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2.23 08:59 수정 : 2019.12.23 20:42

1991년 데뷔한 유재석은 “매일이 위기라는 생각”으로 쉼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놀면 뭐하니?>에서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해 2019년 예능계의 중심에 섰다. 문화방송 제공

[‘예능계 아이콘’ 롱런의 비결]
‘무도’ 종영 뒤 위기론 보란듯이
유산슬, 유퀴즈…2019년 최고의 한해
“매회 매주 위기 아닌 적이 없었다”
달리고 노동하고 트로트 가수까지
자신의 장점 잘 살리려 몸 던져 노력

늘 새로운 시도, 한국예능 자양분으로
“성공, 실패 결론 내리니 도전 편하진 않아”
일도 즐겁지만 이젠 가족·휴식 생각
“유산슬이 지친 분들 에너지 됐으면”

1991년 데뷔한 유재석은 “매일이 위기라는 생각”으로 쉼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놀면 뭐하니?>에서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해 2019년 예능계의 중심에 섰다. 문화방송 제공
‘유재석의 위기.’ 지난해 3월 <무한도전>(문화방송)이 끝난 뒤 그의 위기론이 대두했다. 이후 출연한 <미추리>(에스비에스) <요즘애들>(제이티비시) 등의 시청률이 기대에 못 미치자 ‘유재석의 시대는 갔나’라는 물음표가 곳곳에 찍혔다. 그로부터 1년9개월이 흐른 2019년의 끝자락, 정말 유재석의 시대는 갔을까? 오히려 ‘유산슬’이라는 예능계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한국갤럽이 선정한 ‘2019년 올해의 예능인’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남들이 위기라고 할 때마다 보란 듯 우뚝 선 그는 그런 ‘뚝심’으로 지난 30년간 예능의 중심에 서 있었다.

“매회 매주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무명 기간 9년을 빼면 20여년간 감사하게도 사랑받았다. 지금은 알아주지 않지만 언젠가 진심이 통할 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올해는 그 생각이 많은 분에게 전달된 해인 것 같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유재석은 위기론에 대한 질문에 긴장을 놓지 않고 사는 하루하루를 에둘러 설명했다. 뻔하지만 중요한, 유재석을 말해주는 키워드다.

문화방송 제공
그래서 유재석은 가혹할 정도로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무한도전>에선 매회 새로운 도전을 했고, <런닝맨>(에스비에스)에선 매주 달렸다. <일로 만난 사이>(티브이엔)에선 온종일 ‘노동’만 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티브이엔)에선 동네 곳곳을 돌아다닌다.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더러 있지만, 주로 ‘몸’이 고생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왔다. 그런 프로그램이 잘되기도 했다. 그를 다시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은 것도 <놀면 뭐하니?>(문화방송)에서 변신한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다. 그는 “때론 지칠 때도 있지만, 스튜디오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는 게 잘 맞는다”고 했다. 같은 예능인들만 만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이들을 접하며 얻는 것들이 그에게 자양분이 됐다.

자신의 가치가 어떤 지점에서 극대화되는지 잘 아는 ‘영리함’은 유재석의 큰 장점 중 하나다. 한 케이블채널 예능피디는 “많은 이들이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냐’고 만류할 정도로 프로그램을 맡으면 온통 그 생각만 하는 점도 유재석의 특별한 점”이라고 말했다. <무한도전> 촬영 당시 다른 출연자의 촬영 전날 컨디션까지 확인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래서 피디들은 그에게 손을 내민다.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예능피디는 “‘유산슬’을 하면서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각종 행사에서 노래 부르는 걸 보며 ‘그래도 유재석인데 대단하다’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진짜 신인 트로트 가수가 된 듯 빠듯한 일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래를 더 잘하려고 “2014년 <문화방송>에서 방영한 나훈아 콘서트 중 ‘고향역’을 부르는 장면을 50번은 돌려 봤다”고 한다.

문화방송 제공
이런 노력은 1991년 데뷔해 내년이면 30년차를 맞는 선배로서의 책임감에서 비롯됐다. “트렌드를 만드는 능력은 안 되지만 트렌드를 따라갈 생각은 더욱 없다”는 그는 자신의 다양한 도전이 한국 예능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예능인으로서 더 다양한 장르가 있었으면 좋겠고, 더 많은 예능 신인이 배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거창하고 대단한 일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이런 일도 해야 다른 돌파구, 다른 장르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도전을 시청률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쉽기도 하다. 그는 “도전을 도전으로 봐주지 않거나 너의 도전은 실패라는 식으로 결론이 나기도 하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제작진도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기획안은 묻히고 안정적이고 당장 효과가 날 수 있는 검증된 포맷이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검증된 포맷의) 프로그램이 결과적으로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며 성공과 도전 사이의 고민도 내비쳤다.

티브이엔 제공
진행자로서, 선배로서의 책임감이 상당한 듯 했다. 하지만 내내 빠르게 질주하는 삶에 지치진 않을까. 그는 “과거 일이 없을 때를 늘 생각한다. ‘한 번만 기회를 달라. 그때 가서 불평불만을 한다면 큰 벌을 받아도 좋다’는 기도를 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이면 그도 50살이다. 이제는 자신을 옥죄던 줄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둘 생각이다. “시대가 변했다. 힘들어도 열정만으로 하던 시대는 지났다. 50살을 목전에 뒀다. 요즘은 일도 즐겁지만 가족들을 생각하게 된다. 올해 가족들과 바빠서 여행도 못갔다. 가족들을 떠올리면 ‘내가 늘상 바쁘게 빠르게 달려야만 하나’라는 생각을 요즘은 많이 하게 된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빠르면 2월까지는 꼭 휴가를 내겠다는 이야기를 나경은씨에게 마침 오늘 했다”며 웃었다.

‘슬럼프’라는 단어를 꺼내진 않았지만, 그는 <무한도전>이 끝났을 때 많은 고민을 한 듯했다. “갑작스러웠고 아쉬웠다. 인생을 계획하며 살지는 않지만 최소한 다음에 ‘이걸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조차 없었다. <무한도전> 이후는 계획이 전혀 없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무계획’의 시기를 거치며 오히려 유재석은 한층 더 깊어진 듯했다. 이날 간담회가 <놀면 뭐하니?> 촬영의 일환으로 유재석도 모르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마련됐는데도 그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기회가 꼭 필요했던 것처럼 깊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유산슬’로서의 목표를 물으니 “일상이 무료하고 지친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에너지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 목표를 유재석은 이미 다 이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