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6 16:11
수정 : 2019.10.1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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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수첩’ 프로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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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방송서 CJ 경연 프로 조작 의혹 제기
‘프듀’ ‘아이돌학교’ 참가자들
“특정 기획사 연습생 분량 늘리고
경연곡 미리 알려주기도” 주장
휴대폰 압수 등 인권침해 논란도
엠넷 쪽 “수사 결과 지켜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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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수첩’ 프로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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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PD)픽, 특정 기획사 밀어주기…, 끊임없이 제기되던 의혹이 사실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피디수첩>(문화방송)은 지난 15일 방송한 ‘씨제이와 가짜 오디션’ 편에서 <프로듀스 엑스 101>을 둘러싼 투표 조작 의혹을 파헤쳤다. 이 과정에서 <프로듀스 엑스 101> 경연에 참여한 연습생들과 그의 부모, 제작진을 접촉해 증언을 들었다.
<피디수첩>과의 인터뷰에 응한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짜여진 각본이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이 노골적으로 조작 과정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많다. 한 연습생은 “센터(에 설 연습생을 뽑는 것) 자체가 연습생들이 뽑는 거였다. 그런데 제작진이 갑자기 투표 방식을 바꿔 (애초 뽑힌 센터 대신) 그 연습생(방송에 센터로 나온 연습생)이 센터가 됐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해오던 방식을 바꿔가며 첫 무대의 센터를 변경한 것이다. 작곡가가 경연곡을 연습생에서 분배할 때도 제작진이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연습생은 “피디가 작곡가를 데리고 나가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작부터 특정 기획사를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몇몇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은 매 시즌 최종 멤버에 선발됐기 때문이다. <피디수첩>에서도 방송사와 기획사의 유착관계를 폭로하는 발언이 나왔다. 한 연습생은 “(특정 기획사) 연습생이 경연곡을 미리 알고 있고 계속 연습을 하고 있었다”며 “추궁했더니 자기 안무 선생님이 알려줬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제작현장에서 일했던 스태프도 “‘얘를 띄워라’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얘 분량을 늘리자’ 이렇게 말은 했다”고 말했다.
<프로듀스 엑스 101>뿐만 아니라 <아이돌학교>에서도 투표 조작 의혹이 나오는 등 논란은 씨제이이앤엠 경연 프로그램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아이돌학교>에 출연한 이해인은 <피디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아이돌학교>는 애초 출연자가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총 3000명이 오디션을 본 뒤 방송에 나올 출연자가 선정됐는데, 이 과정 역시 조작이라는 것이다. 이해인은 “(출연자에게) 3000명 오디션 어떻게 보셨어요? 하고 물어보면 아무도 대답 못 할 것이다. 오디션을 안 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돌 학교>에 출연한 또 다른 이도 “3000명이 참여하는 오디션은 안 봤다”며 “제작진 쪽에서 물어보면 갔다고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해인 쪽에서 석연찮은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자 <아이돌학교> 제작진이 1년 안에 데뷔시켜주겠다는 말로 회유를 시도한 사실도 <피디수첩>에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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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엑스 101’ 프로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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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이이앤엠이 주도하는 경연 프로그램 촬영 과정에서 인권침해도 이뤄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프로듀스 엑스 101>에 출연한 한 연습생은 “숙소에 들어가면 휴대폰을 반납해야 하고, 다 같이 똑같은 옷을 입어야 했다. 화장실도 똑같은 시간에 허락받고 가야 했다”고 말했다. 12살, 13살 미성년자도 있었지만 촬영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새벽 4시에도 1조 나와 그러면 자다가 나가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이돌학교> 숙소로 나온 분홍색방은 공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페인트 냄새가 심했고 환기 시설도 없어서 피부 발진이 일어난 출연자도 있었다고 한다. “두 달 동안 하혈을 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춤만 추고 그러니 쓰러진 애들이 진짜 많았다” “새벽까지 연습해서 힘든데 아침에 제작진이 성질을 내면서 깨웠다. 왜 성질을 내시느냐고 말한 출연자는 그 이후에 방송에 거의 못 나왔다”는 등의 주장이 이어졌다.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유착관계를 의심받는 기획사 쪽과 <프로듀스 엑스 101> 담당 피디는 <피디수첩> 제작진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엠넷> 쪽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피디수첩>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방송은 시청률 5.1%(전국기준, 닐슨코리아집계)를 기록했다. 전 주(3.7%)보다 올랐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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