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0 15:27
수정 : 2019.02.1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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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아이들은 연기한 배우들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주목받았던 배우 찬희(왼쪽 사진)와 배우 김동희가 최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를 찾았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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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주’ 역 찬희
“연습생 시절 집 도착하면 밤 12시
오디션·연습에 소풍 한번 못가
‘스캐’는 자기만의 꿈 꾸라는 메시지”
‘차서준’ 역 김동희
“하루 5개씩 ‘즉석대사’ 1800개 연습
배우 꿈 정한 뒤 두달만에 10kg 감량
겨우 출발선일 뿐…내일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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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아이들은 연기한 배우들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주목받았던 배우 찬희(왼쪽 사진)와 배우 김동희가 최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를 찾았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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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인 줄 알았어요.”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묘사한 사교육 경쟁 열풍을 알고 있었냐고 물으니 ‘캐슬’에서 나온 아이들은 말했다. “그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어요. 입시 코디가 있는지는 더 몰랐고. 작가님께선 제가 연기한 우주를 통해서는 학업에 목매지 말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자기 꿈을 바라며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듯해요.”(찬희) 하지만 드라마의 교육적 메시지와는 달리 현실은 ‘예서 책상’이 폭발적으로 팔리는 아이러니로 가득차 있다. 찬희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예서는 이제 (책상에서) 나왔는데 시청자들은 들어갔네요…. 좋다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뭐든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찬희)
<스카이 캐슬>이 시청률 1.7%로 시작해 23.8%로 종영한 데는 아역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도 한몫했다. 사교육 시장에 내몰린 아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은 한국 아이들이 처한 경쟁적 현실에 특히 감정이입했다. 비록 입시 코디, 대치동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그들 역시 서울대 의대 만큼 통과하기 힘들다는 ‘연예고시’를 치렀기 때문이다. “그 친구들이 책상에 앉아 공부했던 만큼 전 연습실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 연습을 했어요.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노력하며 산다고 생각합니다”(찬희)
<스카이 캐슬>로 화제몰이한 배우들을 통해 치열한 연예계를 들여다봤다. 특히 주목받았던 ‘황우주’를 연기한 찬희(19)와 ‘차서준’을 연기한 김동희(20)가 최근 각각 공덕동 <한겨레>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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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황우주’를 연기해 인기를 끈 배우 찬희.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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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 입성까지 오디션의 연속 2019년 서울대 의대 정시 경쟁률 3.53 대 1. 찬희와 동희는 그보다 더 치열한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슬’로 들어왔다. 배우들은 ‘아이들’ 역할을 열어놓고 오디션을 봤다. 즉석에서 대사를 주면 즉흥적으로 읽고 연기해야 했다. 김동희는 “처음에는 우주 역할이 하고 싶었다”고 하고, 찬희는 “기준이 역할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디션 현장에서 대사를 주면 바로바로 해내야 했어요. 대학 입시 준비하면서 즉석 대사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껴 하루 5개씩, 총 1800개 정도 연습해왔었는데 그게 도움이 됐어요.”(김동희) 주목받기 전까진 매일이 시험의 연속이었다. 찬희는 7살 때인 2007년 3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예능 <스타킹>에 꼬마 동방신기 멤버 ‘믹키찬희’로 출연했다. “제작진이 어머니 에스엔에스를 보고 연락했어요. 오디션이 뭔지도 모르고 사람들 앞에서 춤 추고 노래 불렀어요. 그땐 무섭기도 했어요.”(찬희) 이후 아역 배우가 되어 2009년 <선덕여왕>, <내 마음이 들리니>(2011), <시그널>(2016), <임금님의 사건수첩>(2017) 등 모두 오디션을 보고 선발됐다. “떨어진 게 더 많아요. 늘 좌절했어요.”(찬희)
예술고등학교를 다닌 김동희는 지난해 초 대학 실기 면접 현장에서 제이와이피(JYP) 관계자 명함을 받았고, 3월 연습생으로 들어가 9월 전속 계약을 했다. 6월 첫 작품인 웹드라마 <에이틴>이 2018년 웹드라마 중 최다 조횟수를 기록했고 두번째 작품 <스카이 캐슬>이 대박나는 등 무명 시절이 없었지만 그 역시 학교에서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을 해오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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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쌍둥이 중 형 ‘차서준’으로 나와 인기를 끈 배우 김동희.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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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이루려고 매일 연습 드라마에서 예서는 “네살때부터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울부짖는다. 이들도 다르지 않다. 집이 대전이었던 찬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기획사와 계약한 이후 줄곧 학교와 연습실만 오가며 살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용인으로 이사오기 전인 중학교 3학년 때까진 혼자서 매일 버스타고 대전과 서울을 오갔어요. 집에 도착하면 밤 12시였죠.”(찬희) 이들의 스케줄도 예서 못 잖다. “연기 몇시간, 춤 몇시간 등 항상 일정표를 세밀하게 짰어요.”(찬희) 2016년 아이돌그룹 에스에프나인(SF9)으로도 데뷔한 찬희는 배우와 가수를 병행하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아이돌 지망생 100만명, 2015년 데뷔 그룹만 60팀(300여명)인데 살아남는 팀은 손에 꼽는다.
각 분야 전문 선생님들과 소속사가 이들의 ‘학습 코디’지만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 찬희는 <스카이 캐슬>을 하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표출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내 생일에 죽고, 누명으로 교도소에 가는 등 살면서 겪어보지 못할 일들을 드라마에서 한꺼번에 겪었어요. 유튜브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모아놓은 영상을 찾아 보며 감정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했어요.” 혜나가 죽었을 때는 “우주가 그랬을 것 같아 실제로 잠도 안 잤고, 밥도 잘 안 먹었다. 입술에 침을 묻혀 부르트게 만들었다”고 한다. 김동희는 “중학교 3학년 때 배우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살이 많이 찐 상태였다. 부모님께 의지를 보여드리려고 두달 만에 10kg을 뺐다. <스카이 캐슬> 하면서도 초반 살이 좀 찐 것 같아 하루에 줄넘기를 점심 먹기 전 1000개, 자기 전 1000개, 총 2000개씩 했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스카이 캐슬> 아이들처럼 꿈을 이루려고 포기하는 게 많았다. 찬희는 “소풍과 수학여행을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예고시’ 합격 이제부터가 시작 이런 피나는 노력 끝에 이들은 서울대 의대 합격 이상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지만, 이제 겨우 ‘연예고시’ 합격의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실력이 늘지 않거나, 스스로 나태해졌다고 느끼면 “잘하자”며 스스로 채찍질하며 여기까지 왔다. 이들은 “연습생 시절을 떠올려 보면 데뷔할 수 있을까 막막한 미래에 불안했다”는데 이제는 많은 이들이 두 사람을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길을 걸을지는 각자의 몫이다. 찬희는 곧 에스에프나인으로 컴백하고 웹드라마 <네 맛대로 하는 연애>에도 출연한다. “장르, 캐릭터 관계없이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김동희는 “두 작품 모두 관심받다보니까 벌써 운을 다 써버린 게 아닐까 불안하기도 하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우를 좋아하는 김동희는 “기본기를 쌓아서 뮤지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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