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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9 08:00 수정 : 2019.12.02 23:37

티브이 채널들이 품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협업하고 있다. 오티티(OTT)로 재편되는 미디어 변화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각 방송사 제공

JTBC-히스토리 채널 ‘양식의 양식’
채널A-스카이TV ‘보컬플레이 2’
대형 방송사·중소 채널 손잡고 콘텐츠 제작
제작비·수익 등 동등하게 나눠
AXN-폴라리스TV-HQ+ ‘원더캐리어’
중소 채널끼리 협업하기도

OTT로 재편되는 미디어 환경 변화 영향
넷플릭스, 유튜브로 옮겨간 시청자 관심에
방송 경계 허물고 플랫폼 변화 사활
“제작비, 수익 등 ‘윈윈’ 가능한 전략”
외형 확장보다 콘텐츠 질 신경써야” 지적도

티브이 채널들이 품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협업하고 있다. 오티티(OTT)로 재편되는 미디어 변화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각 방송사 제공
새달 1일 시작하는 8부작 <양식의 양식>(일 밤 11시)은 세계 속 한식의 의미를 찾아가는 교양다큐 프로그램이다. 백종원 등 출연자뿐 아니라 ‘요리’라는 소재는 별반 새로울 게 없지만, 눈길을 끄는 건 방송사다. 방송사명에 종합편성채널 <제이티비시>(JTBC)와 케이블방송사 <히스토리 채널>이 나란히 표기돼 있다. 왜? 두 채널이 합작해서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경쟁 관계에 있던 채널들이 동지가 돼 손을 잡고 있다. 자매 채널도 아니고 접점도 없는 <제이티비시>와 <히스토리 채널>이 <양식의 양식> 제작비를 5 대 5로 부담했다. 수익도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 방영도 양사에서 동시에 한다. <히스토리 채널> 박승호 제작본부장은 “지난해 5월 <히스토리 채널>을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그룹 에이앤이네트웍스(A+E Networks)와 <제이티비시>가 콘텐츠 포맷 및 공동제작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매년 다큐와 드라마 한 편씩을 공동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A)>와 스카이티브이(TV)도 협업을 맺고 지난 5~9월 방영한 <우리집에 왜 왔니>, 지난달 시작한 <보컬플레이 시즌2> 등을 만들었다. <스카이드라마> <키즈톡톡> 등 9개 채널을 운영하는 스카이티브이는 또 종합편성채널 <티브이(TV)조선>과 함께 지난 6~7월 <집밥천재 밥친구>를 공동 제작해 내보내기도 했다. 중소 채널끼리 손을 잡기도 한다. <에이엑스엔>(AXN) 등을 운용하는 필콘미디어와 폴라리스 티브이, 에이치큐플러스(HQ+)티브이는 지난 27일 콘텐츠 공동제작 협약식을 체결하고 <원더캐리어>라는 예능을 함께 제작한다. 새달 19일부터 3사가 소유한 총 5개 채널에서 동시 방영할 예정이다. 중소 채널 3곳이 공동 제작한 것은 이례적이다. 필콘미디어 유진희 전략기획본부 부장은 “3사가 제작비를 동등하게 냈고, 역할을 분담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이피(IP·지식재산권)로 거두는 수익도 나눈다.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제이티비시>와 <히스토리채널>이 제작비 절반씩 내어 함께 만드는 <양식의 양식>. 제이티비시 제공
그간 채널들끼리 공동제작이 간간이 있었지만 제작비를 차등 분배하고 많이 낸 곳부터 순차 방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제작비를 절반씩 부담하는 등 동등한 입장에서 공동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 큰 변화다. <제이티비시> 같은 대형 방송사와 중소 채널이 균등하게 손잡는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채널 간 협업은 오티티(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재편 중인 국내외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넷플릭스 등 오티티 시장이 커지면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심해졌고,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제작비 상승 등 다양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콘미디어 유진희 부장은 “콘텐츠 경쟁이 심해지면서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급증해 중소 채널이 단독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3사가 제휴해 서로의 역량을 공유하고 공동투자 및 공동 아이피 소유 구조를 수립해 향후 중소 전문 피피들이 협업할 수 있는 선례를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3사가 협업하면서 <원더캐리어>는 훨씬 많은 제작비를 투입할 수 있었다. <양식의 양식> 제작비도 기존 교양다큐의 갑절 이상이다.

방송사의 협업에는 플랫폼 경쟁 시대를 헤쳐나가려는 ‘윈윈 전략’도 있다. 티브이 본방 사수 시간이 줄고, 유튜브 시청 시간이 늘어나는 시대에 채널 간의 싸움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같은 티브이 플랫폼인 <히스토리 채널>과 <제이티비시>가 손잡고 서로의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며 경쟁력을 상승시키려는 전략인 셈이다. <히스토리 채널> 박승호 본부장은 “콘텐츠 잘 만드는 <제이티비시>를 통해 국내의 채널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양식의 양식>을 만드는 송원섭 책임피디는 “에이앤이네트웍스가 세계 160여개국에 소개되기 때문에 우리 콘텐츠를 해외로 진출시켜 더 많은 시청자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양식의 양식>은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에서도 방영을 논의할 예정이다. 케이블채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방영되면 노출 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중소채널의 경우 간접광고(PPL) 등에서도 이득을 볼 수 있다. 채널 연결을 통해 티브이라는 플랫폼의 힘을 키우려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에이엑스엔> 등을 운용하는 필콘미디어와 폴라리스 티브이, 에이치큐플러스 티브이가 <원더 캐리어>를 공동 제작하는 등 중소 채널끼리 손을 잡기도 한다. 각 방송사 제공
지상파 3사가 합작한 오티티 ‘웨이브’가 출범하고, <제이티비시>가 지난 9월 <티브이엔>(tvN) 등을 보유한 씨제이이엔엠(CJENM)과 합작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이제 업계는 플랫폼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티브이에 방영된 콘텐츠가 재편집돼 유튜브나 포털 영상으로 재소비되는 등 뉴미디어가 중요해진 것도 채널이 손에 손을 잡게 한다. 최근 <교육방송>(EBS) 캐릭터 ‘펭수’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문화방송)이나 <정글의 법칙>(SBS·에스비에스), <아는 형님>(제이티비시) 등에 출연하고, <문화방송>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유재석)이 타 방송사에 나와 홍보하는 등 방송사 간 벽을 허무는 흐름도 이와 연관된다. 씨제이이엔엠의 한 예능 피디는 “타사 인기 콘텐츠를 활용해 채널을 홍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유튜브 등에서 클릭수가 늘어나기에 홍보나 수익 측면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디즈니플러스)가 최근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오티티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어 2020년 이후 이런 흐름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미디어들이 오티티에 대응하려고 이합집산하는 모양새다.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이지만, 결국 제작비를 끌어모아 국내외 파이를 키우려는 목적이다.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간섭이 많아질 수 있다.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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