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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5 18:11 수정 : 2019.12.06 02:33

<에스비에스>(SBS)가 6일 밤 10시에 시작하는 <샘 해밍턴의 페이스 북(北)> 촬영차 북한에 다녀온 오스트레일리아인 샘 해밍턴, 프랑스인 엘로디, 독일인 닉, 캐나다인 아히안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브라질의 카를로스는 개인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SBS 다큐 ‘샘 해밍턴의 페이스 북(北)’ 촬영 위해
프랑스·호주·브라질·독일·캐나다 출신 외국인 방북
제작진 함께 못가 직접 영상까지 촬영

대동강 산책, 미용실 등 북한 주민의 소소한 일상 주목
금강산 시설 철거 통보 1주일 전 모습도 담아
남북 월드컵 경기는 보지 못해 아쉬워

“무섭게만 보이던 북한…잘 웃는 주민들에 놀라
뉴스와 달라 어떤 걸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에스비에스>(SBS)가 6일 밤 10시에 시작하는 <샘 해밍턴의 페이스 북(北)> 촬영차 북한에 다녀온 오스트레일리아인 샘 해밍턴, 프랑스인 엘로디, 독일인 닉, 캐나다인 아히안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브라질의 카를로스는 개인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꿈을 꾼 것 같아요.”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신문사 사옥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최근의 경험에 대해 이렇게 입을 모았다. 누군가는 “동화 속 세상을 여행하다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라고도 했다. 대체 어떤 경험을 했기에?

프랑스 엘로디, 오스트레일리아 샘 해밍턴, 독일 닉, 캐나다 아히안과 브라질 카를로스는 10월14일부터 5박6일간 북한에 다녀왔다. <에스비에스>(SBS)가 6일 금요일 밤 10시에 내보내는 <샘 해밍턴의 페이스 북(北)>(2·3부 13일 밤 11시) 촬영 때문이다. <샘 해밍턴의 페이스 북(北)>은 남북관계는 안갯속이지만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은 꾸준히 해야 돌파구가 생긴다는 의도로 기획된 특집 다큐다. 애초 제작진이 함께 가려고 했지만 북에서 불허해 외국 국적인 이들만 방북했다.

이들은 각자의 카메라를 들고 북한에 갔고, 닉을 중심으로 촬영도 직접 했다. 프로그램은 이들이 촬영한 것을 제작진이 편집한 내용이다. 영상에는 대동강, 개선문, 금강산 등 명소부터 미용실, 노래방까지 우리는 절대 촬영할 수 없는 북한의 세밀한 일상까지 담겨 있다. 김종일 피디는 “방문 장소는 모두 사전에 북한과 협의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곳을 이렇게까지 다 허락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북한 대동강변에서 낚시를 즐기는 북한 주민들. 에스비에스 제공
과연 외국 국적인 이들이기에 가능한 장면이 많다. 그간 북한 관련 다큐는 많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북한 주민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것이 새롭다. 고려항공에서 제공하는 기내식인 햄버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조선 콜라인 코코아 탄산단물 등 그간 잘 알 수 없었던 북한의 모습이 흥미롭다. 이들은 대동강변을 자유롭게 산책하고, 북한 주민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미용실에서 머리도 자른다. 방송에는 영상 상태 때문에 편집됐지만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택시도 탔다. 샘은 “매일 아침 출근하고 학교 가는 이들을 위해 거리에서 응원단이 응원하는 모습도 신기했다”로 말했다.

높이 60m로 전세계 개선문 중 가장 큰 평양 개선문과 대동강 등 북한 명소를 둘러보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간접 여행하는 느낌마저 준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10월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에서 지은 관광시설의 철거를 지시하기 일주일 전에 금강산에 갔다. 어쩌면 철거될지 모를 고성항 숙소에 머물면서 내부를 화면에 담고, 금강산 등반을 하면서 아름다운 곳곳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상 속에서 북한 주민들은 늘 웃고 있다. 엘로디가 지하철에서 공부하는 학생에서 “무슨 공부를 하고 있냐”고 물어도 당황하지 않고 친절히 답을 해준다. 이들 역시 “북한 사람들이 너무 잘 웃고 따뜻한 점이 가장 놀라웠다”고 말한다. 대동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낚시를 하고, 배드민턴을 치는 여유로움까지. 그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 엘로디는 “마치 영화 <트루먼 쇼>처럼 우리가 만들어진 세상에서 그냥 놓여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며 웃었다.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에스비에스 제공
영화 <강철비>엔 북한 청소년이 지드래곤의 노래를 몰래 듣는 모습이 나온다. 미디어에서는 한국 문화가 암암리에 북에 스며들었다고 전하지만, 이들은 그런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양 문화를 잘 모를 것이란 편견과 달리 노래방에는 팝송도 있었고, 샘의 휴대전화 케이스 그림인 미국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도 바로 알더라고 했다. 샘은 “아이들이 아디다스 신상 저지를 입고 다녀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들 역시 북한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온 지 각각 5~17년이 됐고, 한국말로 “대박” “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미디어로 접한 북한은 무서운 나라였다. 샘은 “호주 티브이에 나오는 북한 관련 뉴스는 미사일 발사 등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북한은 위험한 나라인 줄 알았다”고 했다. 오히려 한국에 와서 북한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히안은 “남북 긴장 고조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금방 전쟁이 나는 줄 알고 가족들이 당장 돌아오라고 한다. 한국에 있으니 한국 사람들처럼 신경 안 쓰게 되더라”고 했다. 하지만 남북 월드컵 예선전 관람을 막고 판문점 길목에서 영상 촬영을 금지하는 등 일상에서 “역시 북한이구나” 느끼게 하는 점들도 분명 존재했다.

북한 미용실에 걸려 있는 남자 머리스타일 모습. 에스비에스 제공
이들은 북한에 다녀온 뒤 남북 관계에 대한 생각도 더 깊어졌다고 했다. 엘로디는 “판문점에 갔을 때 강대국의 판단에 따라 남북이 갈라진 사실이 더 깊게 다가와 계속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샘은 “북한에서 판문점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묘했다”고 말했다.

마음이 더 복잡해지기도 했다. 가기 전에도 궁금한 것 투성이었지만 다녀온 뒤엔 질문이 더 많아졌다. 남측 사람들을 경계하지만, 외국 국적의 이들에게는 관대한 북한은 당연히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줬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생각하면서 북한 주민의 삶을 둘러봤다고 해도 자신들이 직접 느낀 감정을 의심만 할 수는 없다. 닉은 “더는 뭘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책과 뉴스 속 북한은 공격적이고 무서운 나라였는데 막상 가니 좋은 이미지였어요. 근데 알다시피 어느 나라를 가도 여행자에겐 좋은 점만 보여주고 싶어하잖아요. 가장 좋은 1%를 보여줬을 것이잖아요. 중간이 뭔지 모르겠어요.”

북한은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나라이지만, 분명한 건 그곳 역시 친구들이 사는 곳이란 사실이다. 이들도 북한 ‘안내원 동무’와 헤어질 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왜 다시 볼 수 없는 걸까요.”(샘)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사람을 보면 좋겠다는 마음은 더 커졌다. 닉은 “통일은 남북의 생각이 너무 달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라며 “남복이 무역을 하거나 왕래를 하는 등 어떤 방식이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평화로운 관계로 지내는 것이 중요하단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 입을 모았다. “가장 중요한 건 평화입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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