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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아름다운 연극인상’이라는 이름의 낯선 연극상 시상식이 열렸다. 한 공연포털사이트와 소극장이 지난 5월부터 12월 초까지 약 여덟달 동안 관객들로부터 추천받은 남녀배우 100여 명 가운데 최고의 남녀배우를 관객들의 사이버 투표로 가려 뽑은 상이다.
이날 관객들이 선택한 ‘올해 최고의 인기상’은 뜻밖에도 염혜란이라는 5년차 신인 여배우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연극 마니아들 사이에서 잔잔한 화제를 모았던 <차력사와 아코디언>(장우재 작·연출)의 덜떨어진 써니 역과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손기호 작·연출)의 지악스럽지만 정이 많은 엄마 김붙들 역을 능청맞게 연기했던 바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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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차력사와 아코디언>만으로 다섯달 넘게 무대에 서고 있는데 같은 작품을 가지고 늘 새로운 느낌으로 연기한다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아요. 관객들에게 새롭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는 지난해 <차력사와 아코디언>, <부부 쿨하게 살기>(손기호 연출),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등 세 작품에서 모두 주연배우로 출연했다. 연극배우가 좋은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다 자신에게 맞는 배역을 따내기란 더욱 힘든 일이고 보면 그는 “지난해는 참으로 복받은 해”를 보냈다.
얼짱 몸짱 다 제치고 지난해 사어버
‘최고의 인기상’ 차지
“늘 새로운 느낌으로 연기한다는 게 여긴 힘들지 않아요”
게다가 지난 6월 초연했던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가 올해 국립극장 페스티벌에 선정돼 다시 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너무 신파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올해 공연에서는 좀더 ‘거리 두기’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겠어요. 또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바뀌니까 발성문제 등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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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한 뒤 여섯달 동안 직장생활하다 대학 연극동아리 시절이 그리워 99년 연우무대 신입단원으로 연극계에 발을 내디딘 그는 “극장에서 김밥을 말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본을 외웠던” 햇병아리 배우시절을 결코 잊지 못한다.
“연극은 관객들에게 많은 감동을 줘야 해요. 많은 사람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치료하고 위로를 해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무대에 설 때마다 느끼는 ‘행복한 긴장감’을 즐긴다”는 당찬 여배우가 지난 4년간 무대에서 체득한 연극배우 역할론이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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