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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08 10:41 수정 : 2017.02.08 10:53

영화 속 실존인물 찾기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더 킹>은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실제 한국 정치사를 줄기로, 그 역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상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속을 뜯어보면 가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이미 현실에서 본 듯한 이들이 상당수다. 시시각각 현실을 환기시키며 색다른 영화 보기의 쾌감을 더하는 실존 인물과 닮은 영화 속 캐릭터들을 찾아봤다. (※이 기사는 영화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안희연 검사 - 임은정 검사 “검찰 역사상 이 정도 쓰레기가 있었습니까?… 쪽팔려서 검사 하겠습니까. 착한 사람들 옷 벗기기 전에 이 사람들 옷 벗기시죠.” 영화 속 안희연 감찰 검사는 왜 굳이 경상도 사투리로 이렇게 말했을까? 검찰 조직에서 상식을 추구하고 소신의 힘을 발휘한다는 이 캐릭터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기 때문이다. 한재림 감독은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검찰을 개혁하려는 여자 캐릭터가 있었으면 했는데 그때 마침 임은정 검사 이야기를 알게 됐다. 안 검사는 내 판타지를 담은 캐릭터”라고 말했다.

극중 안희연 감찰부 검사
‘검찰 조직 비판’ 임은정 검사가 모델
임 검사 “징계소송 이기면 감찰 지망”


‘무소불위’ 한강식파 3인방
노 전 대통령 소환 당시 웃던 홍만표
정우성·배성우 같은장면 그대로 재연

공연음란죄 기소된 김수창 전 지검장
“미안하다” 소리친 고승덕도 떠올라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는 2012년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 재심 사건에서 상부의 ‘백지 구형’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가 정직 4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그 뒤에도 이진한 검사 성희롱, 남부지검 검사 자살,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길거리 음란행위 등 검찰의 부끄러운 얼굴이 드러날 때마다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닮은꼴이 화제가 되자 임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희연 검사와 내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 말투가 저런가 싶어 씁쓸해하다가 안희연 검사가 최초의 여자 감찰부장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위로를 받았다. 대법원 판결로 징계 취소가 확정되어 결격사유가 없어지면 감찰을 지망해보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임 검사는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내 1심과 항소심에서 이기고 지금은 대법원 계류중이다.

한강식파 3인방 - 이인규·홍만표·우병우 영화 속 비상식의 편에 서 있는 검사들도 현실의 복사판이긴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던 날 홍만표 대검수사기획관이 창문으로 내려다보며 미소 짓던 장면을 영화 속 정우성·배성우가 고스란히 재현한다. 홍 기획관 외에도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 우병우 주임검사 등 노 전 대통령 수사팀 핵심 인사들이 영화 속 한강식파 3인방의 실제 모델로 거론된다. 책 <검사님의 속사정>에선 수천억원대 자산가 장인을 둔 까칠한 독종검사 우병우가 나이 많은 경북군수에게 호통을 치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영화 속 박태수(조인성)와 한강식(정우성) 검사 캐릭터를 섞어놓은 듯하다.

영화 같은 현실을 구가하던 그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표적 수사, 피의사실 공표 등으로 비난받았지만 모두 면책됐다. 윗사람의 입맛에 딱 맞춰 ‘특급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던 홍 전 기획관은 지난해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될 때까지 최고의 전관예우를 누렸다. 우병우는 부천지청장을 지내고 퇴임한 뒤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올라 말 그대로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박지원·고승덕·김수창과 닮은 ‘누군가’들 영화 속 한강식 검사는 김대중 대통령 후보 쪽에 유리한 자료를 상납하기도 한다. 정치검찰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이때 자료를 챙기는 인물은 ‘디제이의 입’으로 불리웠던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닮아 보인다. 그러나 한 감독은 “야당 정치인 측근이라는 상징적 인물을 묘사했을 뿐 박지원과 비슷해 보일 것을 가장 경계했다”고 말했다.

또 검사 시절 홍만표처럼 보였던 양동철(배성우)은 결말에선 공연음란죄로 기소됐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운명을 따라간다. 그는 또 “딸아 미안하다”고 부르짖었던 고승덕 전 서울시 교육감 후보와 비슷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역설적으로 이 대목에서 영화는 가장 현실과 닮지 않아 보인다. 현실의 어떤 검사도 소리 높여 사과할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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