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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1 16:32 수정 : 2019.10.02 11:48

'댄싱9', 마이리틀 텔레비전의 제이블랙, 청하의 안무 등 스트리트 댄스는 점점 영향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K-POP 안무에서도 스트리트 댄스를 엿볼 수 있으며, 국가 공식 행사에도 초청받을 만큼 스트리트 댄스는 문화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댄서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본인만의 스타일로 관객을 압도하는 윤지는 마스터피스, 어나더 스타, 코리아와커스로 활동하는 왁킹 댄서다. 워크숍, 행사 심사위원, 퍼포먼스, 프로모션 영상 제작, 쇼케이스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윤지를 만나 춤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스트리트 댄스란 어떤 춤인가요?

스트리트 댄스는 클럽, 길거리에서 시작된 춤이에요. 그래서 발레나 순수 무용 같은 춤보다 더 자유로운 문화를 가진 게 특징이에요. 스트리트 댄스에는 팝핀, 락킹, 왁킹, 하우스, 크럼프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이 있어요. 각 장르마다 고유한 기본기가 있는데, 그런 기본 동작들이 장르를 대표하는 거예요.

언제부터 춤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춤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흥이 많고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아이였죠. 하지만 댄서가 직업으로는 힘들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지 고3이 되기 전까지는 평범하게 공부만 했어요. 그런데 고3 때 앞으로의 진로나 방향을 생각해보니 춤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부모님께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 말씀드렸죠.

고3 때 진로를 바꾸는 게 불안하지는 않았나요?

춤을 추면 잘될 거라는 생각보다 춤을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댄서를 해서 돈은 어떻게 벌지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았죠. 어려서 그런 부분에 대해 잘 몰랐거든요. 그렇게 고3 때부터 오로지 열정만으로 전문적인 댄서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제 본가가 군산인데, 당시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 전주까지 가서 수업을 들었어요. 그리고 장기자랑이든 작은 대회든 가리지 않고 나갔죠. 부모님께서도 이런 능동적인 모습을 보고 믿어주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댄싱9'에 참가한 이유도 그 때문인가요?

'댄싱9'에는 우연한 기회로 참가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댄싱9' 시즌 1에서 댄스스포츠를 췄던 소문정이 초등학교 동창이라 같이 연습도 하고 생방송 응원도 가서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죠. 그러다 시즌 2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방송작가님께서 전주 학원에 있는 제 영상을 보고 출연해줄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댄싱9' 시즌 2 예선에 참가하게 됐어요. 그때는 장르를 정하기 전이라 프리스타일로 나가서 막춤을 췄었죠.(웃음)

'댄싱9'이 방영됐던 당시 고3이었잖아요. 방송 이후에는 예대 입시로 바빴겠어요.

네, 그렇죠. 예대 입시는 일반 대학교 입시하는 분들이 시험을 보거나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듯이 실기 시험 때 1분 30초 이내의 작품을 준비해가야 해요. 실기를 본 후, 면접까지 합격하면 입학을 하게 되는 거죠.

대학에서는 왁킹을 전공하신 건가요?

실용댄스과를 전공했어요. 시험을 볼 때부터 왁킹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고, 장르가 정해져 있지 않은 작품을 해서 입학하는 경우도 있어요. 대학에 가서 바뀌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대학에서 선택했다기보다는 고등학생 때부터 저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께서 제게 왁킹이 잘 맞는 것 같다고 강력하게 추천해주셔서 왁킹을 시작하게 됐어요.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정말 열심히 했어요. A 플러스도 많이 받았고요.(웃음) 수업이 대부분 실기 위주긴 한데 예술사나 이미지 메이킹, 예술 관련된 교양 수업도 들었고, 락킹, 왁킹을 비롯한 각 스트리트 장르, 순수무용, 발레, 탭댄스, 댄스스포츠도 배웠어요. 다른 장르의 댄서 친구들과 교류하고 서로의 문화도 이해하면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았죠. 이때 배웠던 것들이 지금도 도움이 많이 돼요. 모든 춤은 동작이나 리듬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롤모델이 있었나요?

아뇨. '특정 선생님처럼 돼야지보다 이 선생님의 어떤 점을 배워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못하는 부분을 채우는 데 집중했고 저라는 사람을 만드는 데 집중했었거든요. 그래서 여러 선생님께 배우고, 그걸 제 스타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댄서분들한테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존경하는 댄서분은 정말 많죠.

그럼 본인의 스타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의 시그니처라고 하면 아무래도 표정을 꼽을 수 있겠네요. 다들 제 표정을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제 춤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나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표정에서 나오나봐요. 순간에 몰입하는 모습, 강한 에너지 이런 것들을 통해 희열을 드릴 수 있는 댄서가 저의 스타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런 짜릿함을 드리는 댄서가 되고 싶고요.

➊2017년도 Waacker’s night vol.7 왁킹 배틀. ➋지난해 대만에서 개최한 C'est La Waack Vol.6에 참가한 윤지. ➌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Dance vision vol.7에서 팀배틀을 하는 모습.

졸업하고 왁킹 댄서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2017년도에 열린 ‘왁커스 나잇’이요. 이 행사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왁킹 배틀이에요. 졸업하고 난 뒤, 그렇게 큰 규모의 배틀에는 처음 나간 거였는데 그 대회 덕분에 저를 많은 분께 알리게 됐죠. 그때부터 중국, 대만 등 외국에 있는 행사에도 나가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많은 행사에 참가하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다면요?

이것도 2017년도 ‘왁커스 나잇’이요.(웃음) 배틀 전날 아치 버넷이라는 미국의 OG(Old Generation) 댄서가 행사 전에 워크숍을 했었어요. 당시 저는 ‘난 긴팔을 입어야 더 잘 출 수 있어’, ‘날씬하지 않으니까 치마는 절대 못 입어’ 등 스스로를 가두는 기준이 많았어요. 그래서 워크숍을 할 때에도 운동화만 신었어요. 그게 춤이 잘 춰지니까요. 왁킹은 디스코에서 시작된 춤이라 구두를 신는 게 기본인데도 말이죠. 그런데 그 워크숍에서 OG 댄서분이 구두를 신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구두를 신으면 미끄럽고 위험해서 신기 무섭다고 했더니 ‘그건 구두가 아니라 네 춤이 그런 거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아, 내가 핑계를 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구두를 사뒀었는데 겁나서 못 신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음 날, 배틀에서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민소매, 반짝이 옷에 구두를 신고 배틀을 나갔어요. 그리고 제 인생에서 제일 신나게 배틀을 했고, 결국 그 배틀에서 우승했어요. 결과를 떠나서 짜릿한 도전의 맛을 알게 됐죠. 스스로를 깨고 나온 기분이었어요.

여러 행사에 참가하려면 체력관리는 필수겠네요.

요즘 주변에서 몸 챙겨야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어머니께서도 계속 영양제 같은 것을 챙겨주시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쉬는 타이밍을 만들려고 하죠. 쉬고 비워야 채울 수 있으니까요. 새벽 연습도 무리하게는 안 잡고 낮에 움직이면 밤에는 꼭 쉬는 식으로 체력 안배를 하고 있어요. 몸이 재산이니까요.(웃음)

슬럼프는 없었나요?

2017년도에 대회에서 우승도 하고, 행사도 나가면서 감사한 일이 많았지만,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주변의 시선에 대한 부담이나 압박이 있었나 봐요. 배틀에 나가면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상대는 누구였는지 묻고 저의 춤보다 승패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말 때문에 작은 결과에도 일희일비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정신적인 부담을 갖고 춤을 춰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러던 중, 중국에 가서 어린 댄서를 만났어요. 워크숍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그 아이가 통역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불러오더니 나중에 꼭 저를 만나러 올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어요. 그런 순수한 응원과 지지가 간절했었나 봐요. 그 아이의 말이 ‘지금 잘하고 있으니까 괜찮아.’라는 말로 들리더라고요. 그때 남들이 제게 무슨 말을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했죠.

자신에게 춤이란 어떤 것인가요?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매번 어려워요. 다른 분들은 열정의 근원, 삶의 원동력, 활력,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것, 나를 보여주는 표현 방식이라고 하시는데, 저에게도 다 해당되는 말이에요. 그래도 정의를 내려본다면 저에게 춤이란, 성격처럼 제 안에 원래 있던 것, 운명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춤이 인생에 언제나 함께해왔던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윤지 그 자체.

어떤 댄서가 되고 싶으세요?

무대에서 항상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댄서가 되고 싶어요. 관객들이 제가 나온다는 말만 들어도 ‘이번 무대 재밌겠다’라고 하실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리고 제가 춤으로 풀어내는 이야기에 관객들이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으면 더 좋겠죠. 또, 제가 선생님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성장해온 만큼 저도 후배들에게 좋은 길을 내주는, 모범이 되는 댄서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사실 10년 뒤 계획은 아직 없어요. 춤을 처음 시작할 때, 연습실이 없어 청소년 수련관에 있는 헬스장에서 연습하면서 ‘정말 열심히 해서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춤으로 이야기하고 많은 사람과 에너지를 공유하는 사람이 되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정말 그런 삶을 살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 삶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나중에 세대가 바뀌고 다른 친구들이 제 자리에 올 걸 알고 있다 보니 지금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이 여정을 좀 길게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 그래서 이윤지라는 댄서를 좀 더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많이 보고 들으면서 스스로를 채우려고 하죠.

직업으로서 댄서는 어떤가요?

취미로 춤을 출 때와 가장 다른 점은 수입이 있다는 거겠죠. 그리고 그 수입은 누군가 제게 시간과 돈을 투자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헛되지 않도록 좀 더 책임감을 갖게 돼요. 그래서 제 실력을 더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게 되죠. 또, 말이나 행동을 좀 더 조심하려고 해요.

댄서를 꿈꾼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배우는 게 가장 첫 번째죠. 만약 춤을 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원하는 스타일, 장르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연습을 시작하세요. 사람마다 춤을 시작하는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청소년이라면 예고나 예대에 진학할 수도 있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일을 하면서 실력을 쌓고 행사나 배틀에 참가하면서 댄서로서의 길을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댄서로서 자질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경쟁이잖아요. 댄서 중에서도 빛을 보고 원하는 삶을 살고,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사람이 정말 소수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스스로의 가능성이나 자질을 판단하는 건 위험한 것 같아요. 물론 스스로를 성찰하고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요. 같은 나이인데 우승하는 친구를 보면서 조급할 순 있겠지만, 그걸 기준으로 삼고 남과 나를 비교하고, 스스로를 판단하면서 자신을 한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처음 춤을 시작했을 때의 열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춤을 사랑하고, 춤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부 댄서니까요.

연습하는 팁이 있다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연습을 재밌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유튜브에서 우연히 발견한 노래나 K팝, 영화, 뮤지컬 등 주변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춤으로 표현해보려고 해요. 또, 연습을 시작할 때 ‘오늘은 팔만 사용해봐야지, 스텝만 사용해봐야지 이런 식으로 몸을 써봐야지’라는 목표를 설정해두고 처음에는 느린 음악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강한 테크닉을 연습하면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려고 하죠.

댄서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려요.

춤을 추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당장 문밖으로 나가서 많이 경험해보고, 도전하면서 행동으로 자신의 열정을 증명해 보이셨으면 좋겠어요. 당장 어떤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과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럼 분명히 성과나 결과는 따라올 거예요. 열정이 있다면, 바로 실천으로 옮기시길 바라요. 꿈이 꿈으로만 끝나지 않게요.

글 김현홍 · 사진 백종헌

김현홍 MODU 매거진 기자 khhong123@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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