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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8 18:14 수정 : 2019.12.19 02:04

관심 키워드로 추천하는 연말 공연

연말 공연 마니아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성수기를 놓칠세라 작품은 쏟아지는데 시간과 자금은 한정돼 있다. 뭘 봐야 좋을지 몰라 아직도 망설인다면, 이번엔 데이터에 맡겨보자. 영화 <기생충>, <교육방송>(EBS) 캐릭터 ‘펭수’, 유튜브가 기폭제가 된 ‘탑골스타’ 등장까지. <한겨레>가 제시한 키워드 중에 내 관심 키워드 5개를 꼽아보자. 그중 가장 많은 키워드와 매칭된 공연을 선택하면, 내 취향을 저격해줄지도 모른다.

#OTT #유튜브 #인싸

연극 <위대한 개츠비> 2019년 당신에겐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가 유독 눈에 띄었나 보다. 그렇다면 공연 역시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택하면 실패율이 낮다. 23일 개막하는 <위대한 개츠비>(내년 2월28일까지, 그레뱅뮤지엄)는 배우는 무대에서 연기하고 관객은 객석에서 지켜보는 구조를 깬다. 바로 이머시브(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1920년대 미국을 재현한 공간 곳곳을 관객과 배우가 자유롭게 오가며 연기하고 관람한다. 관객은 자신만의 관극 코스를 만들면 된다. 올해 한국 공연계에서 관객 참여형 시도가 늘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2017년 영국 런던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을 가져와 한국에서 만든 라이선스 공연이다. 박정복, 강상준 등이 출연한다.

뮤지컬 ‘영웅본색’ 포스터. 제작사 제공

#천만 영화 #기생충 #동백꽃

뮤지컬 <영웅본색> <보디가드> <여명의 눈동자>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여운이 짙다면 이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가깝게 느껴지겠다. 1987년 홍콩 영화 <영웅본색>과 1991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문화방송), 1992년 영화 <보디가드>가 모두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특히 올해 초연인 <영웅본색>(내년 3월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은 영화가 준 여운을 어떻게 무대로 옮겼을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뮤지컬은 영화 1·2편을 각색했다. 영화의 주윤발(저우룬파)인 마크는 최대철과 박민성, 장국영(장궈룽)인 송자걸은 한지상과 박영수, 이장우가 연기한다. 영화 속 배경음악도 무대에서 울려 퍼진다. ‘당년정’ ‘분향미래일자’ 등을 들으며 영화 속 장국영을 그리워해도 좋을 듯. 2019년 초연한 <여명의 눈동자>(내년 1월23일~2월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16년 초연한 <보디가드>(내년 2월23일까지, 엘지아트센터)는 애절한 사랑을 담는다.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제작사 제공

#방탄소년단 #트로트 #펭수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와우, 기본적으로 흥이 넘치는군요. 그렇다면 보는 내내 어깨가 들썩이는 작품으로 신나게 놀아봅시다. 연극과 드래그쇼가 합쳐진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과 조선시대 ‘스웨그’가 느껴지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딱이다.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내년 2월1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은 클럽에서 엘비스 노래를 부르던 케이시(박은석, 강영석, 이상이)가 드래그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중간중간 드래그쇼가 곁들여져 흥겹게 볼 수 있다. 창작극 <스웨그에이지>(내년 2월14일~4월26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는 시조가 국가의 이념인 상상 속의 조선이 배경인데 드물게 랩 등이 곁들여진 노래에 군무가 흥겹다. 지난 6~8월 공연했는데 반응이 좋아 6개월 만에 재공연한다.

#페미니즘 #펭수 #프듀 논란

뮤지컬 <마리 퀴리>,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세상의 편견을 깨는 데 관심이 있다면 생각해볼 지점이 많은 작품이다. 지난해에 이어 재연하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내년 2월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은 100세 노인 역할을 남녀 배우가 번갈아 맡아 관심을 끈다. 펭수처럼 남녀 성별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 공연계에서도 한 배역을 남녀가 번갈아 맡는 이른바 ‘젠더 프리’ 시도는 있었지만, 주인공에서는 처음이다. 오용과 배해선이 100세 노인으로 나온다. <마리 퀴리>(내년 2월7일~3월29일, 충무아트센터)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는 마리 퀴리(김소향·리사·정인지)가 라듐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여성을 넘어 한 인간의 용기와 삶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제작사 제공

#동백꽃 #옛 스타 #벌새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환상동화> 소소하지만 따뜻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독립영화 열풍을 일으킨 <벌새>처럼 외형이 화려하지 않아도 장면 장면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 많다. 초연인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12월21일까지,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가 대표적이다. 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19살 청년의 심장 이식 과정을 둘러싼 24시간을 기록한다. 2014년 발표된 프랑스 소설이 원작이다. 남자 1인극이란 점에서 배우도 관객도 도전이다. 윤나무와 손상규가 열연한다. 독백과 함께 들리는 나지막한 심장 울림 소리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곱씹게 한다. 연극 <환상동화>(12월21일~내년 3월1일,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강하늘이 출연해 관심이 높지만, 내용도 뭉클하다. 사랑광대, 예술광대, 전쟁광대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게 한다.

뮤지컬 ‘빅피쉬’의 한 장면. 제작사 제공

#동백꽃 #옛 스타 #기생충

뮤지컬 <빅 피쉬>,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특히 가족의 사랑에 집중한 작품에 감동하는 타입이군요. 아버지, 어머니라는 이름만으로도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작품들이 유독 많다. 국내 초연 작품인 뮤지컬 <빅 피쉬>(내년 2월9일까지, 예술의전당)는 가족을 위해 위대해질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남경주, 박호산, 손준호)와 아들의 이야기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내년 2월14일~3월22일, 세종문화회관)는 간암 말기 아버지(신구)와 한평생 희생만 한 어머니(손숙)의 사연이다. 객석이 눈물바다가 될지도.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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