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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17 16:26 수정 : 2016.10.17 16:38

북한 보위부 직파간첩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던 홍강철씨가 지난 2월 19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은뒤 법정을 나서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홍강철 “지금도 간첩 만들기 진행중”
최승호 PD가 만든 다큐 <자백> 관람기 페이스북에 올려

북한 보위부 직파간첩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던 홍강철씨가 지난 2월 19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은뒤 법정을 나서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금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선 간첩 만들기가 진행형입니다.”

국가정보원의 간첩조작 사건 실체를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북한 보위부 직파간첩으로 지목됐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홍강철 씨가 <자백>의 관람 후기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홍강철 씨는 1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국엔 저를 아는 탈북자는 너무나 많고 국정원은 나에 대해서 너무나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래도 전 간첩으로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백>을 지금까지 4번 봤는데 3번은 엄청 울었다“며 “스크린에 올라오는 무죄로 판명된 수많은 간첩사건들을 보면서 과거사에 대한 청산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밝혔다.

홍강철 씨는 또 “영화를 보면 1960~70~80년대의 안기부, 보안사의 방법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지금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선 간첩 만들기가 진행형”이라고 비판했다.

영화 <자백>은 2012년 탈북한 화교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가 국정원에 의해 간첩으로 내몰렸다가 누명을 벗게 된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뉴스타파>의 최승호PD가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 최승호 감독은 2013년 4월 <한겨레> 보도를 통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최승호 감독은 40개월간의 끈질긴 취재 끝에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모두 거짓임을 밝혀내 영화 <자백>에 담았다.

<자백>은 개봉 전부터 미국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도 소개될 만큼 주목을 받았다. 지난 13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7위(10월 16일 기준 누적 관객 수 5만 8024명)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홍강철 씨는 “많은 분들이 <자백>을 보시고 ‘깨끗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민들레’ 변호사님들과 ‘뉴스타파’를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고 했다.

홍강철 씨는 북한에서 탈북 브로커로 일하다 2013년 9월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후 국가정보원이 탈북자 합동신문센터(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그를 조사하던 중 국가보안법상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불과 반년 만에 법원은 홍강철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하는 홍강철씨 글 전문

<자백> 관람 후기

제가 탈북한 후 연길에 있을 때 브로커가 한 말입니다.

브로커는 밀수하러 회령에 갔다가 주민들의 신고로 회령 보위부에 체포되어서 간첩으로 몰려 구류장에 정중히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도보위부에서 간부가 내려 왔는데 브로커 몸에 문신(용)이 있는 것을 보고 간첩이 아니라고 했답니다.

문신하고 간첩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했더니 북한 보위부 간부가 회령 보위부 지도원들에게 하는 말이 일반 사람들 눈에도 쉽게 띄는 용문신을 하고 다니는 놈이 뭔 간첩이라고 하냐는 거죠.

결국 무죄로 풀려나서 집으로 무사히 왔답니다.

국정원에 있을 때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 말을 했었습니다.

한국엔 절 아는 탈북자는 너무나 많고 국정원은 나에 대해서 너무나 쉽게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전 간첩으로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전 위에서 말한, 간첩으로 몰린 중국 브로커를 간첩이 아니라고하고 풀어준 북한 보위부 직원처럼 국정원 직원들도 상식적이었으면 합니다.

정신 쫌 차리세요.

탈북자는 한국 사회에서 중국 조선족보다도 못한 처지에 있습니다.

<간첩>은 그 어떤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잠입하겠죠.

국정원은 북한이 한전설계도면도 해킹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북한은 간첩을 보내지 말고 해킹만 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인터넷에 들어가면 일반인들도 거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죠.

그러면 북한이 간첩을 파견할 이유는 더욱 없어보입니다.

<간첩>은 컴퓨터 정도는 자유자재로 다루어야겠죠.

보안경찰이 만들어준 이메일로 간첩행위를 했다고하는 “미녀 간첩”도 있습니다.

간첩이 이메일 주소도 만들줄 몰라서 자길 감시하는 경찰에게 부탁하다니요.

저도 1심 무죄 판결 후 감옥에서 나와서 박준영 변호사님에게서 컴퓨터를 배웠습니다.

훗날엔 구청 정보도서관에도 가서 배웠어요.

우리가 알고 있듯이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인공위성을 쏴올리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의 간첩들이 컴퓨터도 다루지 못한다구요?

<자백>을 지금까지 4번 봤는데 3번은 엄청 울었습니다.

몇십년 동안 우리말을 하지 않았다는 김승효분.

우리말을 하는 순간엔 정말 엄청 울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도 부둥켜 안고 울었을 겁니다.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은 조국, 그 조국을 배우라고 등을 떠민 부모님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으면 몇 십년 동안 우리 말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도 우리 말을 잊진 않았더라고요.

그게 바로 민족성이겠죠.

스크린에 올라오는 무죄로 판명된 수많은 간첩사건들을 보면서 과거사에 대한 청산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간첩사건의 공통점>

영화를 보면서 6~70, 80년대의 안기부, 보안사의 방법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간첩으로 만들 사람은.

1. 간첩으로 만들다가 죽었을 시에도 한국에서 문제 제기 할 사람이 없는 사람.

2. 간첩으로 만들어도 문제 제기 할 사람이 없는 사람.

3. 협박이나 회유가 통할 수 있는 사람.

4. "헛 똑똑이"로 힌트를 주면 깨닫을 수 있는 사람.

5. 나 처럼 술 담배를 좋아하는 바보들.

지금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선 간첩 만들기가 진행형입니다.

많은 분들이 <자백>을 보시고 “깨끗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민들레” 변호사님들과 “뉴스타파”를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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