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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9 17:52 수정 : 2020.01.10 10:14

홍콩 느와르의 명작 ‘영웅본색’
30년만에 한국 뮤지컬로 재탄생
추억 되살리는 주제곡은 물론
1천장 넘는 엘이디 등 공들인 무대
영화 속 명장면·감동 그대로 옮겨

‘보디가드’‘여명의 눈동자’‘고스트’…
인기 검증된 원작, 잇따라 무대로
화제성 장점…만듦새가 성패 관건

뮤지컬 <영웅본색>의 한 장면. 빅픽쳐프러덕션 제공
주제곡 ‘분향미래일자’가 흐르면 마음은 이미 1980년대 홍콩 거리를 내달린다. 전화 부스 안에서 장국영이 피를 흘리며 수화기를 들고 있다. 아이 이름을 지어달라는 수화기 너머 아내 얘기에 힘겹게 딸의 이름을 부른다. “홍…호옌.”

지금도 잊히지 않는 홍콩 영화 <영웅본색>(1987)의 명장면이다. 이 장면이 30년이 지난 2020년 되살아났다. 오는 3월22일까지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영웅본색>에서다. 라이선스가 아니라 한국에서 영화제작사에 접촉해 직접 만든 창작 초연이다. 영화는 총 4편 시리즈인데, 뮤지컬은 1편의 줄거리에 2편 속 장국영(극중 송자걸)의 비밀 임무를 녹였다.

뮤지컬에서는 임신한 아내가 아니라 납치된 여자친구와의 통화로 바뀌었지만, 전화 부스와 피를 흘리는 장국영(한지상·박영수·이장우)의 모습만으로 관객은 추억을 들춘다. 전화 부스 속 장국영의 모습 외에도 <영웅본색>엔 ‘시대의 아이콘’이라 할 만한 명장면이 많다. ‘주윤발’(극중 마크-최대철·박민성) 하면 자동 연상되는, 돈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는 장면부터 적룡(극중 송자호-유준상·임태경·민우혁)의 복수를 하다 다리에 장애를 입은 주윤발이 절뚝이며 땅에 떨어진 돈을 줍는 장면, 술집에서 쌍권총을 쏘아대는 장면 등이 모두 무대에서 재현된다. <영웅본색>을 만든 왕용범 연출은 “영화 팬으로서 원작을 지나치게 각색하거나 훼손하고 싶지 않아 명장면을 그대로 극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웅본색>을 뮤지컬로 만든 이유에 대해 “화려한 액션과 함께 인간의 어두운 뒷면에서 보이는 우정이 특별하다. 총소리에 리듬이 있다고 생각했고, 음악이 시작되는 전조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영화 <영웅본색>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영웅본색> 외에도 1992년 영화 <보디가드>(2월23일까지·엘지아트센터)도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고, 1991년 <문화방송>(MBC)에서 방영한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1월23일~2월27일·세종문화회관)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찾아오는 등 무대에서도 ‘탑골 열풍’이 불고 있다. 보디가드 프랭크(강경준·이동건)가 클럽에서 팝스타 레이첼(김선영·박기영·손승연·해나)을 안아 올리며 스토커에게서 구해내는 장면(<보디가드>), 최대치(테이·온주완·오창석)와 윤여옥(김지현·최우리·박정아)의 가슴 절절했던 철조망 키스신(<여명의 눈동자>) 등의 명장면도 그대로 재현된다. 오는 10월에는 1990년 개봉한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고스트>도 6년 만에 돌아와 ‘샘과 몰리의 도자기 장면’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뮤지컬 <영웅본색>의 한 장면. 빅픽쳐프러덕션 제공
하지만 무대는 편집과 클로즈업이 안 되는 등 제약이 있어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 작품 역시 명장면이 주는 감동을 이어가는 게 숙제였다. 그래서 작품마다 영화의 템포를 유지하는 무대장치에 공을 들였다. <영웅본색>은 화려한 세트 대신 1000장이 넘는 엘이디(LED) 화면을 전방위에 설치해 영상으로 빠른 장면 전환을 시도해 영화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왕용범 연출은 “뮤지컬 역사상 역대급 장면 전환이 이뤄진다. 큰 장면 전환만 따져도 107개다”라고 말했다.

<보디가드>에서는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특수효과를 활용했다. <보디가드> 제작진은 “클럽 무대에서 프랭크가 레이첼을 안아 구해내는 모습을 배우들이 연기한 뒤, 곧바로 특수효과인 ‘포그’(연기)를 활용한 포그 스크린 영상으로 프랭크가 레이첼을 안고 나가는 장면을 실루엣으로 구현했다”고 말했다. 막을 오르고 내리는 대신 클럽 무대에서 레이첼 집으로 빠르게 장면을 전환해 극의 몰입이 깨지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곧 시작하는 <여명의 눈동자>는 최대치와 윤여옥의 철조망 키스신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재연의 기대 포인트다. 초연 때는 제작비 부족 등의 이유로 앙상블 배우가 양쪽에서 철조망을 들고 서 있는 등 무대 구성이 단출했다. <여명의 눈동자> 제작팀은 “올해는 무대도 달라지는 만큼, 이 장면의 연출도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개막 전까지 자세한 공개는 꺼렸다.

뮤지컬 <보디가드>의 한 장면. 씨제이이엔엠 제공
영화주제곡도 그대로 등장해 명장면의 감동을 살린다. <영웅본색> 넘버(노래)는 총 23곡인데, ‘당년정’ ‘분향미래일자’ 등 영화에서 9곡을 가져와 번안했고, 14곡은 창작했다. <영웅본색> 이성준 음악감독은 “장국영이 부른 노래들을 잘 배치하면서도 창작곡들은 시대를 풍미했던 것처럼 흘러가면서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방법을 고민했다”며 “‘당년정’은 향수를 자아내면서도 합창과 편곡을 통해 힘을 준 대표곡”이라고 밝혔다. <보디가드>의 대표곡인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는 영어 원곡을 그대로 부른다. <보디가드> 제작팀은 “너무 유명한 곡이라 번안했을 때 관객이 아쉬워할 것 같아서 원어 그대로 부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원작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배우들도 그만큼 해내야 한다는 고민이 깊다. <영웅본색>에서 상징적인 장면이 많은 마크(주윤발)를 연기하는 박민성은 처음에는 선글라스, 올백 머리가 어울리지 않아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의 한 장면. 수키컴퍼니 제공
검증된 명작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투자·캐스팅에 유리하고 화제성이 높은데다 주 관객층인 2030 외에 그 시절을 추억하는 중장년층까지 흡수할 수 있어 제작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작품의 가장 큰 적은 원작 그 자체. 명작의 감동을 산산이 깰 수도 있어 만듦새가 성패를 가른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 <영웅본색>에서 장국영이 맡은 송자걸을 연기하는 한지상은 최근 열린 프레스콜에서 “무대 예술은 기계가 도와줄 수 있는 편집이 없다. 인간이 편집을 해야 하고 라이브이기 때문에 야무진 템포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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