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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6 07:59 수정 : 2019.10.16 07:59

<신문기자>의 한 장면. 더쿱 제공

가와무라 미쓰노부 프로듀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내한
아베와 대립했던 기자의 책 바탕
가케학원 사학 비리 집중 조명
한국 배우 심은경이 주연 맡아

“제작·홍보에 정권 압력 받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어
신문이 민주주의 수호 기지 됐으면”

<신문기자>의 한 장면. 더쿱 제공
“아베 총리가 꼭 보길.” 오는 17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신문기자>를 만든 가와무라 미쓰노부 프로듀서는 일본 시사회 당시 ‘그’를 콕 찍어 언급했다.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사실상 아베 신조 총리이기 때문이다. <신문기자>는 아베 총리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다. 영화는 가짜 뉴스의 실체를 파헤치던 신문기자가 국가가 숨긴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는 내용인데, 전체를 관통하는 건 아베 정권이 연루된 가케학원 사학재단 비리다. 가케학원 비리는 2017년 아베 총리가 지방 사학재단의 국유지 헐값 매입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의혹에서 확산된 스캔들이다. 가와무라 프로듀서는 15일 서울 강남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다큐가 아니라 픽션”이라고 말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을 실명으로 쓸 것인지를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영화는 사실에 가깝다. 친아베 저널리스트의 성폭행과 가케학원 사건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의 자살 등 실제 있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 내내 등장한다. 특히 아베 정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내각정보조사실의 실체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어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까발린 점이 흥미롭다. 그들은 영화에서 국가 수호를 위해 일한다는 명분하에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민간인을 사찰하며 정권에 반하는 인물들을 상대로 여론을 조작해 궁지로 내몬다. 가와무라 프로듀서는 “내각정보조사실은 일본 비밀 조직이다. 원래 아주 작은 부서였는데 하루 두번 총리와 직접 만나는 등 밀접한 관계로 발전하며 조직이 매우 거대화됐다”며 “사실상 개인을 위한 사병적인 조직이 된 그곳과 관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문기자>를 만든 프로듀서(왼쪽)와 감독. 더쿱 제공
영화는 사학비리 사건 당시 의문을 제기하며 아베 정권과 대립한 <도쿄신문> 기자 모치즈키 이소코가 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국 배우 심은경이 맡은 역할의 실존 인물이 바로 모치즈키다. 그는 진위 여부 파악에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베 정권의 2인자이자 대변인인 관방장관 기자회견에서 40분 동안 사학 비리 관련 질문을 던져 유명해졌다. 기자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고 현 정권에 맞섰다.

영화 <신문기자> 역시 대중문화계의 모치즈키와 다름없다. 현재 일본에서는 정부를 비판하는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4~5년 동안 정부를 비판하는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현 정권이 갖고 있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어서 영화를 만들면서도 이런 영화를 만들면 안 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권과 대립하다 불이익을 당한 극중 인물들처럼 제작진도 정권의 압력을 경험했다. 가와무라 프로듀서는 “이 영화는 일본 티브이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고, 영화 홍보를 해준 곳은 신문과 에스엔에스밖에 없었다. 라디오에서 홍보하는 것도 거절당했다”며 “그런 것들이 압력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럼에도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이들은 “미디어와 정치의 관계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와무라 프로듀서는 “미디어가 정권에 맞서는 게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일본에서는 최근 3~4년 동안 큰 정치 사건이 몇개 있었다. 정권을 뒤집을 수 있는 사건들이었는데도 아직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미디어가 위축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에서 사학비리의 실체를 제보하고 자살한 간자키를 정권이 정책자금 부정 유용이 발각되자 자살한 것처럼 꾸미는 가짜 뉴스를 만들고, 악성 댓글을 다는 내용은 일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실의 대한민국에서도 지금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널리즘이란 무엇인지, 기자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거나 “기자는 권력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 내내 등장하는,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는 대사들이 폐부를 찌른다. 가와무라 프로듀서는 “신문이 모든 미디어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신문을 읽어야 정치에 흥미를 갖게 된다. 동시에 정치에 흥미를 갖는 건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신문이 정치에 흥미를 갖고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기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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