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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25 16:42 수정 : 2017.01.25 21:40

남북형사 합동수사 다룬 ‘공조’ 이어
살해용의자된 북 고위인사 ‘V.I.P’ 등
‘강철비’·‘413’·‘공작’ 등 분단소재 봇물
CJ·워너·쇼박스 등 대형 배급사 투자
“남북에 대한 토론 활발해지길 기대”

촬영 현장.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올해 한국영화에 새로운 키워드가 떠올랐다. 분단과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굵직한 영화들이 이미 개봉했거나 제작을 서두르고 있다.

먼저 최대 배급사 씨제이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8일 남북한 최초 합동수사를 소재로 한 <공조>를 극장에 풀었다. 이어 25일에는 윤종빈 감독의 남북 첩보 액션물 <공작>이 씨제이 투자를 받아 촬영을 시작했다.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V.I.P)는 지난해 10월 촬영에 들어갔다. 3개월 동안 타이, 홍콩 등 해외 로케이션 및 전국 로케이션을 마치고 지난 20일 크랭크업 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배급으로 올 상반기 중 개봉할 예정이다. 양우석 감독의 스릴러 <강철비>(뉴 배급)는 2월2일 첫 촬영을 한다. <뷰티 인사이드>를 만든 백종열 감독이 연출하고 쇼박스가 투자하는 영화 <413>도 곧 촬영에 들어간다. 이 영화는 지금 기획·제작중인 남북 분단 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작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분단 소재가 ‘대세’라는 평가에 무리 없다. <브이아이피>는 한국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 용의자로 북한의 고위인사, 브이아이피가 지목되면서 이 인물의 신상을 확보하기 위해 남한 국정원과 북한 보안성, 미국 시아이에이(CIA)가 얽힌다는 이야기다. 장동건이 국정원 요원, 이종석이 살인 용의자, 김명민이 경찰, 박희순이 북 공작원으로 출연한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남북간 비밀첩보전을 그렸다. 황정민이 중국에서 신분을 위장해 북한으로 잠입하는 역할을, 이성민이 북 핵심인사를 연기한다. 주지훈은 북 보위부 장교, 조진웅은 남쪽에서 공작을 설계한 인물로 나온다.

<강철비> 제작발표회 현장에 선 배우 곽도원(왼쪽부터), 양우석 감독, 배우 정우성. 뉴 제공
<강철비>는 <변호인>을 연출했던 양우석 감독이 작화를 맡은 웹툰 <스틸레인>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스틸레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죽고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한반도 전쟁을 막기 위해 남-북-미-중 간 펼쳐지는 가상의 외교첩보전을 담았다. 오래전부터 영화화가 추진됐지만 웹툰 줄거리대로 현실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다가 이번에 다시 설정을 좀 바꾸어서 정우성·곽도원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게 됐다.

<413>도 <강철비>처럼 가까운 미래, 가상의 한반도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 제목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13일에서 따온 것이다. <413>을 제작하는 용필름 임승용 대표는 “분단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한국현대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역사인식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화”라며 “백 감독의 빠르고 역동적인 영상미, 해외 도시 5곳을 돌며 촬영되는 스케일, <명량> 전철홍 작가의 탄탄한 서사 등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양대 흐름은 재난(<부산행> <터널> <판도라>)과 사회고발(<내부자들> <검사외전> <더 킹>)이었다. 올해 <택시운전사> <1987> 등이 나오면서 사회고발물은 한국현대사를 다시 돌아보는 영화들로, 재난물은 분단물로 각각 흐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공조> 촬영 현장.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류 영화계가 분단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로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매력적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첫손가락 꼽힌다. 길종철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특임교수는 “남북문제는 캐릭터의 대비를 보여주기 쉽고 분단 또는 전쟁 방지 등 초개인적 갈등을 내포하고 있어 블록버스터로 매력적인 소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블랙리스트 등의 여파로 사회비판적 성격의 재난영화 제작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탓에 국내정치적 색채가 덜한 분단 액션물 쪽으로 한동안 투자가 쏠린 것도 이유의 하나라는 분석도 한쪽에서 나온다.

분단물에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세월호 이후 일부 대형영화들이 외압 속에서도 ‘재난물’ 장르 안에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냈듯이, 분단물도 분단 상황을 단지 액션 소재로 소비하지 않고 새로운 통찰의 제시로까지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은 “2013년 액션·오락의 외피를 쓴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가 그랬듯, 올해 분단물 대작들도 상업적 이유로 기획됐지만 결국은 분단에 대한 중요한 토론으로 이어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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