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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진이 지난 23일 낮 경북 독도 동섬의 접안시설에서 라이다를 장착한 특제 드론을 날려서 띄우는 가동실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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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 22일부터 독도서 첨단 드론 조사
세부 지형 식생 파악하는 라이다 기기 탑재
비무장지대 철원성터 실체 파악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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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진이 지난 23일 낮 경북 독도 동섬의 접안시설에서 라이다를 장착한 특제 드론을 날려서 띄우는 가동실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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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바다 외로운 섬 독도를 향해 드론에서 레이저를 쏘았다.
지난 22일 국토 동쪽 끝, 경북 울릉군 독도에서는 섬의 자연유산 보존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 펼쳐졌다. 이날 섬을 찾은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직원들은 독도 동섬 선착장에서 4발 프로펠러를 단 특제 드론 하나를 상공에 띄워올렸다. 날아오른 드론 아랫 부분엔 무게 약 3kg에 달하는 특수장비가 달렸다. 공중에서 레이저 광선을 쏘아 반사파로 특정한 땅의 생김새를 떠내 듯 찍어 기록하는 초정밀 라이다(LiDAR)였다.
연구소가 이달초 오스트리아 리글사로부터 3억5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사들인 최첨단 라이다는 독도의 날인 25일을 앞두고 첫 조사현장인 천연보호구역 독도의 동섬, 서섬의 곳곳을 샅샅이 훑고 찍었다. 서섬의 탕건봉, 대한봉, 삼형제굴 바위 등과 동섬의 천장굴, 닭바위, 독립문 바위 등이 라이다 기기의 레이저 투사기와 카메라 렌즈에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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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동섬의 암벽에 붙어 자라는 울릉국화와 해국을 가까이서 포착한 사진이다. 연구소 쪽은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독도, 울릉도 암벽에 자라는 희귀 식물종의 세부적인 서식 양상을 첨단 드론라이다로 관찰, 기록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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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은 동섬과 서섬 사이 상공을 날면서 가파른 암벽의 형상과 거기 잔디처럼 눌러붙은 천연기념물인 사철나무, 울릉국화 등 수많은 희귀 식물들의 서식 양상도 영상으로 떠내 스캔했다. 수직의 가파른 지형 탓에 학계와 연구진이 가까이 가서 볼 수 없었던 구체적인 지형 정보들이 라이다 기기에 스캔 전송되어 연구소 컴퓨터에 입력됐다. 단적으로 천연기념물 사철나무 군락에 덮여 실제 지형을 육안으로 확인할 길이 없었던 동섬 왼편 모퉁이 봉우리의 지형 윤곽도 이번 조사로 단박에 손에 잡힐 듯한 모습이 확인됐다. 눈으로는 멀리만 보일 뿐, 도보로 접근할 수 없어 연구원들이 발만 구르던 근접 조사의 꿈을 실현시켜준 것이다. 국내 자연유산 보존 연구사업에 새 지평이 열린 셈이다.
라이다 드론은 첫 활동을 시작한 다음날인 24일 낮 독도 동섬을 찾은 언론사 취재진 앞에 실물이 공개됐다. 얼핏 봐서는 대형 드론과 다를 바 없는 모양새인데, 밑부분에 길쭉한 실린더 통 모양으로 높이 72cm, 너비 113cm 짜리 라이다 기기가 달린 게 특징이었다.
연구소 실무진들의 조작으로 굉음을 내며 동도 선착장에서 위로 날아올라 기기가 작동하는 시연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실무자인 김재웅 연구원은 라이다 기기의 본체와 위치측정 장치가 들어간 머리 부분을 잇는 투명한 연결관 안에 파이프처럼 돌아가는 부위를 가리켰다. “이 부분의 센서가 돌아가면서 레이저를 쏘아 지형과 식생을 기록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독도의 지형과 생태는 기후의 영향을 받으며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라이다 드론을 통해 분기별로 동섬과 서섬의 식생 지형을 관찰 기록하면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변화양상을 지속적으로 비교하면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자연 제약 때문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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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아래 달린 라이다 장비를 가까이서 본 모습. 2.5kg 정도로, 레이저를 특정한 대상에 쏜 뒤 반사파를 탐지해 대상의 구조나 형상을 떠내는 구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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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구글지도나 에이아르(AR) 등의 기기를 통해 독도의 형상을 일반인들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뜻밖에도 섬의 식생이나 세밀한 지형정보는 학술적으로 충실하게 축적된 것이 별로 없다고 한다. 조류연구자인 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의 강정훈 연구관은 라이다를 자연유산 연구의 놀라운 진전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독도는 대부분의 지형이 등반이 불가능한 급경사면입니다. 암벽의 정밀 지형 양상과 동식물 식생의 세부적인 실태는 눈이나 망원경 등을 이용한 관찰로 얻은 것이 사실상 전부였어요.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실제로 답사하는 것처럼 관찰이 가능한 라이다 드론은 가장 진일보한 조사방식이어서 기대가 큽니다.”
라이다는 근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해 대상물의 형상 등 물리적 특성을 측정한다. 원래는 주로 군용 항공기에 장착해 적군 지역의 지도를 제작하거나 광범위한 개발 지역을 탐사하는데 이용했던 신기술이다. 쉽게 말해 특정 구역에 레이저를 쏜 뒤 반사되는 신호를 통해 주변의 지형 지물을 3디(D)입체 화상으로 떠내는 입체 스캔 장치라 할 수 있다. 이번에 투입된 초경량 드론용 라이다는 일반 사진에 사용되는 광학렌즈가 아닌 근적외선 광선으로 결과물이 스캐닝된다. 오차율이 15㎜에 불과하고, 한번에 촬영할 수 있는 범위는 반경 250m에 달한다고 한다.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가기 어려운 험난한 지형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찍을 수 있다는 것. 레이저로 투사한 스캔 화상은 숲과 등걸에 가려진 지표면의 형상과 흔적들도 확인할 수 있다. 군사용 장비로만 쓰였다가 최근 수년간 민간 지리 정보용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는데, 그 활용범위가 최근 문화유산, 자연유산으로까지 넓혀졌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울창한 정글 속에 숨겨진 고대 도시 발굴이나 산악지역, 지뢰 매설지역 인근의 문화유산 등의 조사에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연유산 보존관리를 위한 조사에 라이다를 활용한 건 국내는 물론 동아시아권에서도 최초의 시도라고 한다. 이원호 명승팀 팀장은 이번 시도를 통해 연구소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는 태봉국 도읍 철원성 조사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도드라진 성과로 지목했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지형 조건에서 라이다가 충실한 스캔 자료와 실측 영상을 보내왔다는 사실이 이번 독도 조사로 충분히 입증됐어요. 앞으로 지뢰가 무수히 묻힌 비무장지대의 철원성 성터 조사에도 남북 당국간의 기본 합의만 되면 얼마든지 드론 라이다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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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첨단 드론 라이다로 스캔해 처음 찍은 독도의 동섬, 남섬의 지형 이미지. 이런 지형과 식생 스캔 작업들을 거듭하며 독도의 세부 자연 생태 지형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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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쪽은 라이다 탑재 드론을 띄워 공중 촬영하게 되면 철원성의 내성 외성 윤곽과 문터, 주거건물터 등의 지상 구조물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화상도의 정밀함 등에서 직접 비무장지대에 조사원들이 들어가 직접 실측하고 유적 현황을 스케치하는 것보다도 훨씬 안전하고 조사도 효율적이라는 것이다.실제로 천연보호구역과 명승 같은 자연유산은 대부분 면적이 크고 학술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지형 지물이 많다. 그만큼 보존관리에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데, 라이다 드론은 비교적 적은 시간에 더 넓은 지역에 대한 정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보존관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게 연구소 쪽의 설명이다. 이원호 팀장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이하, ICT)을 접목한 자연유산 보존관리 연구의 성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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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가 22일 드론라이다로 정밀 조사한 독도 동섬 암벽의 사철나무 군락(천연기념물). 암벽 왼쪽 윗부분의 푸른 부분이다. 강풍에 가지가 옆으로 퍼져 얼핏 잔디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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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취재진은 울릉도와 독도를 연구소쪽의 안내로 울릉국화, 섬백리향, 향나무 등의 특산종이 자라는 울릉도 곳곳의 암벽과 계곡지대를 돌아보면서,
드론라이다의 조사범위가 독도는 물론 울릉도 희귀 자연유산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육안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연구소 쪽은 이번 주말까지 라이다 기기로 독도의 두 섬을 훑은 뒤 관련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독도 보존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독도를 시작으로 전국에 있는 천연보호구역(11개소)과 명승(113개소)을 대상으로 조사 촬영 범위를 넓히는 것도 계획중이다.
독도/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자료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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