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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4 07:59 수정 : 2019.10.24 23:17

[국악 관현악계 신예 작곡가 10인]
연주·기획·작곡능력 두루 갖춘
20~40대 개성 있는 작곡가들
‘짤방’ ‘스낵 컬처’ 시대상 반영한
‘3분 관현악’으로 국악 매력 살려
24일·25일 국립극장 공연

“찰나에 느끼는 깊은 울림…
과감하게 장르간 경계 허물며
새 국악 패러다임 제시하고파”

국악은 재미없다고? 관현악은 어렵다고? 그 선입견 우리가 깨주겠다며 이들이 나섰다. 국악 관현악계 신예 작곡가 10인이다. 최덕렬(33), 장민석(25), 김현섭(27), 김영상(26), 장석진(44), 최지운(24), 양승환(40), 정수연(37), 이고운(30), 김창환(37). 평균 연령이 33살인 이들에겐 ‘저스트 텐 미니츠’도 길다. 이들이 관객의 선입견을 깨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분’이면 된다. ‘빠밤~.’ 관현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3분 곡을 모은 공연 ‘3분 관현악’이 24일과 25일 저녁 8시 국립극장에서 공개된다. 이들 10명이 각각 창작했고 국립국악관현악단(60명)이 연주한다.

‘3분 관현악’은 공연 자체의 참신함을 넘어 국악 관현악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오래 전부터 달라지려는 시도는 있어왔지만,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악계에서 변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 수년 사이 외국인 작곡가와 컬래버레이션하고 서양 악기를 접목하는 등 국악 관현악에서도 대중화를 위한 틀 깨기가 시작됐다. ‘3분 관현악’은 한발 더 나아가 7분 웹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짤방’ 등이 유행하는 ‘스낵 컬처’ 시대를 반영해 젊은층과 소통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쪽은 “짧고 강렬한 소통을 선호하는 이 시대 관객에게 시대의 흐름을 함께하는 작곡가들이 새로운 국악 관현악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0인의 작곡가들도 “이런 시도가 국악 관현악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사실 이 10인이야말로 변화의 증거다. 그동안 신인 작곡가들이 국악 관현악을 창작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관현악단은 이미 능숙한 베테랑들(평균 나이 50대)에게 곡을 의뢰해왔다. 젊은 작곡가들은 대부분 편곡에 참여하는 식이었다. 최덕렬 작곡가는 “총보를 창작하는 것은 처음이다. 젊은 작곡가들에게 총보를 쓸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았는데,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양승환 작곡가는 “관현악 신진 작곡가끼리 만날 일도 많지 않은데 이번 교류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배우는 것도 많았다”고 말했다.

평균 연령 50대의 베테랑들은 깊이와 노련미를 갖췄지만, 파격적인 시도와 참신함에서 아쉬웠다. 20~40대의 신진이 모였으니 작품에서도 재기발랄함이 묻어난다. 3분이라는 획기적인 시도 안에서 이들은 자유자재로 춤을 춘다. “3분 안에 주목받아야 하니 가장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 장기를 내세웠다”고 한다. 포문을 여는 ‘조율’(최덕렬)은 거문고, 피리, 해금, 타악기 등 국악 관현악단을 구성하는 악기 전체의 매력을 보여주고, ‘목멱산’(장석진)은 남산의 옛 이름인 ‘목멱산’의 자연을 3분씩 그려낸 3편을 엮은 게 묵직하다. 장석진 작곡가는 “오케스트라와 작업을 많이 한 장점을 살리려고 했다. 국악 관현악에서 서양 음악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장민석·김현섭·김영상 작곡가가 공동 창작한 협주곡 ‘정화’는 파격적이다. 국악 관현악에서 여러 작곡가가 머리를 맞대어 협주곡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덕렬 작곡가는 “20대 작곡가 세명이 모여서 쉽지 않은 협주곡의 틀을 빌려 만들었다니 호기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인 21일까지 서로의 곡을 들어보지 못했던 이들은 이 협주곡을 가장 궁금해했다.

국립극장 제공
‘3분 관현악’이지만 3분 인스턴트가 아니다. 개성을 살리면서도 내실을 다지는 요즘 젊은 세대의 특성이 이 10명에게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3분짜리 곡을 한달 안에 창작해야 하는 촉박한 상황에서도 기승전결을 갖춘 저마다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장민석 작곡가는 “보통 20분 곡 안에 긴장과 이완이 서너번 있는 것과 달리 3분엔 딱 한번이라는 제약은 있었지만, 찰나의 순간에 최대한 강하고 깊은 울림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현악 작곡은 연주력, 기획력, 작곡 능력까지 필요한 어려운 작업이라 모든 악기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어야 좋은 곡이 나올 수 있다. 이들은 “거문고”(양승환·최지훈)를 각각 10년·7년 배웠거나 “전자, 피아노, 첼로, 기타”(장석진) 등 대부분 서너가지 악기를 다룰 줄 안다. 그런 능력을 바탕으로 3분 안에 어떤 악기를 어떻게 넣을지 소리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 최지운 작곡가는 “3분 안에 기승전결이 확확 변하는 느낌을 담고 싶었다. 장구로 하는 타령 장단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장구 대신 에어 드럼을 써 왈츠 느낌을 내는 식으로 색깔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 10명의 신예가 ‘3분 관현악’을 계기로 국악 관현악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이들 역시 모처럼 다가온 기회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국악 관현악이 자신들을 통해, 더 많은 신진을 통해 관객들에게 편하고 재미있게 다가가기를 기대하고 고민한다. 양승환 작곡가는 “재즈나 전자음악 등 다른 장르와 더 과감하게 컬래버레이션을 하면서 경계를 허물고 싶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국악을 접목한 노래를 선보이자 전세계가 우리 소리에 관심을 가진 것처럼 이런 시도가 활발해져 국악과 국악 관현악의 저변이 더 넓어지기를 바란다. 최지운 작곡가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국악 오케스트라로만 비지엠(BGM·배경음악)을 해도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시대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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