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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6 17:41 수정 : 2019.09.26 19:37

일제강점기에 찍은 부산항 1부두 잔교. 부산과 시모노세키 사이를 오갔던 관부연락선 창경환이 정박해 있다. 이 잔교는 바로 옆의 옛 부산역과 바로 연결되었다.

24일 부산 ‘피란수도 부산유산’ 세미나 열려
부산, 인천, 군산 근대 항만시설 가치 재조명
문화역사공간으로 보존과 활용가치 모색해야

일제강점기에 찍은 부산항 1부두 잔교. 부산과 시모노세키 사이를 오갔던 관부연락선 창경환이 정박해 있다. 이 잔교는 바로 옆의 옛 부산역과 바로 연결되었다.
“식민지 피란시절 부산항의 역사를 대표하는 시설이 1부두입니다. 하지만 여기 서서 앞바다를 보거나 뒤편의 도심 건물들을 조망해본 시민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인천 항만 구역은 국가기관인 해양수산부 관할이에요. 주민은 물론 시청 공무원도 못 들어가요. 배들이 오가는 걸 보면서 산책하고 싶어도 말이죠.”

국내 으뜸가는 항구도시인 부산과 둘째 항구도시 인천에 사는 주민들이 자기네 도시의 항만 구역 안에는 수십년간 접근조차 못 했던 역설을 어떻게 봐야 할까. 19세기 말 개항한 부산과 인천의 근현대 항구 역사를 연구해온 남윤순 부산 동아대 건축학과 강사와 김용하 인천도시연구소장은 부산항과 인천항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항만의 역사적 시설들이 국가한테서 시민 품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됐다고 역설했다.

지난 24일 부산시 초량동 부산역광장 컨벤션홀에서 열린 ‘피란수도 부산유산 세미나’는 ‘2019 부산 건축제’의 작은 딸림 행사였지만,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전문가들이 부산, 인천, 군산의 낯선 근대 항만시설 유산들을 처음 한자리에 엮어 보존·활용 논의의 대상으로 올렸다는 점이 눈길을 모았다.

국내 항만유산은 최근 들어 세간에 알려졌다. 지난해 부산시가 피란수도 유산에 해방 뒤 귀환동포와 피란민 집결지였던 1부두를 포함해 세계유산 등재 사업을 본격화하고, 인천에서도 동양 최초의 근대 갑문이 설치됐던 내항 부두의 세계유산 등재 운동을 추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항만유산은 건축유산과 달리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는 부교, 잔교, 석축, 갑문 등 전문 토목시설이 많고, 내부 시설 상당수는 국가 통제 아래 폐쇄적으로 운용돼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발표한 송석기 군산대 건축해양건설융합공학부 교수와 김용하 소장, 남윤순 강사는 세 도시의 근대 부두, 항만시설 변천사를 소개한 뒤 남은 항만유산 가운데 시각적으로 어떤 부분을 부각시키고 활용할지를 놓고 여러 견해를 내놓았다.

1918년 완공된 인천항의 1갑문을 찍은 사진이다. 아시아 최초로 건설된 이동식 갑문으로, 미국 기술자가 파나마운하의 갑문과 축조벽을 본떠 만들었다.
김용하 소장은 “1918년 건설된 인천항의 근대 갑문은 파나마운하를 본떠 미국인 기술자가 만들었고, 부두의 기반시설을 만든 일본 기술자들은 이후 도쿄, 오사카 등 일본 근대 항만시설도 설계하는 등 흥미진진한 토목기술사적 맥락을 갖고 있다”며 “부산 군산 인천 목포 같은 주요 근대 항구의 항만시설들은 기술사 생활사 사료들을 엮어서 새로운 유산적 가치를 규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석기 교수는 “군산의 경우 지난해 내항역사문화공간 재생사업을 시작했으나, 뜬다리 같은 일제강점기 항만 접안시설의 기술적 특징이나 내력 등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다. 국외의 항만유산 활용 사례를 적극적으로 찾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윤순 강사는 “1906년부터 1929년까지 건설된 부산 1부두의 잔교나 옛 건물, 석축의 흔적 등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두에서 일한 과거 노동자 피란민 등 인간의 삶에 얽힌 기록들을 모으는 작업도 시급하다”는 의견을 냈다. 도시민과 격리된 항만 공간을 개방해 시민 주도 문화역사공간으로 재생하고, 지방자치단체 간 공동 연구와 정책 만들기로 역사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알려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부산/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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