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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0 06:00 수정 : 2020.01.10 09:54

나쁜기자들의 위키피디아
강병철 지음/들녘·1만7000원

어느덧 저문 2010년대의 시대정신을 담은 용어를 하나 꼽아보라면, ‘기레기’(기자+쓰레기) 아닐까. 10년 새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인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중어가 되더니 (두번째 사건인) ‘최순실 국정농단’ 뒤엔 거의 모든 사회이슈에서 ‘기레기 담론’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니 말이다.

기레기가 시대적 화두가 된 이유는 뭘까. 기사 내용과 기자 의도를 비판적으로 분석·검증하는 ‘깨인 언론소비자’가 등장해, 자극적이고 과장된 보도, 오보와 속보경쟁, 베껴쓰기 등 한국언론의 고질적 문제점을 공론화한 결과다. 현직 기자가 쓴 <나쁜기자들의 위키피디아>는 뉴스 언어를 통해 그 실태와 맥락을 분석한다. 특정 시각이나 가치관만이 정상인 것처럼 취급해 편을 가르고, 사안의 본질을 볼 수 없도록 하고 공론의 장을 닫게 만드는 ‘나쁜 뉴스 언어’ 톺아보기인 셈이다.

집회·시위대 비판기사에 주로 등장하는 ‘떼법’. 뉴스에서는 1997년 8월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를 만난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법 위에 떼법이 있다”고 언급한 게 첫 등장이란다. 몇달 뒤엔 경찰 고위간부가 언론 기고에서 이를 언급했다. 기업인과 경찰의 합작 조어를 언론이 받은 셈. 정파적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스포츠 경기를 국가대리전으로 묘사하는 데 동원되는 ‘태극전사’, 여기에 성차별적 시각까지 더해진 ‘태극낭자’(여자는 여자를 낭자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어떤가.

과연 개선의 여지는 있을까. 진실성·불편부당성 대신 정파성을 요구받는 현실에서 ‘참 기자’와 기레기 사이 간극은 종이 한장 차이라는 자조적 현실진단이 아프게 다가온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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