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과 ‘여가리’의 됨됨이를 보자. ‘역’은 어떤 쪽이나 가(곳) 따위를 나타내는 ‘녘’을 첫소리 ‘ㄴ’을 줄여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까 ‘길역·우물역·창역’은 ‘길녘·우물녘·창녘’으로 적어야 할 말들이다. 북에서는 또 가장자리나 언저리를 일컫는 ‘가녘’을 ‘가녁’으로 적는데, 이 또한 ‘개울녘, 강녘(북), 들녘, 문녘·물녘(북)·불녘(북·모래가 깔린 강가나 바닷가), 아랫녘, 윗녘, 안녘(북) 들처럼 ‘가녘’으로 적어야 ‘~+녘’ 합성어 적기가 일매지게 된다.
‘여가리’는 ‘녘-아리〉역-아리’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 ‘쪽-아리’가 ‘쪼가리’로 익은 것과 같은 형태로, 뒤 말조각 ‘-아리’는 ‘속된 말맛’을 띤다. 함경도 말에 ‘옆’을 가리키는 ‘여파리’도 ‘옆-아리’의 짜임에서 나온 말이다. ‘밑동아리, 윗동아리, 아랫동아리, 끝동아리’(북) 따위의 동아리도 ‘동-아리’로 가를 수 있다. 밑동·아랫동·윗동의 말뿌리에 ‘-아리’가 더해진 꼴이다. 저고리의 끝동이나 색동은 ‘-아리’를 잘 붙여 쓰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낱말의 조각들을 갈라서 그 뜻바탕을 하나하나 밝히어 엮는 일이 ‘형태소 사전 편찬’이다. 우리말의 고유한 형태소는 얼마나 되며,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조재수/사전편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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