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6 16:42
수정 : 2016.10.16 20:46
첫 민간 주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규모 축소됐지만 작품성·대중성 승부
상영관 열기는 후끈…관객 16만5천명
“초기 영화제의 소박한 풍경과 비슷”
‘이용관 전 위원장 명예 회복’ 화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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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2년의 갈등 끝에 열린 이번 영화제는 부산영화제의 저력과 앞으로의 과제를 동시에 드러냈다. 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지난 6일 개막식 모습.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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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민간 주도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가 1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15일 폐막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2년 동안의 싸움 끝에 치러진 영화제로 새로운 정관과 김동호 민간 이사장 체제로 변화를 다졌지만 앞으로 독립적·지속적 운영을 위한 과제 또한 남겼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축소된 규모였다. 올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16만5149명으로 지난해 22만7377명에 견줘 크게 줄었다. 검찰이 집행위원회 간부 4명을 기소하는 등의 악재에 시달리던 집행위원회는 부산시가 김동호 이사장 임명에 합의한 5월이 되어서야 영화제 준비에 들어가면서, 규모 축소는 일찍부터 예견되어 왔다. 게다가 지난해는 천만 영화 <암살> <베테랑>의 배우들이 영화제를 찾는 등 레드카펫이 스타들로 붐볐던 데 비해 올해는 영화 단체 4곳이 불참해 한산한 느낌을 주었다. 공식 게스트로 영화제에 참가한 국내 영화인 숫자는 2640명으로 작년보다 600명 줄었다. 개막 전날,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해운대구 바닷가에 설치한 야외무대가 떠내려가고, 예산 부족으로 남포동에서 영화가 상영되지 못하면서 영화의전당에서만 행사가 열렸던 것도 축제 분위기를 위축시킨 원인이다.
그러나 영화제는 이미 해외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이 검증된 영화들로 관객들을 불러모으는 정공법을 썼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비롯해 <줄리에타> <퍼스널 쇼퍼> 등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작품들이 대거 초청됐으며 에마 스톤이 베네치아(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라라 랜드>,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일본의 또 다른 흥행작 <신고질라> 등 인기작들이 이어지면서 영화의전당 티켓판매소 앞에는 표를 사기 위해 밤을 새우는 긴 줄이 서기도 했다. 배우 김의성씨는 “레드카펫에 쏠리는 눈길이 줄어들고 영화를 보려는 경쟁이 높아진 풍경은 초기 부산영화제의 소박한 풍경과 비슷하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영화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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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폐막식에서 김동호 이사장(왼쪽)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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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집행위원장은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올해 영화제는 프로그래밍의 승리다. 예산 삭감으로 지난해보다 객석이 3만7000석 작아지는 등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300편 가까운 작품 규모를 지켜낸 게 기쁘다. 폐막 전부터 영화제에서 상영된 한국영화들에 해외의 초청이 잇따르는 것을 보면서 올해 영화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영화제가 열린다는 확신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기업 협찬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며 “그러나 영화제가 권력과 상업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기업 협찬보다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정부와 시의 보조가 더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영화제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었던 데는 20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가 쌓아온 신용의 힘이 컸다. 태풍 차바와 지진 소식에도 해외 영화인 677명이 부산을 찾았으며 예산이 줄어든 영화제가 많은 인원을 초대하지 못하자 <오버 더 펜스>에 출연한 배우 아오이 유처럼 자신이 여비를 내고 영화제를 방문한 영화인도 있었다. 47개국 1381명이 참가한 아시아 필름 마켓은 예산은 줄었지만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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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엔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의 성과를 정리, 발표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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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로 전환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영화제 참가를 거부했던 국내 영화인들의 신뢰를 다시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9일 영화제 기간 중 열린 포럼 ‘갑론을박: 비프 사태를 돌아본다’에서 사회를 맡은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영화제 개최와 표현의 자유 사수라는 두 가지 목표는 원래 따로 떨어질 수 없는 것이었지만 집행부 위원들이 기소된 상태에서도 영화제가 열리면서 영화인들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곤란에 처하게 됐다”며 영화계가 처한 딜레마를 말했다. 포럼에 참여한 김조광수 감독은 “한국 감독 80퍼센트가 이번 영화제를 보이콧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개최됐지만 정상화된 건 아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명예를 회복하고 복귀하는 것이 정상화”라고 했다. 영화인들은 26일 1심 최종 공판을 앞둔 이용관 전 위원장을 위한 탄원과 명예회복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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