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08 15:55
수정 : 2016.12.08 21:25
기욤 뮈소 원작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14일 개봉
30년 시간여행 소재 김윤석-변요한 2인1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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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선 김윤석과 변요한이 2인1역을 맡아 서로 대립하며 긴장관계를 형성한다. 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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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위주의 극장가에 로맨스가 찾아왔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시간여행과 첫사랑이라는 흔한 소재를 이용해 드물었던 멜로 감성을 깨우는 영화다. 김윤석, 변요한이라는 멜로와 친하지 않았던 배우들을 활용해 뜻밖의 공감을 빚어낸 영화이기도 하다.
“삶은 당신이 잠들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한 눈먼 노인의 말을 시작으로 의사인 수현(김윤석)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잠드는 일을 거듭하게 된다. 노인이 준 10개의 알약을 삼키고 잠이 들면 1985년 부산, 30년전 과거에서 깨어나게 된다. 하필 그 시절 그 장소로 돌아간 것은 이유가 있다. 그는 젊은 시절의 자신(변요한)을 만나 첫사랑 연아(채서진)가 사고로 죽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을 어그러뜨리고 한 사건을 바꿀 경우 30년의 인생 또한 차례로 어그러질 위험에 처한다. 젊은 시절의 자신을 설득해 어떤 실수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살아본 나와 그렇지 않은 나, 두 개의 자아가 대립한다는 것은 기욤 뮈소 원작 소설의 주제와 동일하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시간 여행이 비교적 성공적인 것은 두 배우가 빚어내는 긴장 덕분이다. 일찍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지 못했고 이제는 그 자신이 죽음에 다가선 나이가 된 남자의 역할을 김윤석이, 불안정하고 참을성도 없지만 포기할 줄 모르는 젊은 수현의 역할을 변요한이 맡아 대립하면서 그들의 존재감은 미묘한 균형을 이룬다. <검은 사제들>에서 나이든 사제 역을 맡았던 김윤석과 <소셜포비아>와 <미생>에서 좌충우돌하던 변요한의 이미지가 영화에 보탬이 됐다. 또 2인1역이기 때문에 로맨틱한 장면에선 변요한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에선 김윤석이 주도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감정이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자연스레 분업하기도 한다.
영화를 만든 홍지영 감독은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먼저 김윤석이 주연으로 결정된 뒤 그와 닮은 사람을 찾았다. 키와 전체적인 체격 느낌이 비슷할 것 등 몇 가지 기준이 있었는데 내게는 그중에서 눈이 가장 중요했다. 변요한은 굉장히 에너지가 있는 눈을 갖고 있어서 둘이 쏘아볼 때도 절대 김윤석에게 밀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김윤석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김윤석을 로맨스물 주인공으론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이 내겐 큰 보탬이 됐다. 무엇을 만들든 새로워보일 것 같았다. 그런데 만나면 만날수록 이 사람이 아주 로맨티스트라는 사실을 알았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그가 보인 모습은 반쯤은 연기겠지만 반은 그의 생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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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성공적인 로맨스물일 수 있었던 건 적극적으로 운명을 조련하려 드는 새로운 여주인공 캐릭터에 힘입은 바 크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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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원작과 비슷하다면 여주인공은 원작과 달리 새롭게 만들어진 캐릭터다. 소설에서 그들이 사랑했던 수의사 일리나는 죽음을 택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한국 최초의 여자 동물조련사로 설정된 연아는 자꾸 도망가려는 수현의 손을 붙잡는다. 사랑을 계속하도록 이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삶을 지속할 용기를 주는 여주인공은 새로운 느낌을 전한다. 홍지영 감독은 “첫사랑의 관념에 묻힌 여주인공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관계를 이끄는 사람, 남자들보다 더 용기있는 여자, 이 시간여행의 시작이자 끝인 사람을 만들어내고 싶었다”며 “이야기를 이끄는 것은 남자들처럼 보이지만 관계 모두를 포용하고 이끄는 것은 여자”라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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