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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7 13:51 수정 : 2016.09.27 20:46

정우성과 김성수 감독의 네번째 만남 ‘아수라’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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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나쁜’ 것은 지는 것이다. 극악해야 한다. 극악한 것이 더 극악한 것들과 경주를 한다. 아수라판이다. 김성수 감독은 “왜 똘마니들은 보스에게 충성을 다할까, 무슨 사정이 있을까를 따라가보고 싶”었던 데서 영화 <아수라>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 똘마니가 정우성(한도경)이다. 김성수 감독과 <비트>와 <태양은 없다> <무사>를 함께한 뒤의 네 번째 합작이다.

한도경이 ‘권력의 개’가 된 것은 약점이 많아서다. 아내는 말기 암에 걸렸다. 가늠할 수 없는 병원비는 아내의 이복오빠이자 안남시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대가는 크다. 박성배는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는 벌금형을 받았다. 2심 전 도경은 정보원 작대기(김원해)를 시켜 불리한 증언을 할 증인을 사라지게 한다. 작대기에게 대가를 건네는 현장에 황 반장(윤제문)이 나타난다. 작대기는 마약 주사기를 꽂고 미쳐 돌아다니고 황 반장은 사건 냄새를 맡고 쫓아오고 도경과 형님동생 하는 사이인 경찰 후배 선모(주지훈)는 사정을 모른 채 치달린다. 도경은 “씨발”거리며 패닉에 빠진다. 결국 5만원권 지폐가 뿌려진 옥상, 도경이 철조망에 밀어붙인 황 반장은 2층에서 떨어져 즉사한다. 도경의 또 하나의 약점이 생긴다.

안남시는 재개발이 한창이고 누가 더 크게 먹을 건가를 두고 두 패로 갈려 싸우는 중이다. 박 시장의 반대편에 재개발위원회가 있고, 2심에서 물을 먹은 검찰도 한통속이다. 검사 김차인(곽도원)은 도경의 약점을 잡고 육박해온다. 시장은 또 다른 약점을 잡고 한결같은 충성심을 요구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등바등하는 ‘조금 나쁜 놈’ 도경은 영화를 여는 내레이션처럼 “살기 참 힘들다”.

<아수라>의 한도경(정우성)은 약점을 내비친 뒤 끊기지 않는 폭력의 연쇄고리 안으로 들어온다. 사나이픽처스 제공
아수라는 지옥에 떨어진 사람이 가는 곳 중 하나다. 환경으로는 살 만하다지만 모이기만 하면 싸움질을 해대니 못 살겠는 곳이 된다. 탐욕으로 지옥이 되는 곳이다. 영화는 현실의 아수라를 세분화된 권력관계를 통해 재정의한다. 지방대 출신 검사는 부장검사에게 비굴해지는 한편에서 젠틀하게 검찰 수사관의 충성심을 조종하고 변덕부린다. 서열이 정리가 안 된 조무래기들은 정리는 헌신짝처럼 버리고 충성 경쟁을 벌인다. 시장은 폭력의 판을 만들고는 ‘스토리’로 가공해낼 수 있기에 권력자다. 영화는 권력의 요체를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과 ‘다른 사람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으로 세분화해 다가간다.

폭력의 아수라는 여러 장치를 통해 현실감을 극장 안으로 전달한다. 카메라는 시선을 피하거나 클로즈업 없이 때린 데 또 때리는 액션을 묵묵히 보여준다. 때리는 소리는 조용한 가운데 낮게 깔린다. 비주얼 효과에서도 피가 많아서가 아니라 ‘피의 구성 성분’ 때문에 놀라게 된다. 피는 심장 박동과 함께 뿜어져 나오고 몸속 하얀 액체들이 함께 솟구친다. 이런 묘사들이 감각을 얼얼하게 만든다.

리얼한 폭력 묘사에 거부감을 느낄 관객들도 많을 법하다. <씨네21> 20자평에도 “지치고 질린다”(박평식), “투 머치”(한동원), “진귀하면서도 피곤한”(송경원) 등의 평이 올라와 있다.

누가 질문을 하는가, 누가 누구를 만질 수 있는가는 <아수라>에서 권력의 성질로 보여주는 요소다. 권력자 박성배 시장(황정민)은 도경을 자기 몸처럼 조종할 수 있다. 사나이픽처스 제공
김성수 감독은 ‘얼얼함’을 노렸다고 말한다. “폭력에 물든 세계가 궤멸하는 이야기인데, 멋지게 묘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액션의 통쾌함보다 통렬함을 그리려 했다. 맞은 도경을 향해 ‘많이 괴롭고 아프죠’라고 할 때 도경처럼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도록 하고 싶었다. 그런 아픔을 느낄 수 있어야 도경의 심정으로 악에 대항해야겠다는 생각에 동감하리라 생각했다.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색다르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도경과 폭력단 무리의 차 추격 장면은 함께 달리는 듯한 속도감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차체를 훑고 차 안과 밖을 관통하는 카메라 워킹은 잊지 못할 장면을 만든다. 이런 리얼함이 기존의 역들을 한번 더 반복한 주요 배역들을 새롭게 보이게끔 한다. 18살 관람가. 28일 개봉.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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