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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8 18:09 수정 : 2005.01.18 18:09

10·26 사태를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2월 초 개봉을 앞두고 최근 명예훼손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역시 최고 권력자의 시해사건을 다룬 걸작 오페라 한편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1792년에 일어난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의 암살사건을 모태로 만들어졌다.

두 작품 다 최고 권력자가 자신들의 측근으로부터 권총으로 살해된 역사적인 사건을 다뤘지만, 한 사람은 18년 동안 철권통치를 한 독재자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인데 비해 또 다른 비극의 주인공은 백성들을 귀족의 횡포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 18세기의 대표적인 계몽군주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지난 17일 오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지하1층 연습실에는 공연을 1주일 남짓 앞두고 최종 연습에 들어간 <가면무도회>의 200여명의 대규모 출연진과 스태프의 열기로 가득찼다.

제1막 2장의 점장이 울리카와 마을 사람들의 군무 장면이 진행되는 동안 이소영 연출가는 끊임없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발을 쿵쿵 구르면서 격정적인 몸짓으로 주연급 성악가들과 무용수, 합창단들을 독려했다. “여러분들이 자신들의 에너지를 다 발산해야지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아!’ 하는 감동을 받고 나갈 수 있는 것 아니냐!”

<가면무도회>는 지난 2001년 한국 최초의 여성 오페라 연출가인 이소영씨의 연출로 초연돼 현대적인 감각의 세련된 무대와 치밀하면서 극적인 상황 전개로 크게 호평받았던 작품이다. 4년만의 리바이벌 공연답게 연출가 이소영과 무대 미술가 박동우의 콤비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완결판으로 제작했다. 이소영씨는 “새로운 시각에서 2001년 공연과는 또 다른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극적인 장면들에서 과연 리카르도의 시각과 입장이 어떠했는지를 나타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이소영씨 연출 초연작
주인공 리카르도 시각 맞춰 재구성
신기어린 군무와 백·적 대비
25일부터 닷새동안 예술의 전당서


▲ 오는 25일 다시 무대에 올리는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 연습장면. 예술의 전당 제공.



이번 공연에는 올해 32살의 이탈리아 지휘자 오타비오 마리노가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고, 남자 주인공 리카르도 역에 테너 체자레 카타니와 정의근, 여자 주인공 아멜리아 역에 소프라노 가브리엘라 모리지와 조경화, 레나토 역에 바리톤 강형규 등 유럽 현지에서 각광받는 유망주들이 출연한다. 또 점장이 울리카 역에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시종 오스카 역에 소프라노 류진교 등이 맡으며, 부천시립합창단이 합창과 마을 사람들의 역으로 뒤를 받친다.

<가면무도회>는 보스톤 총독 리카르도가 그의 친구이자 비서관인 레나토의 아내 아멜리아를 남몰래 사랑하면서 겪는 번뇌, 믿었던 친구의 배신을 알게 된 뒤 그를 살해하는 레나토의 감정 등을 아름다운 아리아와 장대한 스케일로 빚어낸 베르디의 걸작 오페라이다.

이 작품은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가 자신의 측근이었던 요한 앙카스트롬 백작에게 살해된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베르디가 오페라로 만들었으나 당시 이탈리아를 점령했던 나폴레옹 정권의 검열에 막혀 1년여간 공연이 미뤄지다 배경과 등장인물 등을 바꾸는 우여곡절 끝에 1859년 로마의 아폴로 극장에서 초연됐다.

대부분 오페라들이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비해 <가면무도회>는 남자 주인공이 돋보이는 작품의 특징 때문에 명테너들인 카를로 베르 곤지,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등이 즐겨 출연했다. 또한 1955년 미국의 전설적인 알토 소프라노인 마리안 앤더슨이 점장이 울리카 역을 맡아 처음 무대에 서 흑인 성악가의 오페라 무대 진출에 물꼬를 튼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02)580-13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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