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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0 18:12 수정 : 2005.01.20 18:12

육영수 대통령 부인 저격살해 혐의로 체포된 재일동포 문세광이 포박된채 재판정에 출두 하고 있다. 연합.



4월초 ‘문세광’ 등 올 14편 계획

1974년 8월15일 누가 육영수 당시 대통령 부인을 저격 살해했나? 23살의 재일동포 청년 문세광이라는 게 공식 기록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는 경호원의 오발설부터 정권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음모론까지 여러 의혹이 또한 제기돼 왔다. 30년의 어둠을 뚫고 당시 저격사건과 관련한 정부문서가 20일 공개됐지만, 이런 의문들을 속시원히 씻어주진 못하고 있다. 문화방송의 현대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2005년 새 기획의 하나로 이 난제에 도전한다.

<이제는…>은 3월 말 시작하는 새 기획 14편의 둘째 이야기로 올 ‘문세광과 육영수’(4월3일)를 내보낸다. 출발점은 사건 직후 최초 수사를 이끌었던 당시 서울시경 감식계장 이건우씨가 제기한 의혹이다. 이씨는 지난 89년 “육영수 암살범이 따로 있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광복절 기념식장에 문세광이 23분 늦게 입장한 점 △육영수가 맞은 총탄이 문세광의 총에서 발사되지 않았다는 점 △육영수가 입은 총상의 위치가 문세광과 반대쪽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문세광과 육영수’의 연출자 조준묵 피디는 “현장 취재를 했던 미국 <시비에스>와 <엘에이타임스> 특파원은 지금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당시 수사관계자와 정치권에 대한 심층취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피디는 “아직 취재중이라 지금 뭐라 단정할 순 없다”면서도 “단순한 오발설을 넘어 음모의 뿌리까지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도전한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모두 86편을 방영하며 한국 현대사의 감춰진 진실을 파헤쳐온 <이제는…>의 눈길은 ‘문세광과 육영수’에 머물지 않는다. 인혁당 사건을 다룬 1편 ‘8명의 사형수와 푸른 눈의 투사들’(3월27일·김환균 피디)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4월17일·이정식)은 70~80년대 정치 사건의 실체를 재구성한다. ‘스포츠, 스크린, 섹스로 지배하라-3에스정책’(4월10일·강지웅)은 80년대 군사정권의 부드러운 통치전략의 핵심을 이룬 3에스정책의 실태를 추적한다.

4월24일 시작하는 ‘한국의 진보’ 3부작(한학수)은 ‘혁명의 시대’로 불렸던 80년대의 시대정신과 진보운동의 역사를 돌아본다. 1부 ‘공장으로 간 지식인들’은 80년 광주항쟁의 충격 아래 ‘기층민중’ 중심으로 인식전환을 이룬 새로운 운동권 세대의 탄생과 성장을 살펴본다. 2부 ‘인민노련’ 편은 80년대 최대 좌파 지하조직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의 사례 탐구를 통해 한국 좌파의 꿈과 고뇌에 다가서본다. 3부 ‘세가지 다른 길’은 87년 6·29 선언 이후 운동권의 각기 다른 정치적 선택을 돌아본다.

<이제는…>이 줄기차게 천착해 왔던 한국전쟁의 이면 또한 빠지지 않는다. ‘서북청년단’(6월5일·정길화)과 ‘십자군부대의 진실’(6월19일·이정식)은 한국전쟁 시기 주요 행위자의 하나였던 이북 출신 우익단체와 보수 기독교계의 과거를 다룬다. 무명용사와 여성, 씨족마을 단위 등 새로운 각도에서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조명하는 미시사적 접근도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이제는…>은 이번 기획분으로 드디어 100회 고지에 오른다. ‘아직도 말할 게 있느냐’는 일부의 회의적 시선에 아랑곳없이 진실 추적의 한길을 달려온 결과다. 김환균 책임피디는 “100회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계속 발언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턴 가상스튜디오를 활용하고, 김 책임피디가 직접 진행자로 나서는 등 형식에서도 변화가 시도된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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