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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3 05:00 수정 : 2020.01.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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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쌤앤파커스·1만4000원

<소를 생각한다>는 29살 청년 존 코널이 처음으로 혼자 소의 분만을 도우며 송아지를 받게 되는 순간에 대한 묘사로 첫 숨을 내쉬는 책이다. 분만을 앞두고 어미소가 웅얼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고통과 낯섦의 소리”처럼 아일랜드 롱퍼드주 버치뷰 농장에서의 일상을 그린 이야기는 도시인에겐 익숙지 않은 긴장감을 지닌 채 다가온다. 소와 가축을 돌보며 존이 흔하게 마주한 탄생과 죽음은 매번 생생한 인상을 남긴다. 그 과정에서 자연의 ‘순환’에 대한 이해에 가닿은 작가는 말한다. “시골에서 사는 것은 죽음을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에게서 제거되거나 숨겨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인 것으로. 나는 이것에 감사한다.”

작가는 농부로서의 삶을 목가적으로만 그려내지 않는다. “소 사육의 진실은 소가 도축당하려고 산다는 것”이라며 키우고 있는 소들은 “모두 언젠가는 도축당할 팔자”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진실이 그렇다 해도 소를 키우며 쏟는 정성과 마음은 단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통해 드러낸다.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존이 아버지를 도와 시작한 농장 일은 그에게 고된 노동을 선사한다. 가끔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의 무게를 버거워하기도 하고, 여느 청년들이 그러하듯 아버지와 격한 갈등을 겪기도 하는데 소가 여물을 먹을 때처럼 매 순간의 일들을 되새기고 음미하는 차근한 호흡이 독자에게 천천히 스며든다. 1만년에 걸친 소와 인류의 관계에 대한 탐구는 지적인 재미를 충족시켜 줄 법하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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