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26 16:07
수정 : 2016.10.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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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6일 부산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이 끝난뒤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영화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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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1심서 횡령 인정 집행유예 선고
“개인 이득 취하지 않았지만 처벌 불가피”
영화인들 “정치 보복에 손든 처사”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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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6일 부산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이 끝난뒤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영화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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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유죄 판결에 그동안 이 전 위원장의 명예회복을 요구해온 영화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상당수 영화인들의 불참 속에 ‘반쪽짜리’로 치러졌던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에도 암초가 드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지방법원 형사3단독(윤희찬 부장판사)은 26일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재임하면서 허위로 협찬금 중개계약을 맺은 뒤 중개수수료를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기소된 이 전 집행위원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짜 중개계약서를 통한 중개수수료 지급을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이 전 집행위원장과 영화제 전·현직 사무국장 등이 서로 짜고 허위 중개업체를 내세워 협찬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2750만원을 해당 업체에 지급하도록 했다며 이들을 기소했다. 이 전 집행위원장은 재판에서 “중개수수료 지급을 결재한 사실이 없으며 묵인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지급하지 말고 적절한 방법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검찰 판단을 받아들였다.
당초 무죄 아니면 벌금형에 그칠 것으로 보던 영화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 유지태, 김의성 등 서울에서 내려간 영화인과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로 꽉 찬 법정은 판결이 내려지자 얼어붙었으며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9개 영화단체 연대회의는 성명을 내어 “재판부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손을 들어준 것에 심히 유감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화계는 검찰 기소 자체가 2014년 부산영화제 때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 <다이빙벨>을 부산시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영한 데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규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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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끝난뒤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한 영화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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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집행위원장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 당혹스럽다. 변호인과 상의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 강윤희 변호사는 “피해액수나 경위등에 비추어보면 양형도 과다하다”고 밝혔다. 오석근 전 부산영상위원장은 “‘개인이 이득을 취한 일이 없지만 위법’이라는 재판부 판단은 행정적 주의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을 처벌하는 것”이라며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항소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엣나인 필름 정상진 대표도 “이용관은 개인이 아니라 검열에 저항한 영화계의 아이콘”이라며 명예회복 운동을 계속해나갈 뜻을 밝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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