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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19 16:37 수정 : 2019.09.19 19:40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 출연한 배우 박해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연이 주연이다 박해준 인터뷰]
‘힘을내요 미스터 리’ ‘유열의 음악앨범’…
‘아스달 연대기’ 등 드라마·영화 종횡무진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 출연한 배우 박해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상하게도 그는 늘 사람들 뇌리에 ‘악역’으로 기억된다. 영화 <화차>의 인정사정없는 사채업자,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총기전문 저격수, <독전>의 악랄한 마약조직 중간 보스, <악질경찰> 속 거대 악의 충실한 오른팔…. 매서운 눈빛과 서늘한 입매로 내뱉는 독기 가득한 대사는 비릿한 피 냄새를 풍긴다.

그런데 웬걸. 막상 만나보면 서글서글한 ‘교회 오빠’같은 외모와 수줍은 미소가 일품인 배우 박해준(43)이다. 그제야 그가 드라마 <미생> 속 평범하기 짝이 없는 천 과장, <침묵>의 의지와 신념이 굳은 검사, <순정>의 순박한 산돌 같은 역할도 맡았다는 게 떠오른다.

‘유열의 음악앨범’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지만 막상 능력도 자신감도 없었어요. 데뷔작인 <화차>에서 출발해 악한 캐릭터로 풀렸는데, 제가 가진 역량에 견줘 도드라져 보였다니 운이 좋은 거죠. 안 그랬으면 (배우로) 살아남기 힘들지 않았을까요? 하하.”

최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마주한 박해준은 시종일관 너무하다 싶을 만큼 겸손했다. “사실 배우를 하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거든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 2기로 입학을 했었는데, 학사경고 누적으로 자퇴했다가 군대 다녀와서 시험을 치고 00학번으로 다시 입학했어요. 연기에 대해서 잘 몰랐고, 실력도 없었고, 끼도 없었죠. 부산 출신이라 사투리도 심했고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배우 유선·황석정 등과 한예종 동기인 그는 ‘잘 생김’으로 유명했다. 당시 별명이 ‘한예종 장동건’이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가 한 말 아닙니다.(웃음) 누가 만들어 낸 별명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장동건 선배님이랑 비교될 급은 아니죠. (소곤소곤) 사실, 저 아직도 잘 생겼다는 말 좋아하긴 해요. 하하하.”

“저의 본질은 허허실실, 유유자적”
“악역 많이 했지만 ‘극단적 악역’ 하고파”

정극보단 실험극이나 무언극에 끌렸고, 그래서 졸업 뒤 극단 차이무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관객과 호흡하는 즐거움을 배우면서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졌다. 그러던 그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 <화차>(2012)였다. “당시 제가 <늘근 도둑 이야기>라는 연극을 했었는데, (이)선균이 형이 영화 <화차>를 찍는다며 후배들한테 오디션에 지원하라고 추천을 하더라고요. 진선규, 이성욱 등과 함께 오디션을 봤는데 제가 사채업자 배역에 합격했죠. 그렇게 영화판에 발을 들이게 됐어요.”

두번째 터닝포인트는 정지우 감독과의 만남이었다. 박해준은 정 감독이 자신이 가진 본질과 기질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감독님이 워낙 세상을 리얼하게 바라보는 편이세요. 배우의 연기도 매우 사실적이기를 바라고요. <4등>(2016)은 제 첫 주연작이기도 한데, 폭력이 낳은 것은 또 다른 폭력이라는 점을 일깨우는 수영코치 광수 역할이었어요. 이후 <침묵>(2017)과 <유열의 음악앨범>(2019)을 거치며 깊숙이 감춰진 제 본 모습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맡기시더라고요.” 정지우 감독이 꿰뚫어 본 박해준의 본 모습이 뭐냐고 물으니 “허허실실, 유유자적”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유열의 음악앨범> 속 여유롭고 느끼하고 한편으론 좀 재수 없는 종우가 꼭 저 같더라고요. ‘젊으니까 다시 시작하면 돼’ 따위의 어쭙잖은 충고를 날리는 재수 없는 선배? 하하.”

‘독전’
듣고 보니 그렇다. 박해준에게서는 절박함이나 조급함보단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금수저’인가? “그런 말 많이 들어요. 크게 의욕이 없어 보인다거나, 욕심이 없어 보인다는. 금수저는 아니지만 부족함 없이 자랐어요. 글쎄요. 돈이나 명성에 대한 욕망이 없어서 그런가? 그런데 이게 꼭 좋은 성격은 아니더라고요. 제가 책임감도 별로 없어요.(웃음) 나서는 거 싫어하고, 어깨에 무거운 짐 지는 거 피하고요.”

올해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코미디로까지 확장한 것이 그에겐 가장 큰 성과다. 추석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는 자나 깨나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형 철수(차승원) 걱정뿐인 동생 영수 역을 맡아 실생활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이전까지는 강렬하고 임팩트는 있지만 세상을 좀 왜곡해서 바라보는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이 작품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평범한 역할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한 방’이 없이 좀 흐물흐물한 코미디 연기를 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해요. 꼭 제 성격같이 말예요. 하하.”

드라마 ‘미생’. 화면 갈무리
세월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악질경찰>, 대구 지하철 참사를 다룬 <힘내리> 등 우리 사회의 아픔을 소재로 한 작품에 연이어 출연한 것은 진정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섣불리 건드리기 어려운 소재를 두 분 감독님 모두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셨어요. 부담은 없었어요. 안타깝고 가슴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일이잖아요. 그 아픔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화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이죠. 관객들도 찬찬히 보시면 이 영화들이 고맙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죠.”

요즘은 스크린뿐 아니라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를 통해 안방극장도 종횡무진하고 있다. <미생> <나의 아저씨>에 이어 김원석 피디와의 세 번째 작품이다. “한 번 같이 작업했던 감독님들이 다시 불러주는 것만큼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요? 뭔가 자신감이 붙는 측면도 있는데, 감독이든 관객이든 찾아주는 분들이 많이 생길수록 책임감이 커지니 촬영이 없을 때도 자꾸 마음이 바빠지네요.”

그렇게 악역을 많이 했는데 아직도 ‘극단적 악역’을 꿈꾼다. “최근에 <조커> 예고편을 봤는데, 너무 멋지더라고요. 전에 <악마를 보았다>를 봤을 때도 ‘야, 저렇게까지 극단으로 한 번 가 봐야 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숨겨놨던 걸 제대로 한번 꺼내 보여주고 싶달까? 어떤 역할이 될지 모르지만, 대본을 보면 제 안의 어떤 정서가 움찔하는 느낌이 딱 올 것 같아요. 하하.”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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