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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3 06:00 수정 : 2020.01.03 10:12

[책&생각] 책거리

일주일 전 이 시간엔 2010년대의 출판계를 결산하느라 분주했지만, 지금은 2020년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며칠 만에 10년 정도 시간이 훌쩍 흘러 지나버린 느낌입니다. ‘타임 워프’라고 하나요, 시간의 왜곡 같은 이 느낌이 상당히 에스에프(SF)적입니다.

이번주 <책&생각>이 준비한 ‘미리 읽어보는 2020년의 책들’을 보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도도한 물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출판계는 올해 광주항쟁 40돌, 한국전쟁 70돌, 한일병탄 110돌을 맞아 다양한 역사서를 준비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의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노블 <풀>로 나라 안팎에서 큰 사랑을 받은 김금숙 작가가 여성 독립운동가 김알렉산드라의 일생을 복원하는 등 흥미로운 책들이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끕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 문제나 다국적 자본에 맞선 시민들의 투쟁 이야기도 ‘다른 삶’을 준비하는 이들의 필독서가 될 것입니다.

올해도 페미니즘 책들과 과학소설의 상상력이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곤 2010년대의 마지막 날 만난 페미니스트 철학자 김은주 박사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페미니즘의 상상력은 언제나 에스에프적이었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언제나 현실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허황되다 일컫는 상상은 ‘공상’이 아니라 오늘을 만드는 씨앗이었던 셈이죠. “서로를 적대시하기보다 변증법적 차이로 서로의 변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이 들어서도 남에게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어르신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절박하게 향유하고 싶었던, 읽고 쓰는 말과 글의 길이 바로 ‘지금 여기’ 눈앞에 펼쳐졌다 생각합니다. 오늘은 어제의 내일임을 잊지 않으며, 2020년도 건강하고 즐겁게 읽고 쓰는 한 해 되시길 빕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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