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1 13:35
수정 : 2020.01.02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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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비평가 이영준씨. 2011년 항해비평을 위해 대형화물선에 탑승한 뒤 작업복을 입은 모습이다. <한겨레>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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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비평가 이영준씨 ‘비평 마라톤’ 기획
이태원 전시장서 6~10일 매일 6시간씩
어떤 소재든 내면 비평해서 인증서 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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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비평가 이영준씨. 2011년 항해비평을 위해 대형화물선에 탑승한 뒤 작업복을 입은 모습이다. <한겨레>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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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가져오세요. 몽땅 비평해드립니다!’
새해 벽두부터 이런 구호를 내걸고 한 미술 비평가가 알쏭달쏭한 퍼포먼스 판을 꾸린다. 6~10일 서울 이태원로 55가 길에 자리한 복합전시공간 빌라 해밀톤(한남동 예술연립빌라)에서 ‘비평 마라톤’이란 제목 아래 이영준(58) 계원예술대 융합예술학과 교수가 펼치는 단독 난장이다.
이 교수는 이 기간 동안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출근해 작업한다. 일상 사물과 동식물, 날씨, 속마음, ‘조국’ 사태 등 관객이 들고 온 세상 모든 소재에 관해 상담한 뒤 ‘닥치는 대로’, ‘신속하게’ 비평해주는 것이 뼈대다. 그냥 말뿐 아니라, 글을 써서 인증서에 출력까지 해주는 총체적인 ‘비평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 관객들은 비평할 대상을 하나씩 내야 한다.
“동료 교수들과 십시일반 월세를 모아 마련한 전시장에서 새해부터 번갈아 기획을 하기로 했는데, 제가 먼저 시작하게 됐어요. 어떤 소재가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네요. 가보로 전해진 유물이 나오면 재밌을 것 같아요. 생전 처음 보는 소재들을 내가 순발력 있게 비평할 수 있을지, 제 비평 역량을 테스트하는 자리기도 합니다.”
이 교수는 스스로를 ‘기계 비평가’라 부른다. 2000년대 초부터 대형 선박과 고속철, 발전소 등 기계와 도시 구조물 따위를 인문학적 사유로 성찰하며 분석 글을 써왔다. 학부와 유학 시절 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졸업 뒤 사진사와 사진작가를 대상으로 사진비평을 주로 했지만, 20~21세기 기계문명의 모던한 이미지에 빠졌다. 그는 기계의 외양과 작동원리, 사회적 의미에 천착한 국내 기계 평론을 개척했다. “비평가가 일주일 내내 관객이 들고 온 소재들을 비평해주는 시도는 전례가 없을 겁니다. 작가들이 작품 들고 와서 평해달라 하면 곤란할 것 같긴 하네요(웃음).”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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