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영화는 ‘해체된 가족’에 아버지의 죽음이 날아들면서 시작된다. 연락 없이 지내던 3남매, 방송국 기자인 둘째 오수경(이요원), 사람에게 잘 속는 철부지 첫째 성호(정만식), 알바를 전전하는 셋째(이솜)는 장례식장에서 재회한다. 여기에 수경을 “누부(누이)야”라고 부르는 열한살 초등학생 오낙(정준원)이 나타난다.

15일 개봉하는 <그래, 가족>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이지적이고 걸크러시한 매력을 발휘해온 이요원의 4년 만의 영화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 등의 뻔한 설정은 싫다”는 말을 하는 현실의 이요원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보여준 이미지와 별다르지 않았다. 이요원을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막둥이가 남매 앞에 나타난 이야기인데 신파로 가지 않고 현실적”이었던 것이 이요원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다. “아마 관객들이 ‘내가 수경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볼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래, 가족>은 수경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도 선수였던 오빠는 뇌물을 받은 뒤 선수를 그만뒀고, 동생은 대학도 가지 않았다. 엄마는 장애인이었고, 아버지는 가진 것 없는 농부였다. 집안에 돈이 필요할 때마다 수경의 재산이 차압당했다. 그래서 아예 가족과 인연을 끊었다. 방송사 노조는 사장의 사퇴를 주장하며 파업 중이지만 ‘흙수저’인 수경은 ‘다이아몬드 수저’인 동료로부터 ‘뉴욕 특파원’ 자리를 어떻게 빼앗아올까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번듯하지만 정서적으로는 가장 철이 안 든 인물이다. 수경의 정신적인 성장이 이 ‘가족휴먼 스토리’의 동력이다.

<그래, 가족>에서 망가지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은 이요원.
가족의 비밀을 그대로 드러내는 영화는 가족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여동생 하나만 있다. 어릴 때는 남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영화를 찍으면서는 형제가 없는 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냉랭한 가족의 해결책으로 ‘대화’를 내놓는다. 대화를 이어주는 것이 오낙이다. 수경은 낙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오빠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동생에게 전화를 수십통 걸어댄다. “대화를 해야 된다고, 낙이가 이야기한다. 요즘 사람들은 고민이 생겨도 가족이랑 이야기 안 하고 친구들이랑 하더라. 영화에서도 술자리를 가지면서 물꼬가 트인다.” 영화 속 ‘가족애’는 수경처럼 이요원도 무너뜨렸다. “어머니의 영상을 보는 장면에서 촬영할 때 울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보았는데 낙이가 독백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펑펑 울었다.”

<그래, 가족>의 수경(이요원)은 갑자기 나타난 막내 동생 낙이를 이용해 계략을 꾸민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이라 제공
이요원은 자신의 한계를 분명하게 알았기에 분명한 입지를 다져왔다. “드라마에서 애드리브를 못한다. 대본을 벗어난 대사를 상대편이 하면 당황한다. 사람들에게 맞장구도 잘 못 친다. 그래서 정만식씨가 첫인상이 차갑다고 하더라.” 그런 성격에 맞게 역을 선택해왔고, 그런 역들이 주어졌다. 수경도 차가운 역이지만, 낙이와 티격태격하거나 계략을 꾸미고 실행하는 등 ‘코믹 연기’를 도맡아한다. 오이냉채를 뒤집어 쓰고 눈을 뜰까 말까 고민하는 장면은 절정이다. “데뷔 시절 시트콤을 했을 때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런 역을 안 맡아왔다. 그렇게 망가지는 역할을 해본 적이 없어서 부담스러웠다. 이번에도 어떨까 조마조마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웃어서 다행이다.”

드라마 <황금의 제국>(2013년) <불야성>(2016년) <욱씨남정기>(2016년)의 피도 눈물도 없는 야심가처럼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눈도 분석적이다. “영화는 여자 캐릭터가 중심인 작품이 별로 없다. 참여만 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말해둔 상태지만, 아무래도 올해도 드라마가 주가 되지 않을까.”

글·사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