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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5 18:11 수정 : 2019.09.25 21:19

숭례문 앞에 설치된 이명호 사진작가의 카메라모양 구조물. 사진기의 조리개를 접었다 펴는 주름 모양으로 옆면을 만든 것이 이채롭다. 숭례문과 구조물 사이엔 의자를 놓아 관객이 앉은 채 포즈를 취할 수 있게 해놓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설립 50돌맞이
‘역사가 있는 풍경’ 전시 프로젝트
카메라 옵스큐라 체험 공간 마련

숭례문 앞에 설치된 이명호 사진작가의 카메라모양 구조물. 사진기의 조리개를 접었다 펴는 주름 모양으로 옆면을 만든 것이 이채롭다. 숭례문과 구조물 사이엔 의자를 놓아 관객이 앉은 채 포즈를 취할 수 있게 해놓았다.
서울의 옛 관문인 숭례문(국보) 앞에 사람보다 훨씬 큰 덩치의 카메라 구조물이 등장했다. 앞면엔 툭 튀어나온 렌즈가 붙어 있고, 옆면은 조리개 여닫는 주름 모양으로 만들어져 영락없는 접이식 구형 카메라의 모습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5일 서울 숭례문광장에 설치해 공개한 가로 6m, 세로 3m의 이 구조물은 연구소 홍보대사인 이명호 사진작가의 작품이다. 연구소 설립 50돌을 맞아 이날부터 11월까지 숭례문, 울릉도, 광화문, 경복궁에서 벌이는 기획전시 ‘역사가 있는 풍경'의 출품작으로 나왔다. 작가는 시민들에게 숭례문을 알릴 새로운 구경거리를 고심하며 다섯달 걸려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숭례문을 등지고 바라본 이명호 작가의 카메라 구조물 앞면. 대형 렌즈가 튀어나온 모습이다.
구조물 내부는 컴컴한 방(암실)이다. 정면에 손잡이를 앞뒤로 움직여 초점을 조절할 수 있는 렌즈 장치가 있다. 들어가보면, 렌즈에 숭례문과 주변 풍경이 거꾸로 비치면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두운 방이나 상자 한쪽 벽에 뚫린 구멍으로 외부 형상이 들어오면 맞은편 벽에 상이 거꾸로 비치는 옛사람들의 시각 장치인 ‘카메라 옵스큐라’를 재현한 것이다.

오늘날 카메라의 뿌리가 된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를 숭례문을 통해 색다르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셈이다. 구조물 바깥에 튀어나온 렌즈 앞쪽에는 의자가 놓여 있어 앉으면 뒤쪽 숭례문을 배경으로 앉은 관객의 모습까지 암실 안 렌즈에 거꾸로 나타난다. 연구소가 제공하는 반투명 종이를 렌즈에 대고 거꾸로 비친 문과 풍경을 스케치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역사유산에 기록하는 사진예술의 상상력을 보태어 좀더 재미있게 숭례문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상했다”며 “관객이 구조물 안에서 문을 스케치한 작품들을 모아 우수작을 시상하고 전시회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조물 내부 암실의 렌즈 장치에 나타난 숭례문과 인근 풍경.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에 따라 거꾸로 뒤집혀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숭례문 앞 카메라 옵스큐라 구조물은 새달 4일까지 공개된다. 뒤이어 17~27일에는 독도가 어른거리는 울릉도의 안용복 기념관 마당에 놓여 탐방객들을 맞는다. 11월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6~16일)과 경복궁 흥례문 앞마당(18~29일)으로 자리를 옮겨 거꾸로 비친 이 땅 각지 자연·문화유산들의 진풍경을 계속 선보일 참이다. 이 작가는 벌판에 홀로 솟은 나무나 숲 같은 특정 자연물의 배경에 인공적인 차양막을 드리우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특유의 사진 연출 작업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3년엔 숭례문 뒤에 배경막을 드리우고 찍는 프로젝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연구소 쪽은 이날 주요 사업 계획도 발표했다. 최종덕 소장은 올해 10월 첨단 드론 기기를 독도 상공에 띄워 해안선을 비롯한 섬의 정밀 지형 조사를 처음 벌이기로 했으며, 내년에는 경남 김해 봉황대공원 인근에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가야역사문화센터 설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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