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1 10:58
수정 : 2016.10.11 10:58
스크린 데뷔 20년 첫 단독주연 <럭키>
오랜 무명·조연 거쳐 꾸준히 성장해와
“유명해지니 연기가 좀더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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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럭키>로 첫 단독주연에 도전한 유해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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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연기도 잘하는데 인간성도 좋아.” 영화 <럭키>에서 그를 이렇게 칭찬할 때 극중 배역이 아니라 진짜 인간 유해진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영화는 지금까지 유해진이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쌓아온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미디·액션·로맨스까지 상영시간 113분을 자신의 모든 장기를 선보이며 달린 유해진을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글쎄요… 친근한 이미지?” 자신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냐는 여러 번의 물음에 돌아온 답은 달랑 이거 하나였다. “몇년 전까지는 나도 이런 점은 좀 매력있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잘 가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만 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조연 아니면 공동주연으로만 출연하다 처음으로 단독주연작을 맡은 이 배우는 “촬영내내 오버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했다. “워낙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 나까지 웃기려고 애쓴다면 영화가 붕 뜰 것 같아서 과장하지 않았다. 말이나 동작으로 웃기는 것보단 상황에서 주는 웃음이 고급진 웃음이라고 생각했다.”
13일 개봉하는 <럭키>는 한 냉혹한 킬러가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기절하는 사고를 당하면서 옥탑방에 사는 가난한 배우 지망생(이준)과 운명이 바뀐다는 이야기다. 기억을 잃어버린 킬러는 칼을 잘 쓰는 능력은 요리에 활용하고, 제이슨 본 뺨치는 싸움 기술 덕에 액션 배우 노릇을 하며 옥탑방 생활에 적응해나간다.
“영화 속 옥탑방이 실제로 제가 살던 곳과 비슷해요. 연극 할 때 아현동 후배집에서 얹혀 살았는데 얼마전 영화 <공조>를 그 근처에서 촬영했어요. 그 집이 아직 그대로 있더라고요. 어떤 사람이 그 집에서 나와서 계단 내려가는 것까지 보면서 서 있었어요.” 1992년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의 이십대는 지독히 가난해서 셋집조차 가져본 적 없던 시절이었다. “(대학로 뒷편) 낙산에서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내가 누울 곳 하나 없나, 서러워하며 내려다본 적도 있었죠. 서울에 와서 늘 후배나 친구 집을 전전하다 영화 <무사> 때부터 살 곳을 얻었죠.” 예능프로그램 고정 출연에 광고도 여럿 찍는 지금이지만, 옥탑방 시절은 그립고도 애틋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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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럭키>에서 유해진은 냉혹한 킬러와 무명배우를 동시에 연기하는데 이는 그동안 다양한 조연을 해온 그의 이미지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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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은 1997년 영화 <블랙잭>에 단역으로 출연했다가 욕을 차지게 구사하는 바람에 이후 여러 배역을 맡으며 커나오게 된 이력이 있다. <럭키>는 스크린 데뷔 20년째에 만난 첫 단독주연작인 만큼 여러 모로 공을 들였다. “배우들이 모두가 의견을 많이 냈고 나도 그랬다. 완성된 영화가 원작인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은 물론 시나리오와도 달라진 건 그 때문이다. 특히 기억이 돌아온 킬러가 자신의 집을 다시 찾아가는 장면을 찍을 땐 마치 영화동아리 하듯 감독과 배우들이 이야기를 같이 만들어냈던 좋은 기억이 있다.”
온국민이 알아보는 예능 스타가 되면서 “연기가 좀더 어려워졌다. 티브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순 없어서 심사숙고하게 됐다”는 그는 내년 개봉될 <공조>와 <택시운전사>에서도 공동주연을 맡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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