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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2 17:48 수정 : 2005.01.12 17:48

"나는 왜 시인인가? 존재하는 것의 슬픔을 깊이깊이 느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이란 더없이 슬픈 존재다.

사람으로 태어난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깊이깊이 느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다.

"(산문 `왜 나는 시인인가' 중) 지난해 11월 29일 작고한 `꽃'의 시인 김춘수(1922-2004) 씨의 문학세계와 생애의 궤적을 그려볼 수 있는 산문집 `왜 나는 시인인가'(현대문학)가 출간됐다.

문학평론가 남진우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엮은 것으로, 해방 후 한국 모더니즘시의대표적 존재였던 김 시인의 예술과 삶에 대한 치열한 사유를 담은 산문을 엄선해 수록했다.

김 시인은 표제작에서 "진보니 역사니 이데올로기니 하는 말들을 싫어할 뿐 아니라 관념으로는 무시하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라며 시인론을 펼친다.

그는 "체 게바라는 평생에 한 여자만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가 민중을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말짱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 말의 타당성을 진심으로 믿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다"라면서 "그를 진짜 혁명가라고 믿고 그를 생각할 때마다 얼굴이 절로부끄러움으로 화끈거리기 때문에 그나마 나는 시인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언어로부터의 해방은 의식으로부터의 해방이요, 절대자유의 경지가 된다"며 "자유여 왜 너는 나에게로 오지 않는가, 그 탄식이 나를 시인으로 만들어준다"고 예술관을 드러낸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산문집은 표제작을 포함해 8편의 단행본 미수록작을 책의 끝부분에 실었다.

제1부 `시인이 된다는 것'은 김 시인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 얽힌 추억, 일본 유학시절의 수감생활 등 자전적 글들을 모았다.

제2부 `내 속에 자리한 예수'는 특정종교의 신앙 대상으로서 예수가 아니라 인간적 약점을 지닌 채 이타적 사랑을 구현하려고 노력하다 죽어간 `인간 예수'를 탐구한 글들을 묶었다.

제3부 `지금 집 없는 사람은'에는 시인의 인품과 체취가 느껴지는 서정적인 글들이 실렸다.

제4부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시대적 흐름에 대해 냉철한 비판을 가하는 논객의 면모가 엿보이는 시사 칼럼으로 엮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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