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6 12:14
수정 : 2019.10.1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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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묘 출토 항아리 조각들에 새겨진 신라인들의 행렬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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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라 주요 무덤인 44호 호석 주변에서 출토
말 새긴 토기와 제기류 등
무덤 제사 관련 유물 110여 점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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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묘 출토 항아리 조각들에 새겨진 신라인들의 행렬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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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하고 말 타고 춤추면서 앞으로 행진하는 신라인들 모습을 담은 행렬도가 출현했다. 무용총 등 만주의 고분벽화와 매우 닮은 구도를 지녀 학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고도 경주에 남은 옛 신라의 주요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 중 하나인 시내 쪽샘 지구 44호 무덤에서 신라인들의 행렬이 새겨진 목긴 항아리 조각들이 처음 세상에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4년부터 벌여온 44호묘 발굴조사 과정에서 최근 신라인 행렬과 말 문양이 새겨진 토기, 제사와 관련된 유물 등 출토품 110여점을 새로 확인했다고 16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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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게 묘사된 주인공은 말을 타고 있다. 개가 앞에서 그의 행차를 이끌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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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도가 새겨진 항아리 토기는 44호 호석 북편에서 부서진 잔편들의 형상으로 나왔다. 전체 높이 약 40㎝의 신라 특유 양식인 목긴 항아리(장경호)로 추정된다. 주둥아리 부분(경부), 어깨 부분, 몸체 등에 다양한 무늬와 그림이 새겨진 것이 특징이다. 문양은 크게 4단으로 이뤄져 있다. 1단과 2단, 4단에는 기하하적 무늬를 되풀이해 새겼고, 3단엔 말을 타고 가거나, 춤을 추고, 동물을 사냥하는 모습과 함께 사슴, 멧돼지, 말, 개따위의 동물들도 연속적인 도상으로 표현해놓았다. 연구소 쪽은 “문양의 전체 구성으로 보아 행렬도를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행렬도를 새긴 토기는 출토된 정황으로 미뤄 무덤 제사를 위한 토기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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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샘 지구의 44호분 발굴 현장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위쪽의 무덤 호석열을 따라 표기된 흰점은 제사용 대호 9점이 각각 출토된 지점을 가리킨다. 무덤 둘레에서 망자를 기리는 제사가 계속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물증이라 할 수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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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연관된 신라 유물들 가운데, 행렬도의 형식으로 기마, 무용, 수렵과 연관된 행위들을 묘사한 토기 그림은 처음 드러난 사례다. 특히 44호분에서 나온 목긴 항아리 그림은 도상의 내용들이 다채롭게 짜여져 있고, 회화적 표현력도 뛰어난 유물로 평가할 수 있다. 고구려 무용총 등 고분벽화의 행렬도, 수렵도 등을 구성하는 여러 표현들과 비슷한 측면이 많아 당시 밀접했던 신라·고구려의 대외관계를 분석하는 근거 사료로도 역사적 의미가 크다.
말 문양은 발형기대(항아리그릇의 길쭉한 받침)의 다리 부분으로 추정되는 토기 조각 2점에서 확인됐다. 말이 새겨진 문양은 모두 2개체로 말갈퀴, 발굽, 관절뿐 아니라 갑옷을 입은 모습까지 상세하게 묘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 쪽은 “현재까지 발견된 고대 토기의 말 새김 문양 가운데 회화적 표현이 가장 우수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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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행렬도가 새겨진 쪽샘 44호묘 출토 토기 조각들. 오른쪽 조각에 말탄 사람의 모습이, 왼쪽 조각에는 춤추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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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항아리(대호)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제사 유물들도 무덤 호석 주변을 따라 110여점이 나왔다. 대호는 모두 9점으로 호석을 따라 일정 간격으로 배치됐으며, 안과 바깥에서 굽다지 접시(고배), 뚜껑달린 접시(개배), 안에 방울이 있어 흔들면 소리가 나는 악기류인 토제훈, 토제방울 등 소형 토기들이 주종인 제기들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이 제기류와 대호들은 시차를 두고 몇 차례에 걸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년 전부터 올해까지 재조사된 경주 서봉총, 데이비드총, 금령총 등에서 호석의 열을 따라 이런 대호, 제기들을 묻고 제사하던 흔적들이 일부분 드러난 바 있는데, 44호분에서는 그런 흔적들이 가장 광범위하게 나타나 선후관계와 내용물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연구소 쪽은 적석목곽묘의 호석 주변에서 이뤄진 고신라인들의 제사가 어떤 양상으로 치러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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