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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2 15:57 수정 : 2019.12.23 02:35

지난 7일 대만 타이베이의 공연장 ‘레거시 타이베이’에서 열린 ‘튠 업 스테이지 인 타이베이’ 콘서트에서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노래하고 있다. 씨제이문화재단 제공

혁오 필두 새소년·술탄·카더가든…
콘서트 매진 사례 ‘K팝 영토확장’
음원사이트엔 팬들 뽑은 리스트도
유튜브·TV로 안면 트고 공연장 떼창

지난 7일 대만 타이베이의 공연장 ‘레거시 타이베이’에서 열린 ‘튠 업 스테이지 인 타이베이’ 콘서트에서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노래하고 있다. 씨제이문화재단 제공

“타이베이에는 ‘크레이지 피플’이 많네요!”

지난 7일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공연장 ‘레거시 타이베이’. 무대에 선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이하 ‘술탄’)의 멤버 나잠 수가 한 말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이 말을 신호탄으로 관객들은 더욱더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며 ‘크레이지 피플’의 면모를 보여줬다. 술탄이 마지막 곡을 소개하자 관객들은 “가지 마!”를 외쳤고, 예상치 못한 격한 반응에 술탄은 두 곡을 더 부르고 무대를 떠났다.

뒤이어 무대에 선 카더가든 역시 아이돌 못지않게 인기였다. 카더가든이 중국어로 인사말과 대만에 온 소감을 이야기하자, 정작 대만 관객들이 “반가워요”, “잘생겼어요”라고 한국어로 화답하는 재미있는 풍경도 이어졌다.

이날 공연은 씨제이(CJ)문화재단이 주최한 ‘튠 업 스테이지 인 타이베이’였다. 2010년부터 인디 뮤지션 활동을 지원해온 씨제이문화재단은 올해부터 지원 방식을 국외 콘서트 형태로 확장했는데, 최근 대만에 불고 있는 ‘케이-인디’ 바람에 주목해 첫 공연지로 대만을 택했다.

아이돌 음악을 필두로 한 케이팝의 세계적 인기는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대만에서는 케이팝의 인기와 더불어 최근 ‘케이-인디’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인디 뮤지션들이 대만의 각종 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하고, 단독 콘서트를 열어 매진 사례를 빚기도 했다.

지난 7일 대만 타이베이의 공연장 ‘레거시 타이베이’에서 열린 ‘튠 업 스테이지 인 타이베이’ 콘서트에서 카더가든(왼쪽에서 두번째)이 공연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씨제이문화재단 제공

대만에서 케이-인디 열풍의 물꼬를 튼 대표적인 한국 밴드는 혁오다. 2017년 4월 발매된 혁오의 첫 정규 앨범 <23>은 대만 아이튠스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혁오는 2017년 대만을 비롯한 세계 28개 도시에서 무대에 섰다. 혁오를 시작으로 최근 2년 사이 볼빨간사춘기, 위아더나잇, 새소년, 아도이 등도 대만에서 공연을 했다. 대만 기획사 나인킥의 공연 기획자 웨이닝 헝은 “혁오는 대만에서 가장 인기 많은 한국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SBS)에 출연해 인지도가 높은 편이었다”며 “혁오를 좋아하게 된 대만 팬들이 다른 한국 밴드의 노래를 찾아 듣게 되면서 케이-인디 열풍이 불었다”고 말했다.

대만 최대 음원사이트인 케이케이박스(KKBOX)에 음악 팬들이 직접 만든 ‘케이-인디 음악 리스트’가 운영 중이라는 점은 이런 인기를 증명한다. 이 리스트에는 소란, 루시드폴, 호피폴라, 스텔라장 등 대만에서 공연을 한 적 없는 한국 인디 뮤지션들의 최신 노래까지 총망라돼 있다. 사이트 운영진이 아닌 팬들이 자발적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한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는 크다.

대만에서 불고 있는 ‘케이-인디’ 열풍의 이유는 뭘까. 시작은 슈퍼주니어, 빅뱅, 엑소, 방탄소년단 등 아이돌 그룹의 인기다.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국 음악에 대한 대만 팬들의 호감이 커지면서 ‘케이-인디’ 음악까지 찾아 듣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예전엔 현지 음반유통사를 통한 별도의 프로모션이 중요했지만, 요즘엔 전세계 팬들이 아이튠스·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얼마든지 한국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대만과 중국에서 공연 프로모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원엽씨는 “아이돌 위주의 케이팝에 대한 호감이 인디 음악까지 확장됐고, 중국과 달리 대만은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어 한국 인디 음악을 많이 찾아 듣는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튠 업 스테이지 인 타이베이’ 콘서트에 입장하기 위해 수백명의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씨제이문화재단 제공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확산도 케이-인디의 대만 진출에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런닝맨>(SBS)이 2011년 대만에 정식 수출돼 큰 인기를 끈 것을 시작으로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유쿠, 아이치이를 통해 대만에서도 <나 혼자 산다>(MBC), <전지적 참견 시점>(MBC) 같은 한국 예능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카더가든이 공연 중에 “어떻게 나를 아느냐”고 물었을 때 관객들이 <더 팬>(SBS)과 <쇼 미 더 머니>(Mnet) 같은 한국 예능 이름을 외친 것은 그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대만의 경우, 다른 나라에 견줘 음악 시장에서 공연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도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케이-인디’가 사랑받을 수 있는 토대가 됐다.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해외 콘텐츠 동향 조사>를 보면, 대만에서는 공연 음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음악 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음원·음반·공연 중 공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48%에서 2019년 61%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규탁 대중음악평론가·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대만은 소규모 클럽이 많아 공연 문화가 발달했고, 유명한 가수도 작은 무대에서 관객과 가까이 만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로 밴드 공연에 적합한 환경”이라며 “대만은 과거부터 중화 문화권 중 가장 다양한 음악 장르가 발달한 나라였던 만큼 ‘케이-인디’가 진출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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