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5 14:24
수정 : 2019.11.0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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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단이 최근 미국 경매에서 사들여 환수한 범어사 옛 소장품 <신중도>의 전체 도상. 대표적인 불교의 수호신상들인 예적금강, 마리지천, 위태천을 주존으로 좌우에 천부의 호법신과 팔부중 신상들을 그린 19세기말 불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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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단 최근 미국경매서 사들여
5일 고불식 열어 작품 공개
다양한 불교신들 비단 화폭에 채색
19세기 화승 민규의 독특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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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단이 최근 미국 경매에서 사들여 환수한 범어사 옛 소장품 <신중도>의 전체 도상. 대표적인 불교의 수호신상들인 예적금강, 마리지천, 위태천을 주존으로 좌우에 천부의 호법신과 팔부중 신상들을 그린 19세기말 불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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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조선 불화의 주요 작가였던 화승 민규의 작품으로, 부산 범어사에 봉안됐다가 국외로 유출됐던 <신중도>가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단은 1891년 민규가 그린 신중도를 최근 국외 경매에서 사들여 국내로 환수했다고 5일 밝혔다. 조계종 쪽은 이날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원행 총무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수고불식을 열어 작품 실물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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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 밑부분에 쓰인 화기 부분. 1891년을 뜻하는 ‘광서신묘년’에 불화가 그려졌으며 그림장인을 뜻하는 ‘금어’가 민규라는 내용 등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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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도>(가로 세로 각 145cm)는 화려하게 채색한 다양한 불교 호법신들을 비단 화폭에 채워넣은 그림이다. 예적금강, 마리지천, 위태천 등 중요한 불교 호법신을 중심에 두고 양쪽에 천상의 신과 불법을 지키는 팔부중 신상 등을 채워넣었다. 19세기 중후반 조선에 유행한 이른바 `104위 신중도‘ 스타일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에도 유사한 104위 신중도(1862년작)가 전해지고 있다. 학계는 주요 호법신들이 본존불처럼 불화 중앙에 대부분 들어간 보기드문 그림이며, 도상의 안정감과 군상들의 세부 표현도 뛰어나 조선 말기 불화의 희귀한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림 맨 아래쪽 화기에는 '광서 신묘년'(光緖辛卯年:1891년)이란 제작시기와 그림을 그린 화승 민규, 불사에 참여한 다른 승려들 이름도 적혀있어 눈길을 끈다. 봉안장소는 빠졌으나, 범어사 극락암에 봉안됐던 <칠성도>(범어사 성보박물관 소장)의 화기와 내용이 일치하고 화풍도 비슷해 함께 암자에 봉안됐던 작품으로 학계는 보고있다.
그림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0∼60년대 외국에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이 지금까지 존재해온 사실을 처음 밝힌 기관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다. 재단은 지난 9월 경매사이트 검색을 통해 그림이 미국 경매에 출품된다는 것을 파악하고 조계종에 알렸다. 이에 종단은 지난달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경매에 직접 응찰해 작품을 낙찰받았다. 그뒤 지난달 30일 작품이 국내에 들어왔고, 서울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간단한 보존처리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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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현관에서 불화 <신중도>의 환수고불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이 불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오른쪽에서 네번째 사람이 원행 총무원장이며, 왼쪽에서 첫번째 사람이 최응천 신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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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도>는 조선 말기 불화 작가로 활약한 승려 완호 낙현의 전형적인 화풍을 보여준다. 이런 점 때문에 학계는 그림 화기에 나온 민규가 완호의 초기 법명일 것이란 추정을 내놓고 있다. 민규의 불화 작품으로는 현재 <청곡사시왕도>(1892)와 <창원신중도>(1892)가 전하는데, <신중도>의 출현으로 19세기말~20세기초 범어사를 중심으로 완호 낙현의 화맥이 영남 일대에 널리 계승됐을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제기할 수 있게 됐다. <신중도>는 환수 고불식을 마치고 본래 자리인 범어사로 곧장 옮겨져 봉안될 예정이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대한불교조계종 홍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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