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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30 18:10 수정 : 2017.01.30 19:20

설날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배우 배종옥 | ‘소피의 선택
메릴 스트립의 광기어린 연기 본 뒤
며칠밤 지새우던 추억 되짚어보기
다큐 ‘존 버거의 사계’도 리스트에 쏙

꿀맛 같은 설 연휴가 왔다. 치러야 할 의식도, 해야 할 일도 많다. 그래도 꾹꾹 눈 치우듯 해치우고 나면,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 찾아올 터이다. 그때 막상 뭘 할지가 막막한 이들도 없지 않겠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 혼자여서 더 지루하고 외로운 영혼도 있으리라.

여기 작은 팁을 준비했다. 설 연휴 심심하지 않게, 가능하면 약간의 보람까지 보태 시간을 보낼 문화활용법이다. 사려 깊은 연예인과 방송인, 문화 창작자들이 ‘나의 설날 플레이 리스트’를 풀어놓는다. 배우 배종옥은 메릴 스트립의 영화 세계를 찬찬히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요리연구가 홍신애는 신나는 현대판 설날 노동요 리스트를 내놨다. 만화가 윤태호는 스승 허영만 작가 문하생 시절 눈 내리던 날을 훈훈하게 했던 추억 속 플레이 리스트를 복기한다. 소설가이자 문화단평도 잘 쓰는 에스비에스 피디 이재익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볼 미스터리 소설을 추천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이 권하는 몰아볼 만한 한국 드라마도 눈길을 잡는다. 따라 해볼 수도, 참고만 하고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새로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건,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부서진 마음을 추스르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켜요.”

최근 골든글로브 시상식 소식을 들었다. 메릴 스트립의 수상 소감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50년을 향해 가는 연기 경력 동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만 여덟번 상을 받은 메릴 스트립은 이날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드밀 상’까지 받으면서 아홉번째 수상을 기록했다. 개인적인 영예일 자리에서 그녀는 우리에게 뜻깊은 소감을 남겼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에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비난받는 분야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바로 외국인들과 미디어 종사자들”이라며 “할리우드에서 외국인과 이방인을 모두 축출하면 아마도 예술이 아닌 풋볼이나 격투기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트럼프 시대에 관한 걱정 어린 지적이었다. 또한 그녀는 지난달 타계한 여배우 캐리 피셔를 추모하는 말로 수상 소감을 마쳤다. “제 친구이자 세상을 뜬 레아 공주가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부서진 마음을 추스르고, 그걸 예술로 승화시켜요’라고.”

<플로렌스>에서의 메릴 스트립.
이것은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한 말이어서 더 크게 와닿는 말. 동시대를 기품 있는 한 배우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뭉클했으며 안도했다.

대학교 4학년 때였다. 티브이에서 영화 <소피의 선택>을 본 날을 기억한다.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기차역에서 품에 안고 있던 아이를 빼앗길 때 메릴 스트립이 괴성을 지르던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윌리엄 스타이런의 대표작 <소피의 선택>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붙잡혀 수용소로 보내진 소피는 그곳에서 인종 대학살을 직접 목격한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폴란드 여성의 삶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고발하는 이 작품 속 메릴 스트립을 보고 며칠 밤이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 영화의 영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밤새우는 걸 못 견뎠던 내가 잠을 못 잘 정도였으니. 그녀의 연기는 그렇게 나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때 이후 나의 롤모델은 메릴 스트립이었다. 메릴 스트립의 행보를 전해 들으며 나에게 연기의 절대적인 표정을 아로새겼던 그녀의 작품들을 다시 플레이하고 싶어졌다.

<존 버거의 사계>
또 하나의 플레이 리스트는 얼마 전 아흔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시인이자 소설가 존 버저의 생전 모습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존 버거의 사계>다. 퀸시에서 살아가는 존 버저의 5년간의 잔잔한 일상을 다룬 작품이다. 다큐에 등장하기도 하는 틸다 스윈턴이라는 배우의 매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존 버저의 20년 지기라는 사실도 새롭다.

아울러 존 버저의 책들도 읽어야 할 것 같다. 사십년을 함께한 아내를 떠나보내고 그녀를 추모하는 글과 그림을 엮은 <아내의 빈방>과 함께 그의 유명한 사진 관련 책들도 나의 리스트에 넣어두었다.

지금 부서진 마음을 추스르고 이 영화와 책들로 설날을 아낌없이 보내고 싶다.

배우 배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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