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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1 09:01 수정 : 2019.11.11 16:27

희귀종 노랑부리백로가 날고있는 모습. <한겨레>자료사진

겨울나기 이동경로 세계 최초로 확인
대만 거쳐 필리핀으로 2800여km 비행
국립문화재연구소 경로 추적 성과
두마리 몸에 첨단 위치장치 부착

희귀종 노랑부리백로가 날고있는 모습. <한겨레>자료사진
아직 한살도 안된 아기 노랑부리백로는 사흘만에 2800여km를 날았다. 한반도 서남단의 전라도 영광, 해남에서 날아올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필리핀까지의 하늘길을 반듯하게 비행했다. 가는 길에 하루만 쉬고 배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겨울 보금자리를 찾아갔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은 지난 5월 전라남도 영광군 칠산도에서 태어난 천연기념물 여름철새 노랑부리백로 두 마리의 몸에 위치추적 장치를 붙여 추적한 끝에 이들이 원래 서식지인 전남 해남, 고창 개펄에서 동중국해를 지나 겨울 보금자리인 타이완, 필리핀으로 날아가는 이동경로를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11일 발표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이 위치추적 장치를 몸에 붙인 노랑부리백로를 놓아주고 있다.

위치추적 장치를 붙인 뒤 방사된 노랑부리백로.
겨울나기 안식처를 향한 노랑부리백로 두마리의 이동 경로 지도. 한반도 남쪽에서 대만을 거쳐 필리핀까지 2800km 넘는 거리를 날아갔다.
연구실은 앞서 지난 6월 27일 노랑부리백로 두마리의 몸에 첨단 위치추적장치(무게 22g)를 붙였고 그뒤부터 이들의 이동경로를 샅샅이 좇으며 기록해왔다. 한 개체(개체번호: nhc1902)는 10월 29일 전남 해남 인근 갯벌을 떠난 뒤 평균시속 54km 속도로 제주도 상공을 지나 약 1215km를 비행하면서 다음날인 30일 대만섬 북동쪽 신베이시 해안습지에 닿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한 개체(개체번호: nhc1904)는 10월 30일 전북 고창 연안 갯벌에서 출발해 평균시속 51km 속도로 약 1477km를 비행해 다음날인 31일 대만섬 남서쪽 타이난 지역에 도착해 하루를 머물며 쉬었다. 그리고 다시 1340km를 날아가 다음날인 11월 2일 겨울나기 최종 기착지인 필리핀 산토 토마스 강 하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니까 이틀 정도 기간에 한반도 남단과 필리핀 사이 2817km를 주파한 셈이다. 자연문화재연구실의 강정훈 연구관은 “노랑부리백로의 이동경로 뿐 아니라 이동속도를 밝혀낸 것도 세계 최초의 성과다. 첨단 기기로 희귀조류 철새의 생태 정보를 구체적으로 밝혀냈기 때문에 국제 조류학계에 상당한 반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노랑부리백로의 이동경로를 추적한 장치는 국내에서 개발된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했다. 지피에스(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이동통신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야생동물 위치추적기(WT-300)’로, 태양광 충전 방식을 써서 4시간에 한 번씩 새들의 경로를 알려줄 수 있다.

노랑부리백로는 전 세계에 2600~3400마리 정도만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여름철새다. 세계적으로 계속 숫자가 줄고있어 국제적인 보호대책이 절실한 희귀 조류다. 영광 칠산도 번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중이지만, 해풍과 3만여 마리에 이르는 괭이갈매기 번식으로 식물이 고사하고 토사가 유실되는 등 번식 여건이 열악해지고 있다고 한다.

노랑부리백로의 국내 번식지인 전남 영광 칠산도 전경.
연구소는 노랑부리백로 개체 보존을 위해 번식지 복원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강정훈 연구관은“영광 칠산도 번식지뿐 아니라 노랑부리백로가 겨울을 나는 타이완이나 필리핀 월동지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관리 보존 방안을 세우기 위해 다음달 중에 현지 관련 기관과 협력해 조사단을 꾸리고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랑부리백로의 이동경로에 대한 연구정보는 문화재청 누리집(www.cha.go.kr) 있는 ‘천연기념물 생태지도 서비스(http://gis-heritage.go.kr)’를 통해 검색할 수 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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