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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12 22:19 수정 : 2016.12.12 22:23

이병헌·강동원·김우빈 주연…21일 개봉
부패 권력 대 수사관 등 범죄 영화 전형

영화 <마스터>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마스터>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마스터>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은 속이고, 강동원은 속았고, 김우빈은 흔들렸다. 세 스타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영화, 씨제이엔터테인먼트가 겨울 성수기 시장을 노리고 100억 제작비로 만든 영화, <마스터>가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스타 3명에게 쫓고 쫓기며 거드는 역할을 골고루 배분한 것처럼 범죄오락물 <마스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최근 한국영화에서 흥했던 요소들을 깨알같이 재조합해서 만들어낸 영화다.

흥행 공식 종합선물세트 <마스터>는 회원 수만명에게 사기를 치며 승승장구해온 원네트워크 진 회장(이병헌)과 그를 추적해온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의 이야기다. 돈이 곧 종교인 사회, 다단계식 사업으로 시작해 주가 폭등을 만들어내는 진 회장은 교주처럼 추앙받는다. 악을 뿌리째 뽑아내겠다는 목표를 가진 김재명 팀장은 진 회장을 잡고, 진 회장의 장부에 적힌 로비 대상들을 소탕하기 위해 전쟁에 뛰어든다. 진 회장의 최측근인 박장군(김우빈)은 김재명에게 꼬리를 잡히고, 진 회장을 두려워하느라 중간에서 시계추처럼 흔들린다. 영화 제목이 마스터인 이유는 사기의 마스터인 진 회장, 수사의 마스터인 김재명, 줄타기의 마스터인 박장군 등 3명의 주인공 때문이다.

“여기 장부에 이름 적힌 놈들 다 내 개야. 내가 짖어 달라면 물어버리고, 물어 달라면 삼켜버려.” 위기 때마다 든든한 인맥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온 진 회장은 한국범죄물에서 그려내는 전형적인 악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신세계> 이후 범죄 영화에선 수사권력 내부의 욕망과 일탈을 그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마스터> 수사관들은 명쾌하고 단순한 선의 집행자다. 대신 진 회장의 사람이었다가 경찰에 포섭되는 박장군 정도가 두 세계의 접점에서 균형과 긴장을 잡는다. 전체적으로 보면 멀게는 <공공의 적>부터 가깝게는 지난해의 <내부자들>까지 범죄자와 그를 잡으려는 수사 권력이 복잡한 먹이 사슬 지형을 형성해온 그대로다. <암살> <베테랑>에 출연했던 진경과 <베테랑> 오달수 등 조연에서도 기시감이 들며 상영시간 143분 중 절반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쁜 놈이 잘나가고 후반은 역전시키려는 몸부림이 이어지는 등 범죄영화에서 내용을 배치하는 방식까지 비슷하다. 어떤 심각한 상황에서도 빠뜨리지 않고 재치있는 대사들을 계속 덧붙여가며 코미디와 액션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방식은 <베테랑>이나 <암살> <검사외전> <히말라야> 등에서 이미 한국영화 흥행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바 있다. <마스터>는 심지어 자막이 나간 뒤에도 마지막 영상에서 한번 더 농담을 던진다.

익숙한 클리셰의 경쾌한 조합 선과 악의 구도가 분명하고 캐릭터는 단순한 <마스터>는, 비교하자면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소묘가 됐던 <내부자들>보다는 경쾌한 오락물인 <검사외전>에 가깝다. 영화가 건드리는 사건은 특정 정치적 스캔들이라기보다는 광범위하게 현실에 퍼져 있는 비리에 대한 클리셰에 가깝다. 조의석 감독도 시사회가 끝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사건에서 힌트를 얻었다기보다는 기업인이 정치인에게 상납하는 로비 장부가 있고, 그러다 적발돼서 해외로 도피하고 사면을 당하고 하는 사건들은 반복되어왔기 때문에 늘 있는 문제를 소재로 삼았을 뿐”이라고 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는 경찰 조직도 바람직할지언정 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는 “현실에 대한 통쾌한 위로”를 표방하지만 현실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별다른 위로가 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마스터>는 흥행 공식을 비교적 솜씨있게 조합해내고 오락물에 걸맞은 적절한 긴장과 웃음을 준다. <감시자들>에서도 빠른 교차편집으로 액션 스릴러의 긴박감을 표현해냈던 조의석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재명과 진 회장의 추격 장면은 필리핀에서 촬영했는데 현지 경찰 차량 18대와 경찰 140명을 동원해 마닐라 브리지를 전면 통제하고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120여명의 실제 경찰과 지역경비대가 동원된 총격신에서 속도감 있는 편집만큼이나 박진감 있고 안정적인 촬영이 돋보였다.

강동원, 김우빈과 똑같이 나눠 가졌지만 뭔가 허술한 듯하면서도 더없이 영악하고, 냉혹한 듯하면서도 촌스럽기 짝이 없는 여러 색깔을 뽑아낸 배우 이병헌의 존재감은 역시 컸다. ‘바른 형사’를 연기해야 하는 강동원은 담백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김우빈도 힘주기보다는 힘빼는 연기를 선보였다. 모든 흥행 요소를 적정 비율로 버무린 지킨 영화에서 배우들은 에너지를 십분 발휘하기보다는 자제에 힘쓴 인상인데 이는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읽힐 수 있다. <마스터>는 21일 상영을 시작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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