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0 22:30
수정 : 2019.10.10 22:48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1942년 오스트리아 남부 그리펜 태생 작가
희곡 ‘관객모독’,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집필
한림원 “언어의 독창성 돋보이는 작가” 평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지명된 페터 한트케(77)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면서 독일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온 작가로 그동안 여러번 노벨 문학상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곤 했다.
1942년 오스트리아 남부의 그리펜에서 독일 군인 아버지와 세르비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트케는 어린 시절 동독에서 자라다 오스트리아로 돌아와 그라츠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나 1966년 첫 소설 <말벌들>과 희곡 <관객모독>이 성공을 거두면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네 배우가 무대 위에 올라 별다른 플롯 없이 관객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형식의 <관객모독>은 인습에 대한 ‘모독’으로서 숱한 화제를 뿌리며 실험극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그의 대표작은 시집 <외부 세계의 내부 세계>(1969), 소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1970)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1972), 예술 에세이 <어느 작가의 오후>(1987) 등이 있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시나리오 집필을 비롯해 빔 벤더스 감독과의 여러차례 협업으로 찬사를 받았다. 심지어 벤더스 감독은 “한트케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냥 화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어린 시절에 겪은 가난과 비참함, 청년기에 닥친 어머니의 자살 등은 그의 작품에 이단아적 기질과 특유의 어둠을 자아냈다. 언어 현상의 탐구,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관념을 확장하며 독창적 문학세계를 구축해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잘츠부르크 문학상, 오스트리아 국가상, 브레멘 문학상, 프란츠 카프카상, 실러상, 게오르크 뷔히너상 등 독일어권 저명한 문학상을 대거 휩쓸었다.
그는 관습을 부수는 문학작품뿐 아니라 독설로도 많은 논란을 일으켜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새로운 독일문학을 창조하자는 문인들의 모임 ‘47그룹’에서 활동하면서 1960년대 당대 독일 작가들을 향해 ‘기술(묘사) 불능’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고 독일문학의 거장 토마스 만을 놓고 “끔찍한 작가”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201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같은 오스트리아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가 “노벨 문학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페터 한트케”라고 말했지만 정작 한트케는 ‘노벨 문학상은 폐지돼야 한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가장 큰 논란을 빚은 것은 발칸전쟁이 발발한 1990년대에 그가 세르비아 편을 들면서부터다. 그는 심지어 코소보의 학살자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두둔했고 심지어 2006년 밀로셰비치의 장례식까지 참석했다. 이 때문에 그가 받기로 했던 하인리히 하이네상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주현 김지훈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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