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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29 20:15 수정 : 2016.11.30 08:21

12월 1일부터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출품작 1039편 역대 최대 규모로 몰려
2030 청년감독들의 자전적 다큐 눈길

젊은 영화의 성지, 42번째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가 12월1일부터 시작한다. 올해 서독제의 출품작 수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39편.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와 주제를 가진 신예 감독들이 유독 눈길을 끈다. 서독제 장·단편 상영작 114편 중 눈에 띄는 20대 청년 감독들의 영화를 통해 한국 영화의 흐름을 짚어봤다.

<가현이들>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제공
<천에 오십 반지하>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제공

<노후 대책 없다>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제공

내 삶에서 시작한 다큐 젊은 감독들의 진출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다큐멘터리다. 세 명의 ‘가현’이 이야기를 통해 ‘알바 노조’를 소개하는 영화 <가현이들>(감독 윤가현, 새로운 선택 부문)은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이십대 여성들의 삶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서울의 펑크 밴드들이 도쿄에서 역대 가장 크게 개최되는 하드코어 펑크 음악 페스티벌에 초대받으면서 시작하는 <노후 대책 없다>(감독 이동우, 경쟁장편), 서울에서 자취할 곳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천에 오십 반지하>(감독 강민지, 새로운 선택) 등은 투쟁 현장이나 역사적 사건을 쫓던 기성 다큐멘터리 작가들과는 소재부터 다르다. <가현이들>은 최저임금을 받기 위해 싸우는 과정을 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감독과 친구들의 개성이 중심이며, <노후 대책 없다>에선 현실에 지지 않고 질러대는 음악가들의 에너지가 스크린 밖으로 뛰쳐나온다.

<홍어>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제공

<연애경험>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제공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제공
<미용실>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제공
여자들, 주인공이 되다 극영화 분야는 지난해에 이어 여성 영화가 확장 일로다. 여성 직장인 처지에서 접대 문화를 바라보는 <홍어>(감독 연제광, 경쟁단편), 29살 모태솔로 여성이 받는 연애 압박과 사회적 시선을 이야기하는 <연애경험>(감독 오성호, 경쟁단편), 미용실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두 젊은 여성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담은 <미용실>(감독 구지현, 특별초청), 레즈비언 커플의 가족계획을 그린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감독 정지윤, 특별초청) 등은 여성 영화가 감수성과 일상의 문제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씩씩하고 경쾌한 에너지 소재뿐 아니라 색깔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들 20대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는 절벽 앞에 선 것처럼 아찔한 현실을 그리고 있지만 주인공들은 대부분 웃으며 이런 현실을 이야기한다.(<가현이들> <천에 오십 반지하>) 독립영화를 싸움의 도구로 인식하던 선배들과의 차이점이 보이는 대목이다. <노후 대책 없다>에선 한 뮤지션이 펑크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펑크가 뭐냐면 무지하게 화가 나서 그걸 발산하는 음악이지.” 조영각 서독제 집행위원장은 “자기 삶의 공간에서 사회를 개혁하려는 청년들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8년 촛불 세대인 이들이 노동운동을 하게 되었을 때 생겨나는 새로운 운동의 에너지, 씩씩하고 경쾌한 결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알바왕, 영화감독이 되다

[인터뷰] <가현이들> 만든 윤가현 감독

윤가현 감독.
2013년 5월, 롯데리아에서 일하던 윤가현씨는 ‘알바데이’ 행사장에 섰다. 가현씨는 생계 때문에 하루 4시간만 자고 아르바이트를 2개씩 하던 자칭 타칭 ‘알바왕’이었다. ‘알바 노조’ 활동가가 된 뒤 그는 최저임금 1만원을 외치다가 해고되거나 경찰차에 실려가는 자신들의 삶과 싸움을 영화로 기록하고 싶어졌다. “이런 우리, 괜찮을까?” 질문하는 <가현이들>은 뜨겁기보다는 풋풋하다.

카메라는 절규하는 모습을 담기보다는 조근조근 고민을 전한다. “이건 확실히 노동영화죠. 그런데 지금까지 봤던 노동영화는 너무 어렵고 힘들었어요.” 윤가현 감독은 “너무 어렵지 않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2015년 3월부터 2016년 5월1일 메이데이까지 촬영하면서 감독은 아르바이트로 번 2000만원을 모두 제작에 털어넣었다.

다른 가현의 삶은 어떨까? 2014년 9월, 가톨릭대 법학과에 다니던 이가현(23)씨는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유니폼을 입고 ‘맥노예’로 살았던 삶을 이야기했다가 해고됐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던 또 다른 이가현(22)씨도 단체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레드아이에서 해고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윤 감독은 “좋은 대학을 다니는 두명의 가현씨가 왜 이런 활동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우리는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가지고 같은 선에 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가현이들>은 청년들이 친구를 발견하는 연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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