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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8 19:21 수정 : 2019.11.19 02:43

13세기 태안 난행량 해역에서 가라앉은 고려 시대 화물선(마도 1호선)을 실물 크기로 되살린 재현 선박이 2전시실에 선보이고 있다.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 가보니】

13세기 바다 누비던 ‘마도 1호선’
돛대 높이 10m 원형으로 복원

역대 최대 규모 해저 유물 3만점
4개 전시실로 꾸려 무료 개방

13세기 태안 난행량 해역에서 가라앉은 고려 시대 화물선(마도 1호선)을 실물 크기로 되살린 재현 선박이 2전시실에 선보이고 있다.
800년 전 서해를 가로지른 고려인의 돛배가 전시실에 정박해 있었다. 나무 닻을 내린, 뱃전과 배꼬리를 잇는 통통하고 우람한 몸통이 눈에 쏙 들어왔다. 18일 낮 충남 태안 신진도에서 7년간 설계와 공사 끝에 전면 개관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 3전시실에 고려 배 ‘마도 1호선’이 나왔다. 2009년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견된 고려 시대 화물선 잔해를 바탕으로 2012부터 2년에 걸쳐 만든 재현선이 5년 만에 단장하고 자태를 드러낸 것이다.

전시관 최고의 볼거리로 꼽히는 이 배는 10m 이상 치솟은 돛대와 너비 6m 넘는 뱃전을 지닌 13세기 고려 화물선을 실제 규모대로 되살렸다. 2014년 목포에서 진수된 뒤 2016년 태안으로 항해하며 진작 전시관 터로 들어왔지만, 3년 간 주위 전시공간을 만드느라 보관만 했다가 이번에 전모를 드러냈다. 실물 크기로 배의 한가운데를 쪼갠 단면 얼개 공간을 만들어 놓은 옆 전시관도 눈길을 끌었다. 뱃전 아래 남도 사람들이 개경의 권력자들에게 바친 곡물 가마니들과 짚 끈으로 동여맨 청자 대접들, 젓갈·꿀·메주 따위의 식재료 단지들이 한가득 쌓여있다. 고려 선원들은 이런 화물 더미 가운데 오목한 공간을 터서 돌을 깔고 철제 아궁이를 놓은 뒤 시루를 올려 밥을 쪄 먹었다. 무료할 땐 조약돌 알을 말판에 놓고 장기를 두었다. 당대 고려 배 선원들의 해상 생활 흔적을 배의 단면 얼개와 장기알, 밥그릇, 솥 등 생활 유물들을 통해 만나게 된다.

13세기 태안 난행량 해역에서 가라앉은 고려 시대 화물선(마도 1호선)을 실물 크기로 되살린 재현 선박을 2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1, 2층을 통층으로 쓰는 높이 20m의 대형전시 공간이다. 옆벽에는 배를 가른 단면을 전시해 침몰선에 실은 곡물과 도자기 등의 화물을 볼 수 있게 했다.
고려인들의 배는 남도 강진, 해남에서 출항해 항해하다가 네 개의 물길이 암초를 휘감으며 엇갈린다는 태안 마도 앞바다 난행량에서 줄줄이 좌초하거나 난파하곤 했다. 그렇게 침몰한 배인 마도 1~4호선과 영흥도 같은 서해 중부 다른 해역, 다른 시대 침몰선의 자취에서 발굴·인양한 도자기 작품을 2전시실 한 진열장에 무더기로 모았다. 청자 접시와 대접, 중국제 도자기, 백자 제기 등 500여점이 길이 13m의 거대한 6단 진열장에 줄지어 도열한 모습은 장관이다. 침몰 당시 탈출하지 못하고 수장된 선원의 인골도 전시장 구석에서 만날 수 있다.

2상설전시실 모습. 보물로 지정된 사자 모양 향로와 꿀단지로 쓰인 매병, 표주박 모양 주전자가 각각 단독 전시되어 있고, 이 명품들 뒤로 길이 13m에 달하는 대형집단진열장이 보인다.
전시관은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산하 시설이다. 2007년 태안 바닷속에서 주꾸미가 휘감은 청자 접시가 어부의 통발에 걸려 올라온 이래 서해 중부 해역에서 잇따라 인양된 해저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존·연구·공개하기 위해 지어졌다. 지난해 12월 1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부분 개관해 난파선 8척 잔해와 수중 유물 3만여점을 옮겨 보존하며 일부를 선보였다. 이번에 2·3·4 전시실을 보태 온전한 얼개를 갖춘 시설로 전면 개관했다.

18일 낮 태안 마도 능선에서 바라본 난행량 해역의 모습. 이날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거친 강풍과 높은 파도가 몰아쳐 한눈에도 항해하기에 험한 해역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수년 전 마도 1, 2호선의 잔해들이 이 해역의 바닷속에서 자취를 드러낸 바 있다.
내부 시설에선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 동선과 큐레이팅에 들인 노력이 엿보인다. 고려 재현선을 설치한 2층 부분에는 거친 파도를 표현한 입체영상이, 1층 바닥엔 침몰선 유물이 해저에 깔린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연구소의 오연주 학예사는 "선박 기준으로 2층은 바다 위, 1층은 바다 밑으로 설정해 전시를 꾸렸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옛사람의 다채로운 삶과 문화를 관객들이 실감했으면 한다s”고 말했다. 월요일 휴관. 관람정보는 누리집(www.seamuse.go.kr) 참조.

태안/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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