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9 14:08
수정 : 2016.10.20 02:31
20일 개봉 <걷기왕> 심은경 인터뷰
|
<걷기왕>에서 심은경이 연기한 만복이. 씨지브이아트하우스, 인디스토리 제공
|
심은경이 저예산 독립영화 <걷기왕>에 출연한 것은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써니> <수상한 그녀> 등 흥행작의 주역이자 <널 기다리며>에서 단독 주연을 맡은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은 20대 여배우가 선택한 의외의 행보다. 14일 오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심은경은 <걷기왕> 경기 장면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평범한 소녀의 숨겨진 재능 발견, 노력을 통해 변화하는 인간, 인간이 보여주는 스포츠의 쾌감…. 영화 줄거리에서 예상되는 이런 내용은 <걷기왕>에 없다. 결정타는 심은경이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는 장면이다. 강화도에 사는 만복(심은경)은 선천성멀미증후군으로 모든 탈것을 못 탄다. 학교를 2시간이나 걸려 다니는 만복이가 걷기에 재능이 있다는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육상부에 들어간다. 결원이 생겨 전국대회에 출전하게 된 만복이는 며칠을 걸어 경기가 열리는 서울에 도착한다. 경기 초반 무리해서 달리던 만복이는 후반이 되자 지쳐 떨어진다. 그리고 경기를 포기한다. 경기장에 누워서 하늘을 여유롭게 바라본다.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방법이 보통의 영화와 완전 반대다. 심은경은 영화를 찍는 내내, 또 영화를 찍고 나서도 이 장면에 대한 감동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출연한 영화를 볼 때 연결들이 맞는지, 감정선들이 잘 맞는지 등 냉정하게 보는 편인데 이번 영화는 울 뻔했다.”
기자간담회에서 ‘끈기 있게 노력하는’ 육상부 선배 수지 역의 박주희는 “은경이가 그런 타입인 것 같더라. 촬영을 하면서 집요할 정도로 파고드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생각하며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심은경의 ‘집요함’은 이런 에피소드로도 알 수 있다. <부산행>에 ‘1번 좀비’로 깜짝 출연했는데, 감독에게 ‘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임팩트 있게 스타트를 끊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액션스쿨 가서 와이어액션을 며칠씩 연습”했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심은경을 흔들었다. “<수상한 그녀> 이후에 고민이 많았다. 흥행도 느껴봤고, 많은 관객들이 감사하게 칭찬도 많이 해줬는데 반면에 혼란이 찾아왔다. 객관적인 시선을 잃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판단을 못하겠더라.” 그 순간에 <걷기왕> 시나리오를 보았다. “나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내가 중심을 잃고 남의 시선에 치중해서 연기를 했구나 깨달았다. <걷기왕> 때는 가볍게 찍는다 생각하고 캐릭터 설정도 나의 경험 감정을 되살려서 녹여냈다.”
그러고 나니 <걷기왕> 이후 마음이 달라졌다. “어릴 때는 연기만 하면서 살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새는 끝까지 연기를 안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거나 하기 싫으면 안 할 수도 있는 거다.” 걱정스러워하는 반응에 바로 덧붙였다. “연기를 안 하진 않겠죠. 미래를 생각한다기보다는 이 순간을 즐기고, 행복한 게 우선인 것 같다.”
저예산 독립영화에 출연한 소감도 똑 부러졌다. “평소에 다양성 영화를 많이 본다. 이런 영화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걷기왕>뿐 아니라 한국 영화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20일 개봉.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
심은경. 씨지브이아트하우스, 인디스토리 제공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